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호

기업형 네트워크병원 일군 메디파트너(주) 대표 박인출

“의료 자유화와 경쟁이 환자에게 더 이익”

  • 김정호 / 자유기업원장 kch@cfe.org

    입력2008-08-02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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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형 네트워크병원 일군 메디파트너(주) 대표 박인출

    <font color=666666><font size=1>●</font> 1952년 서울 출생<br><font size=1 >●</font> 서울대 치과대 치의학 박사 <br><font size=1 >●</font> 단국대 조교수, 서울대 외래교수, 보건산업벤처협회 회장 <br><font size=1 >●</font> 現 메디파트너(주) 대표 <br><font size=1 >●</font> 저서 : ‘환자도 고객이다’ ‘치료전략과 매니지먼트’</font>

    21세기에 가장 유망한 산업은 의료다. 인류의 수명이 길어지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은 다른 어떤 것보다 높다. 아홉시 뉴스에도 건강에 관련된 뉴스가 빠지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런 만큼 좋은 의료에 대한 욕구도 강하다. 풍요로운 시대의 의료는 단순한 기술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풍요로울수록 사람들은 따뜻한 보살핌을 원한다. 의료도 기술적인 치료를 넘어 세심한 보살핌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 감기를 치료하더라도 주사 한 대 놔주고 가는 식이 아니라 환자 사정을 들어주고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이런 치료를 한다고 말해주는 의료를 사람들은 갈구하고 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보살핌은 먼 나라 이야기다. 환자에게 반말하고, 치료와 처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버린 지 오래다.

    말로는 히포크라테스와 허준처럼 세상을 위해서 봉사하는 직업이 의사여야 한다고 배우지만, 실제로는 환자 위에 군림하고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것이 보통 의사의 모습이다. 환자를 왕처럼 대우하는 보살핌의 의료는 상업화라고 매도당하기까지 한다.

    이제 의료도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 새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권위적인 의료가 아니라 환자를 대접하고 보살피는 의료로의 대전환이다. 그리고 모든 패러다임의 변화가 그렇듯이 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서도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그것을 가장 먼저 시작한 사람이 메디파트너(주)의 박인출 회장이다. 선진 의료를 배우려고 1980년대 초 일찍이 미국 유학을 떠났고, 거기서 보살피는 의료에 눈을 떴으며 한국에 돌아와서 그것을 실천했다. 그 시기에 유학 갔던 의사가 하나 둘이 아니었을 텐데, 유독 그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자유로운 사고 때문이었다. 서울대 치의대생 시절 ‘엑스타스’라는 밴드 멤버로 부산에서 가수 조용필과 함께 나이트클럽 연주를 했을 만큼 파격적인 생각의 소유자. 한국의 치과를 삼성전자처럼 세계 1위에 올려놓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남자. 박인출 회장의 의료에 대한 생각과 포부가 어떤지 듣기 위해 청담동의 예치과 본점을 찾았다.

    ‘가장 덜 권위적인 의사’

    김정호 우리나라 의사들 중에서 환자에게 가장 덜 권위적인 사람이 누구일까, 의료를 단순한 기술의 수준을 넘어서 보살핌으로까지 끌어 올린 분이 누구일까 찾다 보니 박인출 대표님이 떠오르더군요. 이 병원(강남 예치과) 건물에 들어오는데 정장 입은 안내원이 ‘발레 파킹(valet parking)’을 해줘서 ‘고객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병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보통병원’과는 다른 병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건 언제, 어떤 이유에서였습니까?

    박인출 1980년에 수련의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 시카고로 갔습니다. 그때 경험한 일련의 일들이 제게는 아주 큰 충격이었습니다. 특히 미국 의사들의 환자에 대한 친절함과 세심함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거기에 비하니 한국의 의료는 너무나 뒤떨어져 있었지요.

    의료분야만큼 공급자가 수요자보다 우월한 정보를 가진 분야가 어디 있습니까? 그 옛날 의사들은 그런 우월한 정보를 이용해 환자들 위에서 군림했죠. 의사에게 있어 환자는 단지 나무람의 대상, 치료 시혜의 대상일 뿐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의사였는데 환자의 나이를 막론하고 반말로 야단을 치곤 하셨거든요.

    김정호 미국의 의사들은 어떻게 다르던가요.

