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호

신천지? 사서 고생? 동남아·아프리카 조기유학 꼼꼼 가이드

저비용으로 영미식 교육, 한국인 몰려 입학경쟁 치열

  • 장옥경 자유기고가 writerjan@hanmail.net

    입력2008-01-08 2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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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기유학지로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가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유럽과 캐나다 통화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유럽과 캐나다를 미국의 대체지로 여기던 학부모들이 동남아나 아프리카로 또 한 번 방향을 튼 것. 학년이 바뀔 때가 되면 으레 조기유학을 고민하게 마련.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필자가 동남아와 아프리카 조기유학의 장단점, 비용, 학제 등을 학부모 시각에서 꼼꼼하게 취재했다.
    싱가포르 공립학교 아이비리그 진학률 높아…최근 체류비 급증

    신천지? 사서 고생?  동남아·아프리카  조기유학 꼼꼼 가이드
    서울 노원구 하계동에 사는 이모(41)씨는 1년 전, 중학교 1학년이던 둘째를 싱가포르 공립학교로 유학 보냈다. 이씨의 아이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씨가 아이를 홀로 유학 보내면서 싱가포르를 선택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철저한 수준별 학습 체제로 성취도를 최적의 조건으로 끌어올려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처럼 학생들에게 전 과목을 잘해야 하는 ‘만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영어, 수학, 과학, 중국어 등 주요 과목에 교과과정의 80%를 할애한다.

    이씨는 “어린 나이에 부모 곁을 떠나 있는 게 안쓰럽고 미안하지만, 아이가 적응을 잘해서 목표도 빨리 세우고 리더십도 길러지는 것 같아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싱가포르 역시 땅은 좁고 인구는 많아 교육열이 높은 나라지만, 한국과 달리 1~2점에 승부를 걸지 않고 알아가는 과정을 중시하기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덜하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6시간이면 닿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마음먹으면 주말을 이용해 다녀올 수 있을 만큼 비교적 가까운 거리인 것. 여타 동남아권 나라에 비해 소비 수준이 높다는 것 또한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는 요인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와 유사점이 많은 아시아 국가이면서도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사용하고, 인구 400만의 작은 도시국가지만 생활에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법질서가 엄정해 치안유지가 잘되고, 꽤 많은 학생이 미국 아이비리그로 진학할 만큼 양질의 교육을 추구한다는 점들이 많은 학부모로 하여금 싱가포르 유학을 고려하게 만든다.

    입시교육에 준하는 학습 강도



    KS 유학센터 이근선 국장의 설명에 따르면 싱가포르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하면서 실력도 좋은 공립학교를 선호한다. 공립학교 학비는 초등 월 5만9000원, 중등 8만2000원, 고등 15만5000원 선.

    공립학교에 진학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첫째 방법은 개별학교 전형을 치르는 것으로, 각 공립학교에 공석(空席)이 있는지 알아보고 대기하고 있다가 각 학교에서 시행하는 배치고사에 응시하면 된다. 둘째 방법은 외국인 학생을 위한 전형을 거치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공부하려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시험 PACT(Principal Academy Certification Test·‘팩트’ 혹은 ‘교장단 시험’으로 불린다)에 응시해 입학 자격을 얻는다. 초등 1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은 영어, 수학 두 과목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과학이나 중국어 성적을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원칙적으로 과목당 50점 이상을 받아야 입학할 수 있다. PACT 점수가 확보되면 ‘교장단협회’ 소속 학교에 인터뷰를 거쳐 입학할 수 있다. PACT는 보통 연 4회 시행됐는데, 2007년에는 6회나 시행됐다. 갈수록 싱가포르를 찾는 외국 학생이 많아, 10월 시험에 1만명이 넘는 학생이 응시했을 정도다. 다음은 이근선 국장의 설명이다.

