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6월호

대원외고 ‘명교사’ 스티븐 허의 미국대학 진학 노하우

  • 글: 박은경 자유기고가 siren52@hanmail.net

    입력2003-05-26 11: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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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신1등급, SAT 1300점, 토플 250점 이상 명문대 지원 가능
    • 비명문대는 특기적성, 교사추천서, 에세이 점수 더 좋아야
    • 해외거주·연수 경험은 영어성적에만 도움
    • 이과 희망자는 경시대회 출전, 문과는 개성과 창의성 기르라
    • 명문 사립대 학비 연 5000만원, 주립대 1500만원
    • 미국대학 진학 바람이 뜨겁다. 한국 학생들이 국내에서 진학준비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대학 입시전문가 스티븐 허는
    • 지난 3년간 80명이 넘는 대원외고 학생들을 미국 상위권 대학에 입학시켰다. 그가 귀띔하는 미국 명문대 진학의 지름길.
    대원외고 ‘명교사’ 스티븐 허의 미국대학 진학 노하우

    미국대학 입시전문가인 대원외고 교사 스티븐 허

    최근 특수목적고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몇 해 전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내신 때문에 재학생이 인문계 고교나 검정고시생으로 대거 빠져나가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특목고 존폐위기’를 생각하면 시쳇말로 대박 터진 셈이다. 특히 과학고에 비해 입시전형이 덜 까다로운 외국어고의 경쟁률은 상한가를 치고 있다. 2005학년도 입시에서 상대적인 내신 불이익이 줄고 수능 비중이 강화되면서 최상위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외국어고 진학 열기가 대단한 것이다.

    미국대학 최신 입학정보 철저 체크

    교육인적자원부가 집계한 외국어고는 현재 전국적으로 19개. 이 가운데 ‘한국 최초 SAT 만점자 탄생’ ‘하버드대 3명 동시 입학’ ‘해외유학반 졸업생 전원 미 명문대 입학’ 등의 화제를 뿌리며 해마다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학교가 바로 대원외국어고등학교(교장 남봉철)다.

    1998년SAP(Study Abroad Program) 시스템을 처음 도입해 해외유학반 학생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대원외고는 2000년 2월 졸업한 SAP 1기생 9명을 시작으로 2기 13명, 3기 26명, 4기 36명을 미국 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올해 졸업한 4기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 등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을 비롯해 상위 20위권 대학에 전원 합격해 화제가 됐다.

    SAP를 주관하는 대원외고 국제교류부는 부장(이경만 교사)을 비롯해 학년 담임 3명, 각 학년 지도교사 및 상담교사 5명 등 총 9명의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 가운데 2, 3학년 지도교사이자 카운슬러인 스티븐 허(34·한국명 허규성) 교사는 해외유학반 초창기 시절, 국제교류부 김일형(현 대원외고 교감) 부장에 의해 대원외고로 스카우트됐다.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대학 입시전문가라고 들었습니다. 해마다 미국 최고 수준의 대학에 수십 명씩 진학시킨 비결이 궁금합니다.

    “혼자 이룬 성과가 아닌데 자꾸 저한테로 관심이 쏠려 부담스럽고, 동료교사들 보기에도 부끄럽습니다. 그동안 좋은 성과를 거둔 건 열의를 가진 학생들을 제대로 이끌 수 있도록 학교 차원에서 지원시스템을 잘 갖췄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미국은 대학마다 입학기준이 다르고, 경우에 따라 해마다 약간씩 변동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미국대학의 최신 입학정보를 그때그때 체크하고 우리 학교를 널리 홍보해 유능한 학생이 많다는 것을 알리는 게 국제교류부에서 중점적으로 하는 일입니다. 학생 개개인의 특기적성과 성적에 맞는 대학을 찾아내 정확히 연결시킬 수 있는 것도 체계적인 시스템 덕분입니다. 자연히 합격률이 높을 수밖에 없지요.”

    허교사는 나라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등학교가 있고, 싱가포르J.C만 해도 해마다 수백 명의 학생을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시킨다고 했다. 그의 눈에는 한국도 당연히 그 정도가 돼야 하는데 그 수가 미미한 것이 오히려 이상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 시작에 불과한 대원외고의 성과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에도 어리둥절해했다. 왜 한국 고등학교들이 진작부터 미국 명문대에 학생들을 많이 보내지 못했는지 그로선 의아할 따름이다.