    박인출 환자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설명해주더라고요. 한국의 의료 환경에 익숙한 저로서는 미국 의사들의 그런 행태가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점차 그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환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는 게 맞지요. 그러면서 한국에 돌아가면 환자가 대접받는, 환자 중심의 병원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김정호 그러셨군요. 대표님은 ‘환자 중심 병원’ 이외에도 ‘병원의 파트너십 경영’, 즉 의사 여럿이 동업 형태로 운영하는 병원 개념을 한국에 처음 도입했습니다. 의사들끼리의 동업, 언뜻 생각하면 무슨 이익이 있을까 싶습니다. 개성 강한 의사들이 한 지붕 밑에서 동업을 하다보면 갈등도 컸을 텐데요.

    박인출 하하, 맞습니다. 그런 면도 있습니다. 물론 혼자 하면 모든 이익을 다 가져갈 수 있지요. 그러나 제가 만들고 싶었던 병원은 환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이었습니다. 제 전공은 치열교정인데, 저 혼자 충치, 임플란트 다 맡아 하는 것보다 각자 자신이 잘하는 것을 맡아 전문화하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질 높은 치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들이 모여서 진료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정호 그러면 동업보다는 다른 전공의 의사를 고용하셔도 되지 않았을까요?

    박인출 의사라는 직업이 국가가 인정하고 보호하는 전문직종입니다. 언제든 독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고용을 하게 되면 언제 나갈지 몰라요. 그에 반해 파트너로 지분을 갖고 참여하면 좀 더 책임감 있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고용이 아닌 파트너로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기업형 네트워크병원 일군 메디파트너(주) 대표 박인출

    박인출 대표는 “의료산업을 한국의 새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른쪽은 자유기업원 김정호 원장.

    김정호 대학 동기 네 분이 동업하셨지요? 아직도 예치과에는 초기 멤버 네 명이 함께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인출 예,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2번의 실패가 있었습니다. 친구랑 의기투합해서 강남역 사거리 부근에서 병원을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전세계약을 앞두고 같이 술도 한잔 신나게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니 친구 표정이 매우 어두운 거예요. 무슨 일이냐고 하니 아버지가 친구랑 동업하면 원수 된다고 강하게 반대하시더랍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무산됐습니다. 두 번째는 동업을 시작한 뒤 중간에 뜻이 좀 안 맞아서 그만두게 되었고요.

    김정호 세 번째에 성공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박인출 그때 ‘한국의 의료가 변모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변화에 대비할 새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6개월간을 1주일에 1번씩 꼬박꼬박 조찬모임을 가지면서 생각을 공유하고 기반을 다졌습니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커리어 문제부터 자식교육과 돈 문제까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상의했지요. 그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1992년에 강남 예치과 문을 열었습니다. 그 뒤 10년이 조금 넘는 동안에 네트워크 병원이 전국에 61개로 늘어났습니다.

    김정호 네트워크 병원이라는 것이 당시에는 낯설었는데 어떻게 만드신 겁니까?

    박인출 처음에는 예치과 경영만으로도 벅찼습니다. 건물만 200평(660여m2)에 직원이 몇십명, 그리고 경영이라고는 아예 모르는 의사들…. 하지만 파트너십이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산하게 되면 제곱의 효과를 발산합니다. 예치과는 4명의 파트너가 있었고 우리의 노력은 16배의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고객도 많이 늘었지요.

    그러다가 프랜차이즈 방식을 생각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경영 서적을 보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제가 피터 드러커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나 존 나이스비츠의 ‘메가트렌드’ 같은 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때 유명한 경영 세미나라면 안 다닌 데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네트워크’란 개념이 자꾸 보이더군요. 앞으로는 네트워크 시대가 열리겠구나 싶었습니다. 후배에게 네트워크 개념을 설명하면서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했습니다. 그런 노력 끝에 1994년 여의도에 제2호 예치과가 생겼습니다. 한번 시작하니 어렵지 않더군요.

    ‘고품격 의료 서비스 제공’

    그렇게 3호, 4호가 생겨났고 개별 예치과의 의료 경영서비스를 돕는 병원전문컨설팅회사인 메디파트너㈜도 생겨났습니다. 메디파트너는 현재 61개에 이르는 치과와 한의원, 성형외과, 피부과의 브랜드 프랜차이저라고 할 수 있고, 예 브랜드 병원의 경영, 컨설팅, 교육 등을 지원하고 브랜드를 관리하는 병원경영지원회사입니다.

    김정호 예치과는 이름부터가 고급 의료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데요.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은 없었습니까?