    “시험이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영어로 출제되니 비영어권 학생들은 대개 임시로 사립학교에 입학해 다니다가 시험에 통과하면 공립학교로 옮기는데, 보통 한두 학년을 낮춰 전학합니다. 초등학교 1~3학년까지는 준비단계라고 해서 수업을 따라가기가 비교적 수월하지만, 4~6학년 과정만 해도 한국보다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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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공립학교 중 하나인 탄종카통 초등학교. 수십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이 국장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초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치러지는 시험 성적에 따라 진학, 취업 등의 진로가 결정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6학년 학기말에 PSLE(Primary School Leaving Exam)라는 시험을 치른다. 이 시험 성적에 따라 중학교 과정을 Express(속성과정)나 Normal(일반과정)로 지원한다. 넥스 굿 유학원 김용안 원장은 “한국 학부모들은 대부분 속성과정을 원하기 때문에 영어가 달리는 학생의 경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부모 역시 마음고생을 한다”고 전했다.

    중학교를 마칠 때는 GCE N´LEVEL 혹은 GCE O´LEVEL 같은 시험에 응시하는데, 이 결과를 갖고 대학에 진학한다. 싱가포르국립대(NUS)는 세계 랭킹 10위권이며, 연 400명 이상이 미국 동부 명문대로 진학하고 있다. 이 정도 규모는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 중 가장 높은 아이비리그 진학률이다.

    국제학교는 유치부부터 12학년까지 있으며 보통 30~60개국 학생들이 함께 공부한다. 입학조건은 모국에서의 내신 성적을 검토해 시험 볼 기회를 준다. 주로 영어 시험과 인터뷰다. 이근선 국장에 따르면 시험이 까다롭진 않다. 인터뷰는 ‘싱가포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좋아하는 과목은 무엇인가’ 같은 가벼운 의사소통 수준이다. 하지만 외국의 많은 기업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삼으면서 주재원이 급증해 대부분의 국제학교는 2008년 8월까지 공석이 없는 실정이라고 한다.

    1학년부터 8학년까지는 창의성 위주의 비교적 느슨한 교육을 하지만 9학년부터는 대학 진학에 대비해 IB(국제수능)과목을 이수해야 하므로 학습 강도가 높다. 국제학교는 실험실 및 풀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공립학교에 비해 학비가 비싼 편이다. 초등과정 월 80만원, 중등과정 100만원, 고등과정 120만원 안팎을 예상하면 된다. 입학할 때는 6개월간의 등록금에 보증금, 접수비, 입학금, 학교시설 이용료 등을 포함해 1000만원 가까이 내야 한다.

    ‘전인교육’ 바람 물거품?

    싱가포르 사립학교로는 산유(San Yu Adventist School)와 세인트프랜시스(St. Francis Methodist School), 두 곳이 있다. 영어와 수학 시험을 치러 입학 자격을 준다. 영어 준비과정(ESL)이 따로 있어 학생으로선 수업을 따라가기가 수월하다. 공립과 마찬가지로 중학이나 고등졸업 시험을 치르지만 합격률이 공립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 유학생은 보통 사립에서 1년 정도 공부하다 공립학교로 전학한다. 학비는 국제학교보다 저렴하지만 처음에 들어가는 비용은 비슷한 수준이다. 월 학비는 산유의 경우 30만원 안팎, 세인트프랜시스의 경우 40만원 내외다. 입학할 때는 별도의 보증금, 학교시설 이용료, 접수비, 입학금 등을 내야 한다. 1년간 수업료를 합하면 입학할 때 보통 1600만원 정도 내게 된다.

    학부모들은 자녀를 싱가포르로 보내면서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고, 캐나다 호주 미국보다 교육 수준이 높아 잘하면 아이비리그나 싱가포르공립대학에 진학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미국의 대학 입학시험인 SAT의 주요 과목이 영어와 수학이라 영어와 수학에 강한 싱가포르 공교육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떠나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근선 국장은 싱가포르 유학을 떠날 때 고려해야 할 점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꼽는다.

