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결혼은 상호 존중으로 인간 존엄성·가치 지키는 과정”

곽진만 가정평화협회 세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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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24-02-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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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날 자유·인권 본질적 가치 위협받아

    • 인류가 지켜야 할 핵심 가치 ‘인간의 존엄성’

    • 인류는 남성과 여성 조화에 의해 존재

    • 가정은 평화 출발점이자 영성 함양 토대

    • 가정 근본 가치 회복하는 운동=축복운동

    곽진만 가정평화협회 세계회장. [조영철 기자]

    곽진만 가정평화협회 세계회장. [조영철 기자]

    인류는 전례 없는 물질적 풍요 속에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달로 일상의 대전환을 맞고 있다. 급속한 기술 발달은 우리를 어떤 세상으로 인도할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어쩌면 인류는 당초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일상의 편리함을 넘어 예기치 못한 새로운 변혁에 직면할 수 있다. 사회구조를 송두리째 바꿔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맞닥뜨릴지도 모를 일이다.

    벌써부터 세계 곳곳에서는 이러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AI 발달로 일자리가 감소하고, 무분별한 딥페이크와 가짜 뉴스가 범람한다. 이는 사람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인간관계 단절을 야기하기도 한다. 공허함과 외로움, 상실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수도 점차 늘어가고 이들은 취향과 생각의 공통분모를 찾아 연대한다. 과거 인류는 가족을 통해 안정감을 느껴온 데 비해 오늘날 인류는 생각과 가치관, 자신이 선택한 성(性)정체성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 안정감을 느끼기에 이르렀다.

    가정의 존립 위기 맞은 인류

    개인의 생각과 가치관 변화로 인해 가정의 위상은 불과 수십 년 사이 급격히 추락했다.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려되는 점이 적지 않다. 가정의 위기는 부모의 역할과 설 자리를 빼앗고, 출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며, 남녀의 결합조차 불필요한 행태로 치부하게 한다. 오늘날 심각한 저출산으로 국가 존폐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의 위기는 가정의 위기로부터 비롯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찌감치 가정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공동체인 가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2017년 12월 가정평화협회는 하나님이 중심한 가정을 기반으로 인류 보편적 원칙과 가치로 영적 의식을 고양함으로써 지속적인 평화 세계 실현을 사명으로 창설됐다.

    곽진만 가정평화협회 회장은 당시 환영사에서 “가정과 평화는 인류의 오랜 희망을 담고 있다. 가정은 평화의 출발점으로서 개인 차원이 아니라 가정 차원에서 영성을 고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8일 곽 회장을 만나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여러 위기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그리고 가정평화협회에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서구문명으로부터 페미니즘이 확산되고, 저출산 현상까지 심화하면서 우리 사회에 가정의 의미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나요.

    “안타까운 현실이죠. 20세기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사이에 각국이 안보·사상적으로 대립하는 시기였습니다. 대립의 핵심은 유신론과 유물론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이 시기 세계는 빈부·세대·성별 간 갈등과 격차가 확대됐고, 자유·인권·평등의 가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됐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자유와 인권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고 왜곡하면서 갈등을 심화했다는 점이에요. 일례로 워키즘(깨어 있는 시민)의 경우 그 출발은 평등과 정의로운 삶의 권리를 추구하는 데 있었지만 이제는 성소수자 정체성의 정당화와 확산을 추구하고 있죠.

    이런 분위기 속에 우리가 지켜야 할 핵심은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미국 독립선언서를 보면 인간은 창조주로부터 자유·생명·행복 추구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고 명시돼 있어요. 그러면서 시민이 그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를 구성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죠. 만일 정부가 이 가치를 침해하면 시민은 새 정부를 수립할 수 있어요. 이는 인류가 절대왕정 시대를 벗어나 자유민주주의 시대로 전환한 증거이며, 중대한 역사적 사실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시대를 이끄는 중요한 사회구성체가 바로 ‘가정’입니다. 가정은 부부의 사랑으로 시작돼 부모의 사랑, 형제자매의 사랑을 통해 사회의 정체성을 구현하는 핵심 요소예요. 가정은 인간이 세상에 나와 처음으로 존엄성을 배우고, 인성을 기르며, 사랑과 배려를 체득하는 곳입니다. 이러한 가정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고 공격받는 현실이 참 안타까워요. 가정평화협회는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가정 해체 현상’을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이에 적극 대응하고자 합니다.”