    박인출 우리나라 의료시장은 자유와 경쟁이라는 것이 존재하질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심지어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지역단위의 치과의사 모임에서 가격지침을 전달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그 지침을 안 지키는 의사들은 ‘왕따’가 되기도 했고요. 가격이 똑같고 품질 또한 비슷한, 고만고만한 병원들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환자 들 중에는 미국에 가서 치료도 받고 골프도 치는 의료 관광을 택하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미 미국에서 그런 사람들을 봐왔고 그런 고급의료에 대한 수요를 예치과에서 해결하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예치과의 의사는 고품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정호 그렇다면 예치과가 표방하는 고품격 의료 서비스란 무엇입니까?

    박인출 예치과는 하루에 의사 1명당 진료 환자수가 15명이 넘지 않도록 조정합니다. 최대한 성의 있게 그리고 꼼꼼히 진료를 해드립니다. 치과에 가면 환자가 누워서 치료받는 그 치과 의자부터 다르게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환자는 불편하게, 의사는 편하게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예치과는 그런 것부터 고쳤습니다. 환자가 편안해할 의자를 주문 제작했습니다. 모든 것을 환자 편의 위주로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것이 고품격 서비스의 핵심이지요.

    김정호 그렇지만 의사는 그저 병이나 잘 낫게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 않습니까?

    박인출 ‘메가트렌드’라는 책에 보면 ‘하이테크, 하이터치’란 말이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환자와의 관계, 환자에 대한 보살핌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저만 해도 가끔 건강검진 가면 화면만 보고 얘기하는 의사들을 보고 ‘저건 아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몸에 관한 얘기를 하는 거라면 당연히 환자인 저를 보고 얘기해야죠.

    기업형 네트워크병원 일군 메디파트너(주) 대표 박인출
    김정호 보살핌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군요.

    박인출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의학, 의술, 의료가 모두 같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서로 엄연히 다른 말입니다. 의학이란 병을 낫게 하는 과학이고 의술은 병을 낫게 하는 기술입니다. 그리고 의료는 병을 낫게 하는 데 관여하는 모든 것을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말입니다. 저는 기존의 의사들이 의료를 의학과 의술의 개념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의료는 ‘돌봄(Care)’의 개념이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합니다. 예치과 네트워크의 핵심은 ‘Care’입니다. 그래서 가맹점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원장의 태도입니다. 평가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타인에 대한 태도가 좋은 분이 예치과에 잘 맞는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정호 한때 예치과의 그런 특이한 병원운영 때문에 의료소송도 있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박인출 예, 제가 워낙 고객 위주의 병원을 고집하다 보니 고전적 프로페셔널리즘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분들과 충돌이 있었습니다. 치과 진료 때 윙윙 이 가는 소리가 괴롭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 환자분들의 신경을 분산시키려고 발 마사지사를 고용해 마사지를 해드린 적도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좋고 나쁘다’는 차원을 떠나서 고객이 와서 편안할 수 있다면 뭐든 하자고 생각합니다. 그게 바로 저만의 프로페셔널리즘입니다. 그런 것들이 고전적 프로페셔널리즘을 가진 분들께는 ‘돈 벌려고 별짓 다하는구나’ 이렇게 비친 겁니다. 다행히 그 소송은 잘 풀렸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의료가 많이 바뀌어서 제 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예치과를 이상하게 보는 분도 거의 없습니다.

    김정호 그런데 예치과 네트워크에 계신 가입자에게 프랜차이즈 비용은 받으시나요?

    박인출 물론입니다. 저희가 병원 경영 전반부터 직원 교육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해드리니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요.

    ‘영리병원에 대한 괴담’

    김정호 우리나라 의료법에서 그런 영리 활동이 가능합니까?

    박인출 물론입니다. 요즘 의료 분야에서 영리활동에 관한 괴담이 떠돌고 있지요. 영리 병원이 생겨서 우리나라 의료를 망칠 거라는 괴담이 떠도는데 우리나라 의료는 이미 다 영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다니는 병원 중에 치료비 안 받는 병원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영리활동을 안 한다면 정부는 왜 그렇게 병원에서 세금을 걷어가겠습니까?

    김정호 그러면 요즈음 영리병원에 대한 논란은 엉뚱한 것을 두고 하는 것이군요.