    첫째, 공립학교는 학비가 저렴한 대신 외국인을 위한 자리를 별도로 마련하고 있지 않다. 공석이 날 때까지 수십개 학교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공석 여부를 확인해 시험을 치러야 한다.

    둘째, 공립학교에 입학하더라도 ESL 과정이 없기 때문에 영어나 중국어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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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는 공교육의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셋째, 싱가포르 공립학교는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수준별 수업을 하고, 중학교 때부터 사실상 입시 대비와 거의 다름없이 수업하기 때문에 한번 뒤처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학년을 낮춰 입학한다 해도 학생이 정서적으로 위축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넷째, 초등학생의 경우 1~3년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귀국을 계획하고 있다면 영어, 중국어 과목에 전력을 쏟고, 주말이나 방학에는 한국에 돌아갈 것을 대비해 국어, 수학, 사회 같은 과목을 따로 공부해야 한다. 이런 이중 부담 때문에 ‘전인교육’ ‘영어 습득’ 같은 바람이 무색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섯째, 싱가포르엔 기숙형 학교가 드물다. 따라서 홈스테이를 하거나, 살 곳을 따로 마련해야 한다. 2006년까지만 해도 물가가 저렴한 편이었지만 조기유학 목적으로 한국 사람이 대거 몰리면서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다. 싱가포르 주택은 콘도, HDB(정부주택), 일반주택 세 종류가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콘도를 선호한다. 콘도는 단지 내에 풀장, 헬스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기 때문. 2005년 초까지만 해도 방 3칸 월 임차료가 1200~1500싱가포르달러(78만~98만원)였지만, 지금은 3500싱가포르달러(약 228만원)는 줘야 임차할 수 있다.

    김용안 원장은 저학년이면서 성적 관리가 필요한 학생은 가능한 한 보호자가 동반해야 하고, 초등 4학년 이상이면서 자기 관리를 잘하는 학생은 홈스테이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홈스테이 비용은 월 1500~2000싱가포르달러(98만~130만원)가 든다.

    말레이시아 현지 부동산 있으면 입학 유리…학교별 시설 편차 커

    경기도 분당에 사는 주부 김모(47)씨는 이번 겨울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인 형제를 데리고 캐나다로 유학 가려던 계획을 바꿔 목적지를 동남아로 선회했다. 2년 전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떠난 대학 동창이 “치솟는 환율 때문에 허리가 휠 지경”이라며 현지 사정을 전해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북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싸면서 질 좋은 영어교육, 가능하다면 제2외국어까지 습득할 수 있는 나라를 수소문한 끝에 말레이시아로 가닥을 잡았다. 분위기가 싱가포르와 비슷하면서 물가는 훨씬 낮기 때문. 오랜 기간 영국의 지배를 받아 영연방국가와의 인적 교류가 활발하고, 다민족 국가라 영어와 더불어 중국어·인도어·말레이어를 사용하며, 치안 유지도 잘되어 있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최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마이 세컨드홈(MM2H·Malaysia My 2nd Home)’ 정책도 김씨의 관심을 끌었다. 김씨는 투자 목적으로 현지에서 주택을 구입할 생각도 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립학교는 교육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한다. 외국인의 경우 부모에게 취업 비자가 있거나 말레이시아 세컨드홈 비자를 취득해야 입학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대부분의 한국 유학생은 국제학교에 진학한다. 하지만 김씨는 세컨드홈 비자를 취득해 자녀를 무상으로 교육시키고 투자 수익도 기대해본다는 계획이다.

    월드유학원 김영준 원장은 “말레이시아라고 하면 정글과 가난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편견”이라고 말한다. 이런 편견을 갖고 말레이시아에 내리면, 쾌적한 기후, 깨끗한 거리, 고급 빌라와 대중화된 골프 문화에 놀란다는 것. 또한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이니 가서 대충 생활해도 문제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조기유학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계획을 접는 게 좋다고 권유한다.

