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호

스페인독감, 식민지 조선을 휩쓸다

[옛날 잡지를 보러 가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20-01-31 17: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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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가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반도에서도 전염병으로 인한 대규모 사망 사태가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102년 전 스페인독감이 식민지 조선을 휩쓸었는데요. 인구의 38%가 ‘서반아감기’ 환자가 됐고 14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신동아 2007년 4월호가 발굴한 대재앙의 기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1918년 스페인독감이 세계를 강타했다.

    1918년 스페인독감이 세계를 강타했다.

    1918년 조선총독부 통계연감에는 당시 국내 759만 인구의 약 38%인 288만4000명이 스페인독감(서반아감기) 환자가 됐고 이 중 14만명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있다. 전체 인구의 0.8%, 100명 중 1명꼴로 죽은 셈이다. 당시 기록을 보자. 

    “9월에 이미 서울에 환자가 나타났고 10월에 전국적인 유행이 절정에 달해 공사립학교와 사숙은 휴학, 각 관청과 단체에서는 시무를 보지 못했다. 11월 들어서는 개성군의 경우 다른 때의 7배의 사망률을 보였고, 충남 서산지역은 8만 명의 인구 중 6만4000명이 질병에 걸렸으며 매일 100명 이상 150명씩 사망하여 사망자를 처리할 사람이 없었다. 일반 농가에서는 사람이 없어 추수를 못한 논이 절반 이상이다.”(총독부 연감) 

    “유행 감기로 인하야 창궐되는 악성 감기는 아직도 감퇴되는 모양이 없어서 인천 같은 데는 요사이 날마다 20명의 사망자가 생기어 날마다 발인 없는 날이 없고, 각 절에는 불시에 대번망(大繁忙)을 이루는데 이 감기에 대한 예방칙은 전혀 없고 다만 감기에 걸리지 않기만 바라는 바이다.”(매일신보, 1918년 11월3일) 

    “감기가 의주, 신의주, 용암포, 철산, 정주, 박천, 희천, 진남포, 성천군, 중화군, 강동군, 개천군, 통강군, 강서군 등 평안도 각 군에 전염되어 많은 사망자를 냈다. 포병공장에서도 7000명이 결근하였고, 철도원에서도 7500명이 결근하여 운송에 차질이 생겼다. 공주에서도 1만1800명이 감기에 감염됐고, 목포의 경우는 총인구 4531명 중 580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원산에서는 1만 명이 걸렸다.”(매일신보, 1918년 11월9일자) 

    매일신보는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매일같이 전하고 있다.



    독감에 전멸된 우체국

    11월11일 : “독감이 들거든 이렇게 조섭하라. 앓는 이를 딴 방에 거처하게 하고, 다른 사람은 곁에 가지 아니하도록 주의를 할 것이요, 환자가 쓰던 침구와 자리 옷 같은 것은 볕을 쏘여 소독하고. 방도 자주 쓸어 정하게 하고, 가끔 공기를 갈고, 볕을 쏘이도록 하여야 하는 것이다. 유행 감기로 인하여 개성은 사망자가 평시의 7배나 되었다.” 

    11월12일 : “경기도 경무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성에서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이 268명인데 그중에서 조선 사람이 119명이며 나머지는 일본인이다.” 

    11월13일 : “지방에서는 유행감기가 아직 여전하다. 진주에서는 도장관 이하 감기투성이며, 평양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기로 고생한다. …평북에도 근 2만명의 환자를 내었고…출정군인이 독감에 고생…진남포 지방에서는 이 감기의 원인은 독일에 있던 감기로 독일이 일종 독와사(毒瓦斯, 독가스)를 발명하여 퍼뜨렸는데, 전쟁지에서 그 감기에 걸린 자가 만주로부터 조선을 거쳐 들어와서 그 사람이 병독을 전파하였다.” 

    11월14일 : “악성 감기의 창궐로 인하여…지방 우체국 중 국원이 전멸되어 다른 곳에서 응원자를 파견케 하는 곳은 평남 개천군 우리, 충암 아산 우편국, 인천 전화계, 김천우편국으로 거의 전멸이 된 곳은 풍산, 갑산, 박천, 용암포, 공주, 삼수의 각 우편국이다.” 

    11월16일 : “충청남도 지방은 독감으로 인하여 수확이 극난(極難)한 지경이다. 삼중현(三重縣) 조우정(鳥羽町) 시직약점(矢織藥店)에서는 악성감기가 창궐하여 약이 평일보다 썩 잘 팔리는 기회를 타서 정가 20전의 감기약을 35전에 파는데 이 까닭으로… 직공 약 500여 명이 벌떼같이 일어나서 그 근처에 있는 상점을 음습하였다.” 

    11월28일 : “충북 각 군과 충남 서산 지방의 유행성 감기는 오히려 맹렬하여 자꾸 창궐되는 바 지금껏 추수도 못하였다.” 

    12월3일 : “서산 1군에만 8만명의 독감 환자가 있고, 예산·홍성서도 야단이다. 감기로 사망한 사람이 감기가 처음 발생한 때로부터 2000명이나 된다.” 

    2005년 4월 열린 ‘신종 인플루엔자’ 대비 모의 훈련. 

    12월4일 : “뉴욕에서 전하기를 남아프리카주에서는 돌림감기로 죽은 사람이 5만명에 달하였다.” 

    12월27일 : “런던 로이터 특전을 거한 즉 타임스 신문기자가 말하기를 유행성 감기로 3개월간의 사망자 600만인이고, 5년간의 대전쟁에는 2000만인이 사망했으므로 이번 감기가 전쟁보다 다섯 곱절이나 맹렬하다고 했다. 이에 감기에 전염되는 분수로 사년 석 달을 치면 1억800만 명의 사망자를 낼 것이다고 분석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을 맹타한 스페인독감은 1919년까지 이어져 매일신보 2월4일자는 “돌림감기는 요사이 다시 동경지방에 창궐하여 상류가정까지 침로(侵路)하여 원총리 대신, 내전외무대신, 고교대장대신 등도 병에 걸리어 치료하는 중이며 이번에는 증세가 더욱 험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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