    -많은 학교가 해외유학반을 두고 있지만 전부 좋은 실적을 올리는 건 아닙니다. 대원외고는 한국 최초로 SAT(미국 대입수학능력시험) 만점자를 배출하고, 또 다른 학생이 만점을 받지 않았습니까. 국내 최초로 하버드대에 3명을 동시 합격시키는 등 짧은 기간의 성과를 놓고 볼 때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유학반 학생들 성적은 어느 정도이고 어떤 방법으로 뽑습니까.

    “해외유학반 학생을 뽑을 때 인터뷰를 하지만 형식에 불과합니다. 일단 원하는 학생이면 누구에게나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그래야 해외유학반에 들지 못했다는 피해의식이나 한 맺히는 학생이 없을 것 아닙니까. 대신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평균 20∼30%의 탈락자가 나옵니다. 외국대학 진학을 전적으로 학생 자율에 맡기니까 성취동기나 의욕이 강한 학생들이 끝까지 살아남고 진학률도 높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진입은 쉽지만 끝까지 살아남긴 어렵다? 원하는 학생은 다 받아주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든 탈락자를 솎아낸다는 의미네요.

    “강제로 탈락시키진 않습니다. 미국대학은 토플·내신·SAT 등 시험성적 한 가지만으로 학생을 평가하지 않기 때문에 저희도 성적으로 학생을 재단하지 않으려 합니다. 학생 스스로 중도에 그만두는 것인데, 예를 들면 영어작문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거나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여의치 않을 경우, 혹은 부모의 강요에 의해 해외유학반에 들었지만 본인은 외국 대학에 진학할 마음이 없는 경우 등이 이유입니다.”

    -얼핏 시험성적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일단 성적이 뛰어나야 명문대에 진학할 기회가 있는 것 아닌가요.

    “미국대학 입학을 결정짓는 요소는 내신성적, SAT·토플 점수, 특기적성, 에세이, 인터뷰, 교사 추천서 등 6가지가 기준이 됩니다. 물론 상위 17개 대학은 내신성적과 SAT·토플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내신 1등급 혹은 전과목이 수·우 이상이어야 하고, SAT는 1600점 만점에 1300점 이상, 토플은 300점 만점에 250점 이상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그 외의 대학들은 다른 분야, 예를 들면 특기적성이나 에세이(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면 상대적으로 시험성적 반영비율이 낮아집니다. 상위권 대학이라 해도 어느 한 분야에 특출한 학생이라면 입학허가를 받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한 학생은 영어회화가 약했지만 에세이에서 훌륭한 점수를 받아 조지타운대에 입학했습니다.”

    허교사에 따르면 미국대학이 학생을 뽑을 때의 기준은 한국과 매우 다르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포함한 명문 사립·주립대는 학비만으로 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거액의 기부금에 의존한다. 대학의 명성이 높을수록 기부금 액수가 커지고, 사회지도층에서 활동하는 동문이 많을수록 학교 명성은 올라간다. 때문에 명문대일수록 장차 사회에 나가 학교 이름을 빛낼 학생을 찾는다.

    허교사는 미국에서 공부가 끝나면 반드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외국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학교도 있다고 했다. 졸업생들이 세계 각국의 리더로 포진하게 되면 학교의 명성 또한 세계적으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모범생보다 리더십을 갖추고 개성이 톡톡 튀며 미래비전이 있는 학생을 선호한다는 게 허교사의 말이다.

    -한국의 모범생이 미국대학에 진학하는데 오히려 불리하다는 소리로 들리네요.

    “미국대학들은 한국 출신 모범생을 ‘Wall flower’라 부르며 부정적으로 봅니다. 꽃은 꽃이지만 아무 쓸모 없는 장식적인 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지요. 공부 잘하고 예의바르고 숙제 잘하고 수업시간에 필기 잘하는 게 한국 출신 모범생의 전형이라고 합니다. 공부벌레 대신 자기가 속한 사회를 적극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통 큰 학생을 훌륭한 학생, 미래비전이 있는 학생으로 봅니다.”

    -통 큰 학생, 미래비전이 있는 학생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입시에서 어떻게 그런 학생을 가려냅니까.

    “미국대학 입학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입학원서, 내신성적 증명서, 토플과 SAT 성적 증명서, 교사 추천서, 에세이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 가운데 교사 추천서나 에세이 점수가 중요한데, 이 두 가지를 통해 학생의 고교생활, 사회적 관심사, 가치관, 리더십, 창의성 등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사회활동 경험은 필수

    대다수 미국대학은 입학서류 제출시 평균 2개의 에세이를 요구한다. A4용지 한쪽 분량의 긴 에세이와 그 절반 정도 길이의 짧은 에세이다. 허교사에 따르면 해마다 해외유학반 졸업생 전원을 미국 명문대에 입학시킨 비결이 바로 에세이에 있는 듯하다. 그는 명문대 입학생 중 뛰어난 에세이를 제출했던 대원외고 학생들의 사례를 들려줌으로써 훌륭한 에세이, 뛰어난 에세이에 대한 궁금증을 대신 풀어주었다.