    “모든 국가 시스템이 영국식으로 규범화되고 합리적으로 운용되는 게 말레이시아의 특징입니다. 그렇다고 지나친 기대를 갖는 것도 옳지 않아요. 현지 교민이나 여행 가이드에게서 전해들은 말로 ‘지상낙원’을 꿈꾸었다가는 적잖이 실망할 수 있습니다.”

    신천지? 사서 고생?  동남아·아프리카  조기유학 꼼꼼 가이드

    동남아시아는 학교별 시설 편차가 커 조기유학을 결정하기 전 사전조사를 꼼꼼히 해야 한다.

    서남아시아에서 부유한 나라에 속하는 말레이시아는 완전한 영어권 국가는 아니지만, 국제학교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권 국가에 준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국제학교가 주로 동양계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질감도 덜하고 적응하기 쉬운 편이다. 김영준 원장에 따르면 수도인 콸라룸푸르에 15개, 페낭에 4개의 국제학교가 있으며 전체 재학생의 20~30%가 한국 학생일 정도로 최근 2년 사이에 유학생이 급증했다.

    말레이시아에는 미국계, 영국계, 호주계, 대만계 등 다양한 국제학교가 있다. 그중 영국계가 가장 많은데, 3학기제이며 11학년까지 있다. 미국계 학교는 2학기제로 12학년까지. 학교에 따라 부모의 취업 비자 혹은 세컨드홈 비자를 입학 자격으로 요구하기도 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이 돼야만 입학 가능한 곳도 있다. 최소한의 영어 실력만으로 저학년에 입학 가능한 학교도 있다.

    부모의 취업 비자가 있어야 입학 가능한 학교로는 ISKL(International School Kuala Lumpur, 연 학비 1000만~1300만원), MKIS(Mont Kiare International School, 연 학비 1200만~1500만원) 등의 미국계 학교와, GIS(Garden International School, 연 학비 650만~1000만원), ASIS(Alice Smith International School, 연 학비 750만~1100만원) 등의 영국계 학교가 대표적이다.

    부모가 취업 비자가 없어도 입학할 수 있는 학교로는 호주계인 AISM (Australia International School Malaysia, 연 학비 550만~1000만원), 영국계 KTJ(Kolej Tuanku Ja´afar, 연 학비 약 700만원), CIS(Cempaka Inter- national School, 연 학비 400만~550만원), SIS(Sayfal International School, 연 학비 180만~320만원), FIS (Fairview International School, 연 학비 240만~520만원), MIGS(Mutiara Inter -national Grammar School, 연 학비 240만~550만원) 등이 있다.

    김용안 원장은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춘 학생은 기숙 중등학교 입학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단 14세부터는 영어준비과정(ESL)이 없기 때문에 본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과 학습능력이 전제돼야 한다. 말레이시아 국제학교는 시설, 교사, 학비 등에 있어 학교별 편차가 크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학비가 비싼 학교를 택하기보다는 학생의 영어실력과 부모의 경제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또한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지역에서 부동산 구입을 계획할 경우, 자녀가 현지에 잘 적응하지 못해 예상보다 빨리 한국에 돌아와야할 일이 생기면 자칫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태국 국제학교 100여 개…기숙학교 다니는 ‘나홀로 유학생’ 많아

    경기도 일산에 사는 정모(43)씨는 외교관을 꿈꾸는 중학교 2학년 아들이 해외로 나가 공부하기를 원해, 2006년 6월부터 2개월간 준비한 끝에 태국의 프렘 국제학교 8학년에 입학시켰다. 처음에는 술, 담배, 마약 같은 유해요소에 노출될 가능성이 낮은 말레이시아를 염두에 뒀으나, 아들이 왕실국제학교로 알려진 프렘을 원했다고 한다. 비용은 다소 비싸지만 시설이 좋고, 공부를 많이 하도록 유도하며, 무엇보다 기숙사제도가 잘 돼 있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고.