    가정평화협회는 결혼을 중시하는데요. 결혼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결혼이란 인류 절반을 대표하는 남성과 다른 절반을 대표하는 여성이 하나 됨으로써 조화를 이뤄 발전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생명을 창조하는 위대한 여정이자 하나님의 축복입니다. 역사를 보면 이 세상 모든 만물은 플러스와 마이너스의 상호 보완으로 존재하고 발전해 왔어요. 세계 각국 다양한 문화 속에도 인류 보편의 공통점이 존재하는 이유는 창조주 하나님의 존재 방식이 그러하기 때문이에요. 다른 신앙들도 음양의 조화에는 동의합니다.

    인간이 이타적 존재임을 전제로 할 때, 남성과 여성의 생물학적 차이는 하나님의 축복이 아닐 수 없어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채우는 소중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죠. 인간은 남성과 여성의 조화 없이는 존재하기 어려워요. 물론 결혼하지 않고 남녀의 성적 결합만으로도 생명이 태어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지기란 힘든 일입니다. 남편과 아내의 무한한 사랑과 책임은 자녀를 낳은 후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으로 변모하죠. 그 사랑으로 자녀를 책임질 때 비로소 안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또 올바른 성인이 됐다고 할 수 있어요. 다시 말해 결혼과 출산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축복이 아닐 수 없어요.”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통시 관점에서 인류 정체성 확보해야

    가정평화협회에서 결혼과 함께 강조하는 ‘글로벌 정체성’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체성은 자신이 만드는 것일까요. 아니면 주어지는 것일까요. 많은 사람이 정체성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정체성은 상대방에 의해 주어지는 것입니다. 부모 없이 내가 자녀일 수 없고, 자녀 없이 내가 부모일 수 없죠. 또 남편 없이 아내일 수 없으며, 동생 없는 형도 있을 수 없어요. 정체성은 상대에 의해 주어지고, 나는 그 정체성에 부여된 기대를 채움으로써 그 정체성에 따라 살아가죠.

    이렇게 볼 때 사람들에게 주어진 공통의 정체성이란 무엇일까요. 인류의 뿌리인 창조주 하나님의 자녀라는 점입니다. 이것이 바로 ‘천부인권’ 개념을 탄생케 했어요. 특히 유대-기독교의 전통에 따라 미국에서 천부인권 개념이 꽃을 피워 자유민주주의를 확산했고, 오늘날까지 천부적 인권과 자유, 평등을 추구하게 했죠.

    오늘날 사람들은 개인의 의지 혹은 국가나 기관의 규정에 따라 자기 정체성을 세우는 경우가 많아요. 너와 나를 나누고, 국가와 인종을 나누며, 신앙의 기준을 나눠 가변적 정체성을 갖게 하죠. 이는 상대를 향한 배타성을 낳고, 배타성은 갈등을 야기합니다. 인류는 글로벌화하면서 내 민족과 국가뿐 아니라 세상 전체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어요. 이제는 통시적 관점에서 인류의 정체성을 하나의 근원자로부터 시작된 하나의 가족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결혼을 축복식이라 하는데 그렇다면 가정평화협회가 주도하는 결혼 문화 운동을 ‘축복운동’이라고 해석해도 될까요.