    브라운대에 입학한 A군은 중학생 때 자신이 사는 아파트단지 내 횡단보도 신호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동사무소에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가 구청까지 올라가 검토된 끝에 신호체계가 개선됐고, 그 경험담을 주제로 에세이를 썼다. 허교사는 중학생으로서 자신이 사는 지역사회와 사회변화에 관심이 많은 점을 대학측이 높이 샀다고 했다.

    스탠퍼드대에 입학한 B군은 대원외고 재학 시절 국내 동남아시아 근로자들을 상대로 상담활동을 펴는 시민단체를 찾아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곳에서 자신이 보고 겪은 것들과 문제점을 보고서로 만들어 무작정 국회를 찾아갔다. 보고서를 검토한 국회는 그에게 임명장을 주고 국회의원실에서 일하게 했는데, 학생은 그와 관련한 에세이를 써냈다.

    브라운대에 진학한 C양은 미군부대 근처 술집 접대부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미군 상대 윤락녀들을 돌보는 시민단체에 찾아가 일거리를 달라고 부탁했다. 여고생이 일하기에 적합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열의에 시민단체가 손을 들었다. 결국 윤락녀 자녀에게 영어를 가르친 C양은 그때의 체험을 에세이에 감동적으로 풀어냈다.

    SAT에서 만점을 받고 올해 하버드대에 진학한 김지완양은 유엔생물종다양성환경회의에 청소년 대표로 참석한 경험을, 지난해 완전 장학금을 받고 듀크대에 진학한 한 학생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과 환경에 대한 영문 수필이 뽑혀 ‘세계야생체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됐고, 그 경험을 에세이로 제출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진현상소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가지고 사진서클 ‘파파라치’를 만들어 전시회까지 주도한 학생, 일주일간 절에 들어가 행자 생활을 경험한 학생도 각각 브라운대와 예일대에 입학했다.

    허교사는 특기적성과 에세이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학생회 임원을 맡거나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가지 사회경험은 국내 기업이나 연구기관, 시민단체에서의 인턴십, 국제회의 참석, 대학 또는 민간연구소 프로젝트 참여 등을 통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대원외고 ‘명교사’ 스티븐 허의 미국대학 진학 노하우

    대원외고 해외유학반의 SAT 수업

    -학생들 사례를 보면 에세이를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한 경우가 많은데, 학교 공부만 해도 바쁘지 않나요. 다양한 사회경험을 익힐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해외유학반은 정규수업을 끝내고 오후에 SAT 수업을 듣는데, 1학년은 주당 3시간, 2학년은 7시간, 3학년은 10시간을 공부합니다. 밤 10∼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하다 보면 특기활동에 시간을 할애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국내 인턴십은 자율학습시간을 이용해 참가하고 국제회의 참석 같은 일은 대개 방학을 이용합니다.”

    해외유학반 교무실 책상에는 늘 학생들이 제출한 공문이 쌓여 있다. 영국대학 탐방, 난민문제 국제회의 참석, 유엔 주재 환경회의 참석, 국회 참관, 시민단체 행사 참여 등 갖가지 현장학습으로 결석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일할 수 있는 인턴십 자리가 많은가요.

    “실은 인턴십 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아 고민입니다. 고3 학생이 인턴십 자리를 구한다고 하면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고3이란 이유로 인턴십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구요. 그래서 학생들의 장기를 살린 통역이나 번역 등의 일자리를 주로 뚫습니다.”

    -국제회의나 인턴십 관련정보를 찾는데 교사들이 도움을 줍니까. 허선생은 현재 100명이 넘는 2, 3학년 학생들을 담당하고 있는데, 수많은 학생을 상대로 개개인의 적성에 맞는 인턴십 자리를 구해주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나 신문기사, 기업 사보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보를 얻는데 학생들이 일일이 뒤지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교사가 누구는 이걸 해라 누구는 저걸 해라 하는 식으로 지정해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학부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에게 정보를 제공해줍니다.”

    -안 그래도 아이들 입시에 온통 매달려야 하는 게 한국 학부모들인데, 거기다 특정 정보수집 능력까지….정말 슈퍼엄마, 슈퍼아빠가 아니면 안 되겠군요. 무턱대고 아무 일이나 경험하고 시간만 때운다고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은데, 미국대학 입학에 좀더 유리한 인턴십 종류나 유형이 있나요.