    태국은 동남아시아에서 국제학교 역사가 가장 오래됐을 뿐만 아니라 그 숫자도 가장 많다. 태국 전역에 걸쳐 100여 개의 국제학교가 있다. 태국에 이처럼 국제학교가 많은 것은 1990년대에 조기유학 바람이 거세게 일자 태국 정부가 국부(國富)유출을 막기 위한 정책의 하나로 국제학교 설립 요건을 완화하고 내국인의 국제학교 진학을 장려했기 때문이다. 국제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절실한 데다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 질 높은 교육환경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김용안 원장에 따르면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 태국이 조기유학지로 부상한 건 최근 1~2년 사이의 일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영어권 국가가 아닌 데다 관광도시 이미지가 강해 유학지로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던 것.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100% 원어민 교사에게서 영어를 비교적 저렴하게 배울 수 있고, 태국의 상류층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태국 국제학교의 장점이 알려지면서 북미권 국가들을 대체할 조기유학지로 급부상했다고 한다. 부모가 동반하는 경우보다는 기숙형 국제학교에 홀로 유학하는 형태가 대부분인데, 현재 태국 국제학교 학생의 1% 정도가 한국학생이다. 국제학교 수가 워낙 많다 보니 아직까지는 한국 학생을 찾아보기 힘든 국제학교도 많다는 게 유학원의 설명이다.

    태국의 국제학교는 학비 및 시설 등에서 학교마다 편차가 크다. 등록금은 대체로 연 900만∼1800만원인데, 300만~500만원 수준인 학교도 일부 있다. 국제학교는 영국계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미국, 스위스, 독일, 싱가포르, 호주 등이다. 영국계 학교로는 1950년대에 설립된 BPS(Bangkok Patana School)가 대표적이다. 미국계로는 ISB(International School Bangkok), RIS(Ruamrudee Int´l School)이 잘 알려져 있다. HIS(Harrow Int´l School), BIST(Bromsgrove Int´l School Thailand), SIS(Shrewsbury Int´l School)는 영국과 미국의 명문학교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이중 BIST는 골프를 학과목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SIS는 디자인 및 예체능 교육을 강조한다. 이밖에 CIS(Concordian Int´l School)는 영어와 중국어를 철저하게 가르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태국의 전 총리 이름을 딴 PTIS(Prem Tinsulanonda Int´l School)는 공동설립자가 왕실 사람이라 국내에 ‘태국왕실국제학교’로 알려졌다. 치앙마이에 있는 이 학교는 입학금 390만원, 보증금 150만원, 연간 학비와 기숙사비가 2300만원 정도다. 규율이 엄격하고 공부를 많이 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IB(국제수능)를 채택하고 있어 미국이나 유럽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식 교육제도 강점…아직 한국인 유학생 비율 낮아

    ‘아프리카 속 유럽’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생활비와 학비가 저렴하고 영국식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현재 케이프타운에만 1000~1500명의 한국 유학생이 체류하고 있다. 그러나 북미나 동남아 영어권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한국인 학생 비율이 낮은 편이다.

    멀긴 해도 프랑스, 스위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학생 비율이 평균 80% 정도이고, 만델라 정권 이후 인종차별 분위기가 약해진데다, 저렴한 비용으로 영어를 집중적으로 배울 수 있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남아공화국을 주목하는 학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필 아프리카 장동훈 대표는 “유럽의 상공계 출신 인재들이 케이프타운에 대거 몰린 뒤로 자연스럽게 학교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고 말한다. 100여 년 전통의 사립학교며, 발레며 음악 등 예체능 수업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진 학교가 많다고 한다. 유럽 유학생 비율이 높은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남아공화국에는 총 2만6000여 개 학교가 있는데, 이중 1100여 곳이 사립학교다. 학생 대 교사 비율은 공립의 경우 33:1, 사립의 경우 17:1 정도.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유학원 관계자들은 한국 학생들이 중·상위권 사립학교를 선호하는 경향을 감안해 중상위권 사립학교 재학생 중 4~5%가 한국 학생일 것으로 추정한다.