    박인출 그런 셈이지요. 사람들은 영리성 병원이라고 하면 우리나라에 없는 새로운 것이 생긴다고 오해하는 것 같습니다. 영리성 병원과 비영리성 병원의 차이는 이익이 생겼을 때 그 이익을 주주에게 배분하느냐, 아니면 재투자와 적립금으로만 사용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환자에게 치료비를 받고 이익을 창출하는 영리 행위는 그 두 형태의 병원 모두 다 하는 것입니다.

    김정호 그렇다면 영리성 병원이 허용되면 투자자들이, 그러니까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의료산업에 참여할 수 있겠군요.

    박인출 예, 그렇습니다. 현재 병원을 설립하는 데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의사가 자기 자본으로 설립하는 것, 은행으로부터 차입하는 것, 그리고 제3자로부터 투자를 받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기 자본으로 설립하는 경우는 워낙 소수이고 별문제가 안 됩니다만, 은행으로부터 차입할 경우 바로 다음달부터 돈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이 상당합니다. 첫 달부터 병원이 수익을 내야 하는데 의사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제3자에게 투자를 받으면 그런 부담 없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합니다. 저는 영리병원 허용은 병원 설립에 있어 자본조달방식을 한 가지 추가하는 데 지나지 않다고 봅니다. 영리병원이라는 용어 자체가 오해를 불러옵니다. 영리병원보다는 출자개방형 병원이라는 용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정호 그런데 많은 사람은 영리병원이 영화 ‘식코’가 보여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반대합니다. 영리병원이 소비자에게 주는 혜택은 없습니까?

    박인출 먼저 이것부터 말씀드리죠. 대부분의 국민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병원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의사뿐이라는 것 알고 계십니까? 의사면허증에는 진료 독점권, 영리의료사업 독점권이 있습니다. 의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료사업에 투자조차 할 수 없다는 것, 의사만이 의료사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의사의 의료사업 독점권은 우리나라 개인 병원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큰 원인입니다.

    두산이나 삼성에 입사하는 모든 신입사원은 CEO가 되겠다는 꿈을 꾸면서 입사합니다. 그러나 병원에 입사하면 그 꿈은 불가능합니다. 오직 의사만이 병원의 장(長)이 될 수 있습니다.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의사는 어느 날 병원장이 되어 경영을 하는데, 왜 경영학과를 나온 친구는 의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병원장이 될 수 없습니까? 이것이 우리나라 병원의 경쟁력을 취약하게 만드는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김정호 그건 저도 여태까지 몰랐던 사실입니다. 그럼 병원비가 비싸질 거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인출 그 문제에 대해 가장 많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리의료법인병원이 허용되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품질과 가격을 제공하는 병원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병원이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혜택을 보는 건 소비자입니다. 미국의 경우 치열교정기업인 OCA와 안과 라식기업인 TLC의 출현으로 서민이 저렴한 비용으로 치열교정과 라식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대규모 자본으로 체인을 만들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의료기구를 공동구매하는 기업식 운영으로 비용을 대폭 줄이니 치료비가 자연스레 낮아진 겁니다. 물론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이런 서민형 병원뿐 아니라 고급의료를 추구하는 병원도 몇 곳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모텔이 수없이 많고, 별 6개짜리 특급 호텔은 몇 개 되지 않듯이 병원 쪽도 비슷하게 편성될 겁니다. 그것만큼은 인정해야지요.

    김정호 지금 현재 예 네트워크가 치과, 성형외과, 피부과, 한의원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분야들입니다.

    박인출 맞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시장경제가 작동할 여지가 더 크다 보니 경영의 필요성도 더 절실합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내과도 해볼 계획입니다.

    김정호 내과는 건강보험 때문에 의료 수가 통제가 심할 것 같습니다만.

    박인출 대부분의 의사들이 가격통제가 강하게 실시되면 경영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전 그런 생각을 바꾸는 병원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의료 수가 규제를 받으면서도 서비스는 좋고, 수익도 창출하는 병원 말이지요.

    김정호 요즈음 의대 학생들이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로만 몰린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면에선 건강보험 때문에 돈벌이가 안 되는 외과나 산부인과 같은 곳은 젊은 의사를 구할 수가 없다는 말도 들리더군요.

    박인출 예, 사실입니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분야는 외국인 의사들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외·산·소라는 것이 의료의 밑바탕을 이루는 기간의료라서 삶의 질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건강보험의 불합리성 때문에 기간의료제가 침체되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김정호 그럼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건강보험의 해법은 무엇입니까?

