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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요구가 법 개정 動因 ‘사법의 정치화’ 반복될까 우려

전두환 특별법

국민적 요구가 법 개정 動因 ‘사법의 정치화’ 반복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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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요구가 법 개정 動因 ‘사법의 정치화’ 반복될까 우려

민주당 ‘전두환 전 대통령 불법재산환수특위’위원장인 최재성 의원 등이 6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 전 대통령 자택 앞에서 추징금 환수를 위한 촉구대회를 열었다.

‘전두환 특별법’ 혹은 ‘전두환 추징법’이라 불리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개정안이 6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법의 주요 내용은 추징 시효를 현행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추징 대상을 가족 등 제3자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 결과 올해 10월에 만료될 예정이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시효가 2020년 10월까지 7년 연장됐다. 또한 추징 대상도 가족을 비롯한 제3자가 ‘정황을 알면서 취득한’ 불법 재산 및 이러한 재산을 활용해 취득한 재산으로 확대됐다.

그동안 여러 형태로 제안됐던 국회의원들의 개정안을 조정해 만든 이번 법사위 개정안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한 것은 국민 여론에 힘입은 바가 크다. 무엇보다 전 전 대통령이 거액의 추징금을 미납하고 있고 이를 국가가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이 높아지자 국회에서 추징금 납부 대상자가 그 친족에게 이전한 불법재산 및 이를 기반으로 형성한 재산에 대해서도 몰수나 추징이 가능(제9조의2)하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개정법은 특히 불법 재산의 환수 및 세습 방지를 위한 추징 강화에 초점을 뒀다. 검사에게는 몰수·추징의 집행을 강화하기 위해 관계인의 출석 요구, 과세 정보의 제공 요청, 금융거래 정보 제공 요청 및 압수·수색 영장 청구 등에 관한 권한이 부여됐으며(제9조의3), 몰수·추징의 시효는 10년으로 연장됐다(제9조의4).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 추징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견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 역시 뜨거운 것은, 목적의 정당성이 항상 수단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 개정 않아도 시효 연장 가능

이미 입법 배경에서 확인된 것처럼, 이번 법 개정의 주된 논거는 전 전 대통령의 은닉 재산에 대한 추징 필요성이었다. 다만 은닉 재산 추징이 꼭 법을 개정해야만 가능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는 이번 법 개정에 반대 의견을 표시한 바 있다. 은닉 재산 추징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한 것은 아니고, 현행법으로도 추징이 가능한데 굳이 법을 개정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였다. 그의 주장대로 법 개정 없이도 추징이 가능하다면, 이는 불합리한 법 개정일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의 쟁점을 정확히 분석하려면 추징의 대상 및 방법에 관한 법 개정과 시효 연장에 관한 법 개정을 나눠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추징의 대상(제9조의2)에 관해서는 개정 필요성이 크다고 인정할 수 있다. 기존 법으로는 당사자 이외의 가족 등에 대한 추징에 어려움이 적지 않기 때문에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마련함으로써 추징의 대상을 확장하고, 추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몰수·추징의 집행을 위한 검사의 처분들(제9조의3)도 추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물론 이 조항이 없더라도 검찰이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겠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 검찰이 관계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용이할 뿐 아니라 이 조항이 검찰의 적극적 활동을 촉구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효의 연장(제9조의4)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하겠다. 3년의 시효가 너무 짧아서 은닉 재산을 제대로 추징하기 힘들다고 보기 어려우며, 기존의 법제하에서도 시효 연장을 위한 조치가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효에 대한 예외 규정으로 인해 다른 범죄와의 형평성이 문제된다는 비판이 더 아프게 다가올 수 있다.

이 논란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문제의 뿌리를 형성하고 있는 근원적인 고민, 즉 법 이념으로서의 정의와 법적 안정성의 충돌 내지 갈등의 문제를 잠시 살펴보자.

법의 이념은 정의(正義)다. 정의로운 법이야말로 진정한 법이라는 점에 대해선 이견을 찾기 어렵다. 이런 맥락에서 범죄로 취득한 재산을 추징하는 것은 정의이며, 은닉 재산에 대한 추징의 대상과 방법을 확대, 강화하는 것과 시효를 연장하는 것 모두가 정의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은닉 재산의 추징 자체가 불법을 바로잡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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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jamta@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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