    남아공화국의 교육제도는 영국식이다. 기본 학제는 초등 7년, 중등 2년, 고등 3년. 사립학교로는 여학교인 허셀(Herschel), 남학교인 비숍 론데부쉬(Bishops Rondebosch)가 명문으로 꼽힌다. 사립 초등학교는 연간 150만~200만원, 중·고교는 400만~600만원 정도 든다. 공립 초등학교는 이보다 저렴해 50만~150만원, 중·고교는 250만~300만원 정도 예상하면 된다. 장동훈 대표는 “연간 하숙비 1500만원, 귀국에 대비한 과외, 골프 등 스포츠 레슨 등 기타 비용을 추가하면 자녀 1인당 유학 경비로 연 2500만원은 예상해야 한다”고 말한다.

    라우월드 이진경 팀장은 “한국 학생의 경우 3~4년 장기 유학 신청을 냈다가 1~2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늘면서 남아공 내 사립 및 공립학교에서 한국 학생 기피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어가 서툰 한국 학생에게 교사와 학생들이 특별히 애정을 쏟았는데도 어느 날 훌쩍 떠나버리면 그때마다 학교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 때문. 이 팀장은 “그래서 더 ‘장기 유학’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국제학교는 학비가 연 700만~900만 원 선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학비 때문에 빈 자리를 찾기가 수월하다. 보통은 재학증명서나 성적증명서를 제출하고, 인터뷰를 거치면 입학이 가능한데, 최근에는 국제학교에 외국학생들이 몰리면서 영어와 수학 시험을 치르는 곳도 있다.

    필리핀 동남아에서도 최저 비용…징검다리 유학처로 인기

    3~4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인데다 학비나 생활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해마다 3000~4000명이 필리핀으로 향한다. 필리핀의 사립학교는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초등과정 6년(일부 7년), 고등과정 4년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한다. 인구의 90% 이상이 영어를 사용하므로 국제학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학교가 많다. 사립학교 대부분은 학비가 연 500만원 안팎이며 일부 학교는 국제학교보다 좋은 시설을 갖추고도 학비는 국제학교의 20% 수준인 곳도 있다.

    하지만 필리핀에는 우리나라와 달리 중학교 과정이 없어 필리핀에서 사립고를 졸업하고 필리핀 대학이 아닌 외국 대학에 진학하려면 추가적으로 학업을 이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호주, 유럽으로 유학 가기 전에 ‘징검다리’ 삼아 필리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C·C 유학월드 최은미 원장은 “미주나 유럽보다 유학비용이 현저하게 싸다는 게 필리핀 유학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한다. 영어교육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형편상 영미권으로 유학을 보낼 수 없는 경우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보다도 비용이 적게 드는 필리핀을 선택하는 것.

    넥스 굿 유학원 김용안 원장은 “공부 잘하는 학생만 유학을 가는 게 아니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생도 유학 대열에 가세하는 것이 최근 몇 년 사이 두드러진 추세”라고 진단한다. 국내에 그대로 둘 경우 변변찮은 대학에 진학할 게 뻔하기 때문에 그럴 바에야 영어 하나라도 확실히 배워두는 게 낫다는 판단에 자녀를 해외로 보낸다는 것. 또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를 도피성으로 유학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또한 외국에 나가기만 하면 아이가 달라질 거라는 잘못된 기대에서 비롯된 위험한 시도라고 지적한다.

    “국내에서 중상위권이던 학생은 외국에 나가 3개월 만에 수업을 따라잡기도 하지만, 중하위권인 경우 유학을 가도 한국에 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거나 오히려 더 못한 성적이 나오는 예가 많습니다. 결국 유학을 아니 간만 못하고 오히려 현지의 나쁜 환경에 노출될 위험이 큽니다. 성적이 부진하거나 학교 적응 문제로 유학을 고려한다면, 공부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직업훈련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현실적 대안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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