    박인출 저라고 정답을 알겠습니까. 그러나 한 가지, 의료보험도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보험의 기여도는 충분히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제 진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환자들의 의료욕구가 점점 다양해지고 높아가는데 그 욕구를 건강보험이라는 획일적인 틀 안에 수용하기는 이제 힘들다고 봅니다.

    김정호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받게 되어 있는데요. 그런 당연지정제에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박인출 병의원이 보험 환자를 받을지 말지에 대해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많은 분이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의사들이 건강보험과 계약을 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병원비가 어마어마하게 비싸질 거라고 하시는데요. 하지만 제가 의사로서 단언컨대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정호 당연지정제가 폐지되어도 지금의 건강보험으로 갈 수 있는 병원이 남아 있을 거라는 말씀인가요?

    박인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존 건강보험을 취급하지 않을 경우 살아남을 수 있는 의사는 현재로서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앞으로는 나올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는 고급의료에 대한 수요는 사실 굉장히 적습니다. 의사들이 다 거기에만 매달릴 수는 없습니다.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더라도 대부분의 병원은 계속 건강보험공단과 계약하려고 할 겁니다.

    중국, 베트남, 일본 진출

    기업형 네트워크병원 일군 메디파트너(주) 대표 박인출

    박인출 대표는 예치과 본점 건물에 직원과 손님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 겸 와인바를 차렸다.

    김정호 다른 나라의 사례가 있습니까?

    박인출 일본이 그렇지요. 대부분의 병원이 국가 보험환자와 비보험 환자를 동시에 봅니다. 또 크로아티아의 경우는 병원들이 국가와 의료보험 계약을 하려고 로비도 합니다.

    계약제로 하면 또 다른 이점이 있습니다. 부당청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모든 병원이 건강보험공단과 강제적으로 계약을 하게 되어 있고, 부당청구를 해도 그 계약을 파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계약제가 된다면 한번 부당청구로 적발된 병원은 건강보험공단이 계약을 끊게 되겠지요. 당연히 병원들도 부당청구를 하지 않게 될 겁니다.

    김정호 현재 예 네트워크의 해외 진출 상황은 어떻습니까?

    박인출 중국, 베트남에는 이미 진출했고요, 이번 8월에 일본 예치과가 오픈 합니다. 블라디보스토크부터 키르기스스탄까지 전세계에서 제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김정호 다른 나라의 의료 산업과 의료 환경은 어떻습니까?

    박인출 최근 중국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00년 의료개혁을 시행한 후 민간부문 의료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국영병원도 건재하고 또 그곳에 분야마다 수백명의 전문의가 있는 것도 중국의 강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주목할 곳은 민간 영리 병원들입니다. 중국 민간병원들은 불과 몇 년 만에 급성장하여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우리나라를 추월했습니다. 특히 ‘아이얼’ 안과는 외부 투자를 받아 중국 전역에 체인을 만들었는데요, 그 기술력과 서비스의 질이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설립자인 천방도 ‘포브스’가 선정하는 중국 300대 부자에 들만큼 큰돈을 벌었습니다.

    김정호 중국 의료산업의 성장이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박인출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한국과 중국 사이에 의료 분야를 놓고 FTA가 발효된다면 우리 의료는 상당부분 자리를 내주어야 할지 모릅니다. 만일, 머지않은 장래에 중국이 한국에 전면 의료개방을 요구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가 의료 개방을 안 하면 공산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조건을 내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의 의료시장은 이미 개방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예치과도 진출했고 SK도 아이캉 병원으로 중국에 진출해 있는 거지요. 우리도 개방했으니 한국도 개방하라고 요구할 때 우리로서는 할 말이 없는 겁니다.

    김정호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이군요.

    박인출 그렇습니다. 그렇게 요구를 해오면 우리로서는 거부할 명분이 없습니다. 힘없이 의료가 개방되고 말겠지요. 지금 중국에서는 치과펀드만 해도 1조원짜리가 개설되어 있습니다. 그 어마어마한 자본력에 지금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병원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고, 한국 의료산업은 아이덴티티를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김정호 개방의 위협은 좀 과장된 면도 있는 것 아닌가요?

