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선택하기 : 동반자를 찾아라
목표를 잘 세우고도 충분한 기간만큼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시간을 채워야 결실을 볼 수 있는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를 않는다. 원인은 한 가지다. 동반 선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힘들다. 더불어 선택하면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되게 되어 있다.
필라의 윤윤수 회장. 그는 군에 복무하면서 ‘영어 실력 쌓기’를 목표로 정해 인생을 바꿔버렸다. 암울했던 20대를 보내고 JC페니 입사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기업가가 되는 밑거름을 확보한 것이다. 그 역시 학창시절에는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영문과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겁먹은 삼수생은 정치외교학과를 선택했다. 그러나 영어가 자신의 미래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영어를 공부해야 된다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 카투사에 차출되는 환경의 선물을 받게 되었다.
“저는 이때다 싶어 영어회화를 배우기 위해 악착같이 노력했어요. 제가 근무하던 미군부대가 65 메디컬그룹(Medical Group)이었는데 건국대 근처에 있었어요. 이 부대는 청계천 복개공사로 쫓겨난 사람들이 모여 살던 평화촌에서 의료봉사활동을 벌였어요. 이때 미군 의사들 데리고 다니면서 고궁 구경시켜주며 영어를 배웠습니다. 미군 의사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니 돈이 필요해 미군병사들의 보초근무를 대신 서주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 쓰기도 했습니다.”
영어를 배우고 싶었던 사병 윤윤수. 그의 성공전략이 바로 동반 선택이다. 영어를 바로 공략한 것이 아니라, 미군 돕기라는 동반 방식을 선택했다. 지루하지 않게 오랜 기간 몰입할 동반자를 찾은 것이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영어공부를 열심히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간의 결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목표를 놓지 않게 만들 파트너를 동행하는 것이 현명하다.
3개월 도전하기 : 실패를 즐겨라
신년 계획의 또 다른 중요한 숙제가 기간이다. 도대체 얼마나 오랜 기간 결심의 끈을 잡고 있어야 하는가. 몰입이 경쟁력인 것을 안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그랬다. 몰입하게 그냥 놓아두지 않는 환경도 부담이었고, 주먹 불끈 쥐고 덤벼본들 바뀔 것도 없어 보였다. 게다가 끈기가 부족했고 승부욕도 치열하지 못했다. 생각다 못해, 조그만 계획을 한 가지 세웠다. 작은 시도였지만, 나를 바꾸기엔 충분했다.
나의 계획은 3개월만 즐겨보자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일을 한 가지만 해보기로 하였다. 첫 도전은 대학 도서실에 1등으로 입장하는 것이었다. 나오는 시간은 자유였다. 일찍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다. 아침 6시에 도착하니 이미 수십 명의 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 참 할일 없는 놈 많구나 싶었다. 다음 날, 5시 반경 컴컴한 새벽에 도착하니 비로소 목적을 달성했다. 그 재미를 즐겼다. 공부가 잘되고 안 되고는 관심 밖이었다. 3개월만 이 기쁨을 즐기리라.
그렇게 시작된 3개월 프로젝트는 계속 이어져갔다. 도서실 꼴찌로 나오기. 다방에서 두 시간 버티기. ‘코리아 헤럴드’ 사설 번역하기. 내 계획의 성공요소는 척도에 두었다. 약속을 지켰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계량 잣대를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내 자신을 알고 싶었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3개월 프로젝트는 의외로 나를 현실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조금만 버티면 다른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참을 만했다. 3개월, 3개월로 이어졌지만 그게 결국 나를 바꾸었다. 성공도 있고 실패도 있었다. 하지만 100일 동안은 집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충분한 경쟁력은 아니었지만, 내가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어떤 과제에 어느 정도 몰입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나는 3년 전부터 내가 체험한바를 그대로를 학생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매학기 초에 자신만의 3개월 프로젝트에 도전할 것을 요구한다. 가중치가 무려 15%에 해당된다. 그 대신, 자신이 즐길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택할 권리를 준다. 이성 친구 사귀기. 부모에게 전화하기. 몸무게 줄이기. 근육 키우기. 담배 끊기. 일찍 일어나기. 영어 공부하기. 성적 향상시키기. 참으로 각양각색이다. 나는 그들의 목표 달성 여부를 평가하지 않는다. 결과는 상관없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무엇을 측정하고 관리했는지만 채점한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것을 깨우쳐주기 위해서다. 그래야 또 다른 프로젝트에 도전할 수 있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