    “정확한 표현입니다. 결혼은 하나님이 자녀인 인간에게 허락한 가장 아름다운 축복의 하나입니다. 모든 인간은 결혼으로 이뤄진 ‘가정’ 안에서 태어나 성장하며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 인류가 경험해 온 것이며 영원히 그러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결혼을 성스럽게 표현해 ‘성혼 축복식’이라고 불러요. 나아가 성스러운 가정을 만드는 운동을 ‘축복운동’이라고 하지요. 오늘날 세계가 잃어가는 가정의 가치를 회복하는 운동이 될 것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국가와 신앙, 인종을 넘어 함께 새로운 문명 세계를 만드는 운동으로 확산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가정은 보편적 가치 실현하는 핵심 공간

    가정평화협회는 영성과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는데, 이를 가정과 관련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영성이란 인간을 동물과 구분 지을 수 있는 가장 존엄한 인간의 능력을 말합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영성지능’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자신과 타인, 주변과 관계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삶의 목적과 의미를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영성을 가진 인간은 동물과 달리 문명을 개척했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해 왔어요. 인간은 때때로 교만해져 보편 가치를 무시하고 상대 가치를 추구하지만, 결국 그런 것들이 인간을 불행하게 해요. 상대 가치는 영원하지 못해 시간이 흐르면서 변질되고, 더 큰 권력 앞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정은 인간의 근본 터전이며, 영성을 기본으로 보편 가치를 추종하며 유지돼요. 인간은 가정에서 소중한 존재와 사랑을 나누며 상호의존관계 속에 영성을 고양합니다. 이는 가족 구성원이 한 사회의 시민이 될 때 나라와 사회를 구성하는 바탕이 되죠. 그래서 가정평화협회의 사명선언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정평화협회는 하나님 중심의 가정에 기초한 보편적 원리와 가치를 통해 인류의 영적의식을 고양한다.’

    가정은 이러한 가치를 배우고 실천하는 첫 번째 학교인 셈입니다. 가정에서 우리는 사랑받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며, 가정을 성스러운 관계의 집합으로 만듭니다. 가정에서 실현된 영성은 사회로 확장되며, 개인이 사회적 존재로서 영성을 실천하고 발전하는 데 기여해요. 이 과정을 통해 보편적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죠. 결국 가정은 단순히 사회의 기본 단위가 아니라, 영성을 키우고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핵심 공간입니다.”

    서구 문명은 기술 발달을 선도해 왔지만, 오늘날 자유와 인권에 견해 차이를 보이는 성정체성 문제 등의 확산으로 윤리적 갈등을 부추기는 실정입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엄밀히 말해 서구 문명은 기술 발달만 선도해 온 것은 아닙니다. 서구 역사를 이끌어온 유대-기독교적 가치관인데, 이는 미국의 건국으로 구체화됐고, 이후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에 하늘이 부여한 인권과 자유, 평등의 개념을 보편화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서구 문명이 인류에 기여한 진정한 가치입니다. 이에 반해 무신론적 유물론적 가치관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등을 형성해 절대적 천부인권을 무시한 채 상대적 가치관을 형성했지요. 세상을 언제나 둘로 갈라서 갈등하게 만드는 우를 범했어요. 유산자와 무산자를 투쟁하게 만들었고, 남성과 여성을 나누는 젠더 이데올로기를 형성했고요.

    무신론적 유물론적 사관, 공산주의가 두려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혈연 중심의 가족이에요. 그들은 사회주의에 적합한 인간으로의 의식 개조를 위해 혈연 중심의 가족을 완전히 해체해야 한다고 봤죠. 오늘날 상대주의 가치관은 사랑과 성, 결혼과 가족 등 고귀한 불가분의 개념을 분리하고, 개인의 생각이나 취향에 따라 모든 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합니다. 마치 사회 전체를 질풍노도의 사춘기 청소년으로 만들어 놓으려는 것 같아요. 이는 선도해야 할 내용이지 결코 인정하거나 제도화를 통해 고착화해서는 안 됩니다.”