    박인출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한중 간에 의료 개방의 불평등은 엄청납니다. 중국은 한국 병원의 설립이나 의료 자본 유입도 허용합니다. 심지어 한국 의사들에게 베이징 이외의 지역에서는 시험도 없이 면허를 내주고 있습니다.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지요. 중국의 위생국 관리들이 한국도 언젠가는 의료개방을 해야 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의료계는 이런 중대한 문제를 코앞에 두고 현실을 벗어난 이념논쟁만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의료 산업화와 영리병원 개설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에게 중국에 한나절만 가보자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중국에 막상 가서 보면 정말 무섭습니다. 정말 국익이 걸린 문제입니다.

    김정호 우리도 의료 개방을 하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박인출 한국인이 참 저력 있는 민족입니다. 박세리, 박찬호, 최경주, 김연아, 박태환 다 한국인이 할 수 없을 것 같은 영역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저는 의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여드리는 이 ‘아포로니아’라는 잡지는 일본의 치과 전문지인데, 거기에 제가 일본치과계에 영향을 끼친 2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습니다. 제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이 공세적으로 나서면 못 할 일이 없음을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저는 치과는 세계 최고, 의료는 세계 4강을 목표로 한국 의료산업이 뛰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김정호 대표께서 좋아하시는 인물이 광개토대왕이라고 들었는데요.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대표께도 그 진취적인 기상과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이 느껴집니다. 예치과가 세계 먼 곳까지 진출하기를 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동아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인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중국에 다녀와서 ‘십년 후에 먹고살 것 찾자’고 했다지요. 저는 그 해답이 지식서비스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가 앞서 있는 분야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산업화가 이뤄지지 않아 문제였지만 그거야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보면 되는 거지요.

    일본은 이미 내각부에서 의료, 교육, 개호(介護) 산업에 기업이 참여하면 GDP가 0.9%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의료를 복지정책 차원에서 접근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의료, 경제 활성화 주역으로서의 의료도 중요합니다. 그런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막말로 지난 몇 년간 머리 좋은 사람들이 의대, 치대 얼마나 많이 갔습니까? 그 사람들 많이 써먹어야죠. 하하.

    김정호 오늘 잘 모르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료 시장주의자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박인출 회장은 아주 젊어 보였다. 밖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는 의사보다는 성공한 벤처 사업가 쪽에 더 가까웠다. 생각해 보니 지난 20년간 그가 해온 일과 잘 어울리는 외모인 셈이다.

    지난 20년간 그가 해온 일은 모험적인 사업들이었다. 환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치과의사들을 동업으로 엮어낸 것. 의사 위주의 의료를 환자 위주로 바꾼 것. 동네 치과의원들을 프랜차이즈 형태로 만들어낸 것. 한국의 의료를 가지고 외국으로 진출한 것. 그의 성공을 있게 한 이런 모험들이 멋진 그의 외모도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의 멋은 병원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병원 입구에서 제복 입은 안내원이 발레 파킹을 해줄 때는 마치 고급 호텔이나 일류 식당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병원 실내는 잘 꾸며져 있었고, 직원들도 정장을 입어 단정했다. 환자를 편하게 해주려는 세심한 손길이 모든 곳에 스며든 느낌이었다.

    기업형 네트워크병원 일군 메디파트너(주) 대표 박인출
    김정호

    1956년 서울 출생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환경대학원 수료

    미국 일리노이대 석·박사 (경제학), 숭실대 박사(법학)

    한국산업경제연구원, 한국지방 행정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 근무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겸임교수

    現 자유기업원 원장

    저서 : ‘땅은 사유재산이다’ ‘7천만의 시장경제 이야기’(편역) ‘갈등하는 본능’ 등
    하지만 그를 만나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내가 듣고 싶은 것, 즉 의료에 관한 시장경제적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의료에 대해서는 오해가 너무 많다. 영리병원을 도입하면 사람들이 죽어갈 것이라는 괴담까지 떠돌 정도다. 나는 그 생각이 틀렸음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료에서도 자유와 경쟁이 소비자에게 이익이 됨을 말해줄 의사가 필요하다. 박인출 회장은 내 그런 욕구를 100% 채워주었다. 여기에 모두 싣지는 못했지만, 그는 중국과 일본, 미국의 의료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제 사례를 통해 의료의 자유화가 소비자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의료가 미래의 유망 산업이라고 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또 한국이 그 의료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다는 말도 수긍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말대로 머지않은 장래에 대한민국이 치과는 세계 1위, 의료는 세계 4위가 되었을 때, 가장 큰 공은 보이지 않게 그 길을 예비하고 있는 박인출 회장에게 돌려야 할 것이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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