
지구에서 2억㎞ 떨어진 화성으로부터 연일 전해지는 새로운 소식들로 최근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쌍둥이 화성탐사로봇 ‘스피릿(Spirit)’과 ‘오퍼튜니티(Opportunity)’.
형인 스피릿은 1월4일에, 동생인 오퍼튜니티는 3주 후인 1월25일에 각각 화성 표면에 안착했다. 이들은 현재 착륙지 주변의 지형과 암석을 탐사하면서 그 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화성의 ‘속살’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있다.
이번 화성탐사 프로젝트에는 250명의 전문가와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소요된 비용만해도 총 8억2000만달러나 된다. 미항공우주국(NASA)이 이처럼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화성탐사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단순히 태양계 내 행성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까. 그렇지는 않다. 여기에는 ‘화성 생명체’의 존재를 가늠해줄 물의 흔적을 찾는다는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목적이 있다.
화성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류의 우주탐사는 상당부분 화성 혹은 화성인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과연 화성은 인류에게 무엇이었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인류는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왜 미국은 수억달러의 예산을 써가면서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 유무를 밝히려 하는가. 지금부터 그 자세한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빙하에서 물을 끌어 쓰는 화성인?
“신사숙녀 여러분, 정규방송을 잠시 중단하고 중대한 발표를 하겠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오늘밤 뉴저지에 착륙한 이상한 존재는 바로 화성에서 온 침략부대입니다.”
1938년 10월 미국 전역에 이런 라디오방송이 나가자 당시 미국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공포에 휩싸였다. 어떤 사람은 탄알을 장전한 총을 꽉 잡은 채 천장에 숨었고 어떤 사람은 그 순간 자기 집에서 뛰쳐나갔다는 다소 과장된 얘기도 있다. 사실 이 방송은 첨단무기로 무장한 화성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 SF소설 ‘우주전쟁’을 각색해 뉴스 형식으로 내보냈던 것이었다. 이 가상뉴스가 불러일으킨 엄청난 소동은 당시 사람들이 얼마나 화성인의 존재를 굳게 믿고 있었는지에 대한 방증이다.
‘우주전쟁’은 영국의 소설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8년에 쓴 소설이다. 소설은 미국의 한 천문대에서 과학자들이 화성 표면에서 발생한 강력한 섬광을 관측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현상의 정체는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화성 우주선. 문어처럼 흉측하게 생긴 화성인들은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들지만 결국에는 인간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부패 박테리아에 의해 전멸당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팀 버튼 감독의 SF영화 ‘화성침공’을 연상시키는 이런 황당한 설정은 19세기말 전세계에 불어닥친 ‘화성 열풍’에서 비롯됐다. 이 열풍의 발단을 제공한 것은 유럽이었다. 1877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조반니 스키아파렐리는 화성에서 40여개의 줄무늬를 관측한다. 그는 이것을 자연적인 수로(水路)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카날리(canali)’로 표현했는데, 이 단어가 영어권으로 넘어가면서 인공운하를 의미하는 ‘canals’로 둔갑했던 것이다. 화성에 운하가 있다? 그렇다면 운하를 건설한 화성인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게 당시 사람들의 자연스런 발상이었다.
이 해프닝은 미국의 재산가이자 천문학자였던 퍼시벌 로웰에 의해 전세계인들에게 전파됐다. 조선 말 우리나라를 방문해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로웰은, 사재를 털어 미국 애리조나에 천문대를 세우고 화성을 자세히 관측해 160개가 넘는 ‘운하’를 찾아낸 후 이를 지도로 만들어 발표했다. 그러자 ‘운하’를 만든 화성인의 존재는 기정사실처럼 세상을 풍미했다.
전쟁의 신을 연상시키며 하늘에서 붉게 빛나는 화성은 오래 전부터 인류에게 주목의 대상이었다. 특히 여러 모로 지구와 비슷해 생명체가 존재하리라는 추측이 끓임없이 이어졌다. 화성의 하루는 지구의 하루보다 단지 40분이 더 길 뿐이고 자전축의 경사각도 24°로 지구의 23.5°와 비슷하다. 또 희박하지만 대기도 존재하고 사계절의 변화도 나타난다.
맨 처음 화성을 망원경으로 관측한 것은 1659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호이겐스였다. 그는 화성 표면에서 얼룩무늬를 관측하고, 자전주기가 24시간40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1666년에는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인 조반니 도메니코 카시니가 화성에서 극관을 발견했다. 극관은 화성의 극지방에 하얀 모자를 씌워놓은 것처럼 보이는 부분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