    곽진만 가정평화협회 회장은 2017년 세계협회 창설 이후 6년여간 인류 보편의 가치와 가정의 중요성을 널리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조영철 기자]

    곽진만 가정평화협회 회장은 2017년 세계협회 창설 이후 6년여간 인류 보편의 가치와 가정의 중요성을 널리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조영철 기자]

    저출산은 가치관 변화와 기성세대 잘못

    가족 해체 문제는 출산율 감소로 이어졌다. 한국 합계출산율은 전 세계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1970년 4.53이던 합계출산율은 1983년 2.06으로 10여 년 사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후 2000년 1.48, 2010년 1.23, 2021년 0.81로 최근 20여 년간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2022년 0.78을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곽 회장은 저출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가치관 변화와 기성세대의 잘못을 지목했다.

    현재 출산율이 0.78로 역대 최저인데, 청년세대가 결혼의 의미를 잃고 출산을 원치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2023년 출산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0.78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요.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람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지만 아주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청년세대가 결혼의 의미를 잃은 이유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으나, 앞서 말한 젠더 이데올로기나 워키즘의 영향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돼요. 기성세대가 신경 쓰지 않는 사이 젊은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여러 집단 속에서 파행적 사상을 공유하고 있어요.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거죠.

    경제 문제를 지목하는 이들도 있죠. 한국 사회는 모든 문제의 근원을 경제 문제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어요. 2021년 11월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한국을 비롯해 17개 선진국 성인 1만9000명을 대상으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가치는 무엇인지’ 물었어요. 응답자들이 첫째로 꼽은 가치는 가족(38%)이었지만 한국인은 ‘물질적 풍요’를 삶의 가장 큰 의미로 꼽았어요. 가족은 건강에 이어 3위에 그쳤고요. 지금 이 시간에도 남반구의 여러 저소득 국가에서는 결혼과 출산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어요. 오히려 북반구의 고소득 국가에서 출산율이 훨씬 낮아요. ‘돈이 없어 결혼을 못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저출산은 경제 문제라기보다 기성세대의 실수 때문이라고 봐요. 1950년대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한국은 오직 성장을 목표로 달려왔습니다. 지금도 경쟁으로 점철된 입시제도, 경제적 성공에 매몰된 사회 분위기가 사람들을 절벽으로 내몰고 있어요. 또한, 기성세대가 가족부양을 힘들어하고, 황혼이혼을 꿈꾸며 자유를 갈구하는 모습에서 젊은이들은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으려는 반발심을 느끼는 건 아닌지 기성세대가 깊이 생각해 볼 과제입니다.

    해법은 간단합니다. 인간의 삶과 행복의 근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해요. 가족의 가치와 의미를 모든 영역에서 다시 강조해야 합니다. 각 정당, 시민사회, 학교, 미디어, 신앙 단체 등 모든 곳에서 젊은이들이 삶의 우선순위를 바꿀 수 있게 도와줘야 하죠.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적 가치관의 전환을 통해 가정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가치를 재확립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경쟁체제의 사회 분위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 이가 늘고 있다. 특히 교육 문제에서 기성세대가 공통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1월 17일 발표한 ‘2023년 교육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입에서 가장 많이 반영해야 하는 것’에 대해 ‘인성·봉사 활동’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7.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특기·적성’(26.0%), ‘수능’(25.4%) 순이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수능’이 1위를 차지했는데 지난해에는 3위로 두 계단 하락해 사회 인식 변화를 드러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학 입학에 가장 많이 반영해야 하는 요소로 ‘인성’이 ‘수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만큼 인성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요.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장소를 넘어, 가정에서 형성한 자아를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실현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이죠. 갈수록 학교폭력, 교사 폭력, 학생의 교사에 대한 폭력 등은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이는 문제를 인식하는 기준이 무너졌음을 반영해요. 인성은 가르침으로 습득되는 것이 아니에요. 부모로부터 배우는 희생적 사랑, 형제·자매로부터 배우는 배려와 우애, 근본적 양심이 어우러져 강화되는 것입니다.

