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과 8범인 지씨는 지난해 8월 청송 보호감호소를 나와 보호관찰대상자가 됐다. 보도에 따르면 지씨가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수급자가 된 것은 올 3월부터였고 액수는 매월 18만원 정도였다. 그런데 지씨는 지난해 11월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면서 모 업체에 근무하는 것으로 서류를 작성했고, 이후 월평균 100만원이 넘는 카드 대금을 꼬박꼬박 결제했다. 또 7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구입하고 통화요금으로 월 20만원 안팎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 아니라 술집에 명의를 빌려주면서 속칭 ‘바지사장’의 대가로 5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친구나 지인에게 빌리거나 얻어 쓴 돈은 차치하고라도, 자신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고 금융권에 신용카드 이용자료가 남아 있는데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된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과거 생활보호제도를 보완·수정해 2000년 10월부터 실시한 것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절대빈곤층의 기본 생활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수급권자가 되면 월 일정액의 생계 급여를 비롯, 주거·의료·교육 등에 대해 각종 급여를 지원받는다. 기초생활보장법이 정한 1인 가구(지씨의 경우 여기에 해당) 월 최저생계비는 41만8309원, 그 이상의 소득이 있는 경우는 수급권자에서 탈락된다.
부정 수급자 성토 봇물
사정이 이런데도 지씨가 수급자가 될 수 있었던 사유를 알아보기 위해 해당 동사무소(인천시 학익1동)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지씨가 지난 3월부터 수급자로 돈을 받았다는 언론보도와 달리 동사무소 사회복지 담당자 이모씨는 “지씨가 지난해 출소 직후부터 수급권자로 선정되어 매달 돈을 받아왔다”고 밝혔다.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교정시설 출소자의 경우 취약계층 특별보호대책의 일환으로 3개월간 조건부수급자로 선정한다. 이씨는 “지씨는 조건부수급자에서 일반수급자로 변경됐고, 우리 동사무소에서 돈을 받기 시작한 것이 올해 3월부터다. 그전에는 신곡동(경기도 의정부시)이 주소지로 되어 있어 그곳에서 받았다. 일반수급자로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두 달 정도는 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건부수급자에서 일반수급자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지씨의 소득을 파악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음에도 계속 수급권자로 남은 이유에 대해서 담당자 이씨는 “지씨 명의의 사업자등록 기록이나 신용카드 이용액 등은 전산상으로 자료가 잡히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한 구청 생활보호 담당자는 “바지사장으로 유흥업소에 명의를 빌려줬다면 사업자등록증이 지씨 명의로 나와 당연히 국세청에 기록이 오르게 된다. 소득을 낮게 신고했을 수는 있지만 소득이 전혀 파악되지 않았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며 의아해했다.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보호를 받는 수급자는 152만명으로 7700여 가구에 달한다. 지난해 이들에게 지급된 돈은 2조1000억원을 넘었다. 그러나 수급자 중에는 국민세금을 축내는 부정 수급자가 적지 않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03~2004년까지 2년간 수급자의 재산을 조사한 결과, 기초생활보장 지원이 중지된 사람이 4만1000명에 달했다. 수급자로 선정되려면 거주지 동사무소에 호적등본과 전·월세 임대차계약서 또는 등기부등본, 급여와 금융거래 자료 등을 신청서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신청서를 허위로 꾸미거나 서류를 위조하는 등 제도를 악용해 매월 수십만원씩을 부당하게 타내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민자유게시판에는 부정수급자를 성토하는 글이 여러 건 올라 있다. 윤모씨는 그의 답답한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옆집에 상당한 재산을 가졌다고 소문난 할머니가 있는데요. 20평 아파트에 세들어 살면서 매달 구청에서 약 40만원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는 독거노인이라고 교회단체에서 쌀 한 포대와 라면 4박스를 가져다줬습니다. 근데 실상은 토지나 집(아파트)을 사위와 딸 앞으로 돌려놓고 세든 것처럼 위장한 것이죠. 이분은 대놓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닙니다. 또 개인적으로 안면이 있는 다른 할머니 한 분은 상가 빌딩과 건물을 5채(시가 20억 상당)나 갖고 있는데, 명의를 사위 앞으로 해놓고 손녀 이름으로 통장까지 만들었습니다. 정말 사람 욕심이 하늘을 찌른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선정 때는 재산상황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하더라도 사후 심사 때에는 신경을 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