    “사실 학부모로부터 유사한 질문을 받을 때가 가장 곤혹스럽습니다.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생이 관심을 갖고 원하는 분야에서 사회경험을 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에세이를 통해 학생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할 때 어디서 인턴십을 받았는지, 그 숫자가 몇 개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턴십을 통해 사회를 얼마나 깊이 있게 관찰했고, 느낀 바가 무엇인지, 창의성이 있는지, 학생의 체험에 공감이 가고 감동적인지 등을 주로 봅니다.”

    특기적성이나 에세이와 관련해 일면 답답한 점이 많은 듯 길게 설명을 덧붙였다.

    “많은 학부모가 질보다 양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피아노나 수영 등 닥치는 대로 특기교육을 시키고 인턴십도 이것저것 많이 하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학생들만 피곤해집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만 골라 인턴십 자리를 찾는 학부모도 있습니다. 미국대학은 한국의 한두 개 대기업을 제외하고 어떤 회사가 대기업인지 모릅니다. 외형이나 숫자는 중요하지 않아요. 동네 한의원이나 작은 출판사 등 남들이 선택하지 않는 직종에서 사회경험을 쌓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됩니다. 평이한 인턴십 경험을 여러 개 나열하거나 아버지가 대표이사인 회사에서 인턴십을 받은 것을 쓰는 학생도 있는데 이 경우 오히려 학생의 자질이나 능력을 의심받게 됩니다.”

    에세이 고득점 비결은 아이디어 카드

    다양한 교재가 시중에 나와 있고 공부해야 할 과목이 정해진 토플·SAT 시험에 비해 학부모와 학생, 교사의 노력이라는 삼박자가 맞아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에세이에 대한 노하우를 좀더 알아보기로 했다.

    -따로 정해진 게 없으니까 학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 더 불안해할 것 같습니다. 에세이감이 될 만한 사회활동에 대해 교사가 방향을 정해주거나 조언을 해주진 않나요. 대원외고 학생들이 에세이에서 좋은 점수를 받게 한 노하우가 있을 법한데요.

    “일차적으로 영작 실력이 좋아야 합니다. 거기에 미국문화에 대해 잘 알면 공감을 일으키는 에세이를 더 잘 쓸 수 있겠죠. 그래서 셰익스피어나 일리아스, 에밀리 브론테 등 명작소설을 많이 읽게 합니다. 독서토론 시간도 갖습니다. CNN 등 미국방송 청취나 시사잡지 구독 등도 도움이 되지요. 에세이 방향을 잡아주기 위해 아이디어 카드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아이디어 카드라면?

    “수시로 학생들의 관심사를 카드에 적어내게 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인턴십을 하고 싶은지 등을 적어내면 그 가운데 적당한 걸 설정하도록 도와줍니다. 아이디어 카드가 있으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으니 효과적입니다. 스스로 알아서 준비한 에세이가 점수를 얻는 데 별 도움이 안 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요.”

    -현실적인 문제로 돌아와서 궁금한 점을 질문하겠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답변 중에 경제적 사정으로 해외유학반을 중도포기하는 학생도 있다고 하셨는데 명문대 유학에 드는 비용이 어느 정도입니까.

    “보통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합쳐 규모가 작은 학교나 싼 주립대의 경우 연간 1500만원 정도 듭니다. 최고 사립 명문대나 아이비리그 대학은 연간 5000만원 정도고요.”

    -가정 형편이 최소한 중상류층 이상인 학생이 아니면 외국대학 진학은 꿈꾸기 힘들겠군요. 성적과 재능이 뛰어난 학생이 경제사정과 무관하게 진학할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가령 현지 대학 장학금 제도라든가….

    “우리 학교 학생 중에 존스홉킨스대에 입학허가를 받고도 집안 사정이 어려워 부모가 포기시킨 경우가 있습니다. 학생이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 교사 입장에서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미국 최고 명문대에서 외국인이 완전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극히 드뭅니다. 대신 어느 대학이든 반장학금을 받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학생수가 적고 규모가 작은 대학일수록 재정이 튼튼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형편에 맞는 대학을 잘 선택하면 얼마든지 유학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학교를 잘 골라 경제사정과 상관없이 학생들을 진학시키는 것이 해외유학반 교사들이 신경써야 할 일 중 하나입니다. 그 부분에서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학금을 받고 미국대학에 진학한 대원외고 학생들은 얼마나 되나요.

    “올해 졸업생 36명 중 10명이 장학금을 신청했습니다. 그 가운데 50%가 완전 또는 반장학금을 받았습니다.”