    대학 입시에서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인성의 가치를 중시하지만, 그 가치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의미해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영성적 존재로서 사랑, 배려, 존중을 배우고 이는 학교와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죠. 그러니 학교에서의 인성교육 강화, 사회적 지원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에요. 모든 구성원이 영성적 존재로서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조화롭고 건강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사회 전체 긍정적 변화 이끌 것

    핵가족화가 고착화하면서 전통적 대가족제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럼에도 가정평화협회는 전통적 형태의 가정을 지향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통적 대가족을 얘기하면 많은 사람이 남성 위주의 가부장제를 떠올리거나 20세기 중후반까지의 가족 모습을 먼저 떠올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전통적 가족’이라고 하면 ‘과거로 돌아가자’라고 이해하기도 하죠. 전통적 가정의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반드시 가족제도를 과거로 회귀하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보편적 사랑과 질서가 있는 가족’이에요. 전통적인 대가족 시스템은 창조주 하나님에 의해 자연적 질서로 만들어진 구조입니다. 대가족 안에서 형성되는 입체적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찾고 상호 보완적 질서를 배우게 되죠.

    오늘날 핵가족을 넘어 가족 해체의 물결 속에서 많은 이가 소외되고 우울함을 경험하는 것은 ‘제대로 된 가족 경험의 부재’ 때문이라고 봐요. 가족이 책임지지 못하는 개인들을 정부가 복지제도로 채워주려 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부작용도 커요. 그런 측면에서 전통적 대가족은 최고의 복지 시스템이죠. 아이부터 노인까지, 생계부터 심리적 안정까지 모든 면에서 대가족제도는 인간을 안정적으로 돌봅니다. 정부는 국민이 안정적 대가족을 이룰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어요.

    2022년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4.5%인 750만2000가구라고 합니다. 사정에 의해 혼자 떨어져서 생활하는 것일 뿐 그들에게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이유로 가족이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아지더라도 얼마든지 가족의 유대감을 강화해 나갈 수 있어요. 사회문화도 개인의 자유분방함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종용해서는 안 된다고 봐요. 정부를 비롯해 기성세대가 가족의 소중한 가치를 계속해서 강조해야 합니다.”

    듣고 보니 대가족제는 사회적으로 순기능이 큰 가족 형태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가정평화협회의 축복운동은 궁극적으로 대가족 사회를 지향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가정평화협회가 주장하는 ‘인류는 확대된 한 가족’이라는 개념은 인간이 서로 연결돼 있으며, 가족의 사랑과 헌신이 개인, 공동체, 국가, 그리고 세계 전체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어요. 이러한 관점은 한국의 전통적인 홍익인간 정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도 하죠. 타인을 위한 사랑과 헌신을 통해 더 넓은 세계로의 확장을 추구하니까요.

    가정평화협회는 가족관계에서 헌신적 사랑이 개인의 성장뿐 아니라 사회발전의 기초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은 타인을 대하는 방식에 깊은 영향을 미치죠. 이는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K-드라마와 K-팝의 세계적 성공은 기술보다는 콘텐츠에 담긴 인류애와 감성적 스토리, 인간관계의 따뜻함 등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해요.

    축복운동은 단순히 제도적으로 대가족 사회로의 회귀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이 운동은 가정의 가치를 강화하고 도덕적, 혁신적 변화를 통해 사회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중의 힘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접근은 국가와 인류 전체의 안녕으로 이어지고, 가정 안에서 배양된 사랑과 헌신이 사회 전체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죠. 가정평화협회의 이념과 가치는 개인과 사회, 국가와 국제적 차원에서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데 기초가 될 것입니다.”



    정혜연 차장

    정혜연 차장

    2007년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여성동아, 주간동아, 채널A 국제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신동아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금융, 부동산, 재태크,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의미있는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가 되기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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