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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길거리 성매매 新풍속도

‘박카스 아줌마’와 함께 콜라텍 가고, 무료 전철표 이용해 온양온천 여행까지…

노인 길거리 성매매 新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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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길거리 성매매 新풍속도

서울 종묘광장에서 노인들이 박카스 아줌마와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있다.

“여기서 괜히 노인들한테 접근해서 말 붙이면 몸 파는 아줌마로 오해받아요. 젊은이가 여기 왜 왔어?”

15년 전 은퇴할 무렵 부인과 사별했다는 70대 중반의 남자는 밍크털이 달린 외투에 옅은색 선글라스를 썼고 교양 있는 노신사 분위기를 풍겼다. 10년째 구로구 신도림동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곳으로 출근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아들이랑 사는데 맞벌이인 아들 내외가 출근하고, 중·고등학생인 손자들까지 학교에 가고나면 하루 종일 혼자 우두커니 뭘 하겠어. 그게 싫어서 이렇게 매일 나오는 거지.”

그는 “여기 돌아다니는 여자들은 전부 몸 파는 여자들이다. 여름이면 반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나무 그늘에 벌렁 누워 있는 노인이 많은데, 여자들이 다가가서 허벅지고 가슴이고 마구 만진다. 음료수 건네면서 지분대는 여자도 있다”고 전했다.

화려한 메이크업, 불룩한 가방



경찰 추산에 따르면 종로3가 지하철역과 종묘광장 주변을 무대로 길거리 성매매를 하는 박카스 아줌마의 수는 약 150명이다. 연령대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밝은 빛깔 외투에 모자를 눌러쓰고 스카프를 두른 차림새로 불룩한 가방을 사선으로 멘 채 다닌다. 단속 공무원들은 이런 차림을 ‘박카스 아줌마 유니폼’이라고 한다. 붉은 립스틱을 칠하는 등 짙은 화장으로 나이를 가리려 애쓴 티가 역력하게 드러나는 사람도 있다. 대개 엇비슷한 차림새에 분위기도 비슷해 사람들 눈에 금세 띈다.

그러나 이들이 다 똑같은 배경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종로를 무대로 활동하는 박카스 아줌마 군에는 중·노년의 보통 아줌마와 조선족, 지적장애인 등이 속해 있다. 조선족 그룹은 50대가 주류를 이루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이 부대에 합류했다. 수년간 성매매를 하며 단속에 여러 차례 걸려 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조선족 여성 가운데는 한국말이 내국인 못지않게 유창한 이들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 학교에 보내는 아이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박카스 아줌마 대열에 합류한 조선족 여성이 많다. 한 경찰관은 “식당에서 12시간 일해봤자 일당이 5만원 안팎인데 여기서 몸을 팔면 그보다 훨씬 더 벌지 않겠나. 그러니 단속에 걸려도 자꾸 나온다. 상습범들에게는 길거리에 나와서 계속 호객행위를 하면 자식한테 알리겠다고 압력도 넣어보지만 그래봤자 소용이 없다”고 했다. 수년간 성매매 여성을 단속해왔다는 그는 “노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노인 전용 공원 같은 걸 만들어서 건강한 방식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면 이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부터 삼삼오오 종묘광장으로 모여드는 노인들은 매일 오후 3시 무렵이면 종로3가 지하철역사 내 ‘만남의 광장’으로 이동한다. 복지단체에서 노숙자와 노인들을 대상으로 빵과 커피를 나눠주는 간식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 역사 안을 서성이는 박카스 아줌마들에게 이들은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간식시간이 끝난 뒤 썰물처럼 노인들이 빠져나간 만남의 광장 주변 계단에서 삼삼오오 앉아 있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 한 무리의 노인을 향해 가방을 뒤적이며 접근하던 50대 여성 한 명은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눈에 띄자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만남, 흥정, 매매

박카스 아줌마들 가방 속에는 박카스 같은 드링크제와 음료수, 소주 등이 들어 있다. 노인들에게 장사를 빙자해 자연스럽게 접근한 뒤 성매매를 하기 위한 미끼상품인 셈이다. 이들이 파는 음료수 가격은 보통 1000원. 소주는 잔 단위로 판다. 일단 음료를 판매한 뒤 성매매에 들어가면 중국산 가짜 비아그라 등의 발기부전치료제를 비롯해 발기유발용 주사약과 주사기, 진공흡입관 같은 성보조기구도 판매한다. 이것들 역시 아줌마들의 가방 안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이런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나 성보조기구는 비밀 공급책을 통해 은밀히 구한다. 박카스 아줌마는 다섯 알에 1만원 정도 가격으로 가짜 비아그라를 구입해 노인에는 한 알당 5000원을 받고 판다. 이렇게 유통되는 비아그라 중에는 진짜 비아그라 1알을 밀가루 등의 가루와 섞어 수십 개로 제조한 가짜 비아그라도 있다. 경찰은 종묘 일대에서 활동하는 공급책을 두세 명으로 추정한다. 성병에 걸린 박카스 아줌마들이 병원 치료 대신 먹는 항생제 역시 이들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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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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