    -일간지 인터뷰에서 조기유학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히셨는데요.

    “제 뜻이 잘못 전해진 것 같은데 조기유학을 꼭 나쁘다고 보진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초등학교 5, 6학년 이상일 때 보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학년 학생의 경우 영어작문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영어실력을 쌓을 수 있다면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미국 대학에 진학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대체로 오픈 마인드를 갖추고 있어 대학마다 다양한 색깔의 학생들을 많이 뽑으려 합니다.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면 시너지효과를 낸다고 믿지요. 따라서 한국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는 학생, ‘신토불이 학생’을 선호합니다.”

    -대원외고만 해도 해외유학반 학생 중 절반이 해외에서 살거나 연수 경험이 있는 학생들인 걸로 압니다. 신토불이 학생이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말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해외에서 살다 오거나 연수한 경험은 영어성적에서나 유리할 뿐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올해 하버드대에 입학한 홍경운군은 여수에서 태어나 거기서 중학교를 마치고 대원외고에 입학했습니다. 해외에 나가본 경험도 없습니다. 그런데 직접 사물놀이 서클을 만들어 공연하고 행사에 참석하는 등 현장수업을 열심히 한 경험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에 다니는 허창범군은 재학시절 밴드활동을 했습니다. 미국학생들 사이에선 밴드활동이 활성화돼 있어 대학입학에 별 도움이 안 되지만 한국의 교육환경에선 드물다는 점에서 (대학측이) 입학을 허가했던 것입니다.”

    -학부모의 욕심과 학생의 실력을 적절히 조율하려면 힘들 때가 많을 것 같습니다.

    “해외유학반 교사들은 학생이 재능을 재평가받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알아서 무조건 아이를 유학 보내달라’는 학부모들이 있습니다. 실력이 부족한 학생도 해외유학반에서 버티면 어떻게든 성적이 오를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 무척 난감합니다.”

    -그 외 또 어떤 어려움이 있나요.

    “내신성적이 1등급이고 SAT 점수도 좋은데 왜 우리 아이는 명문대에 갈 수 없느냐며 항의하는 학부모도 가끔 있습니다. 한국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지난해 하버드대를 지원한 학생 1만7000명 중 8000명이 SAT 시험에서 만점을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이들 모두가 합격한 건 아닙니다. 다른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학교 한 학생의 경우 내신과 SAT 점수만 신경 쓰느라 학교 수업 외에 학원을 전전했습니다. 이 학생은 결국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낮춰 미국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기적성이나 에세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으니까요. 한국 사회엔 시험점수만 좋으면 무조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이걸 깨기가 힘이 듭니다. 미국대학은 학생 선발기준이 국내 대학과 다르다고 설득해도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지요. 심지어 어떤 학생이 특정 특기를 가졌거나 특정 인턴십을 거쳐 하버드대에 입학했다고 하면 그쪽으로만 매달리는 학부모도 있는데 교사 입장에서 매우 답답합니다.”

    -미국대학에 아이들을 유학 보내고 싶은 학부모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앞서 이미 다 얘기했기 때문에 특별한 건 없습니다. 다만 이과를 전공하려면 과학·수학 등 각종 경시대회 출전 경험과 성적이 입학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반면 문과 전공 희망자라면 끼와 개성, 창의성과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폭넓게 관심을 갖도록 학생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세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허교사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어바나캠퍼스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92년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들어와 연세대 대학원에서 공부하다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연세대어학당에 다니는 친구를 보러 자주 놀러오던 아내와 자연스레 사귀게 됐던 것이다. 1년간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끝나면 미국으로 돌아가 대학원에 진학해 계속 공부할 생각이었던 허교사는 꿈을 접고 한국에 눌러앉았다.

    ‘먹고살 길’을 찾아나선 그는 학원강사로 취직해 1995년부터 3년간 조기유학 희망 학생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쳤다. 이때 미국의 여러 기숙학교에 학생들을 보낸 실력이 대원외고로 스카우트되는 끈이 됐다.

    -여담입니다만, 학원에 조기유학 전문가로 남았다면 지금보다 수입이 훨씬 더 많지 않았을까요.

    “물론 수입은 더 많았겠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학원을 그만둔 것은 학생을 위하는 게 아니라 무턱대고 조기유학생을 끌어들여 수익을 올리려는 학원에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학교에 남아 전문성을 키우고 노하우를 쌓아 해외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더 큰 세계로 나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현지 대학 정보수집차 해마다 몇 차례 미국 출장을 간다는 허교사는 사스 파동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그 여파가 혹시 연말 미국대학 입시에까지 미칠까 그는 벌써부터 걱정스런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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