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츠 패딩 유행은 10~20대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명 ‘강남 패딩’으로 불리는 몽클레르 제품 가운데서도 키즈 쇼츠 패딩은 가장 비싼 모델부터 품절됐다고 한다. 최근 한 고물상 유튜버가 서울 강남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수거한 헌 옷들을 공개했는데, 처음부터 몽클레르의 패딩 점퍼가 나왔다며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강남의 백화점과 마트에 가면 어른부터 아이까지 왼쪽 소매에 몽클레르 마크가 달린 패딩을 입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 이 브랜드는 예나 지금이나 꾸준히 핫하다.
MONCLER X PALM ANGELS 컬렉션. [몽클레르]
MONCLER X PALM ANGELS 컬렉션. [몽클레르]
1964년 알래스카 탐험 공식 후원사 되다
프랑스 유명 등반가 이름을 딴 산악용품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클레르’. [몽클레르]
1954년 몽클레르는 산악용으로 퀼팅 다운재킷과 살로페트(salopette·작업복, 작업용 멜빵바지)·장갑·침낭 등 다양한 제품을 새롭게 개발하고,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클레르(Moncler pour Lionel Terray)’라는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 ‘리오넬 테라이를 위한 몽클레르’의 모든 아이템은 실제 사용 환경에서 테스트를 통해 점차 개선되면서 완벽한 기능성과 형태를 갖추게 됐다. 테스트를 통해 더욱 완벽해진 몽클레르 제품은 세계 각국의 산악 등반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같은 해, 몽클레르는 정교하게 재단한 나일론 소재 재킷에 거위 털, 즉 다운을 채워 넣은 퀼팅 다운재킷을 만들었다. 이 퀼팅 다운재킷을 착용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인 K2 정상에 최초로 등정한 듀오 이탈리아 등반가 아킬레 콤파뇨니, 리노 라체델리와 함께 몽클레르도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 1955년에는 네팔과 중국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산 마칼루(Makalu) 정상에 도전한 프랑스 원정대가 몽클레르 다운재킷을 착용했다. 이후 몽클레르는 트레킹을 포함한 더 많은 국제 원정대에 의류와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1964년 기술력으로 명성이 높아진 몽클레르는 리오넬 테레이가 주최한 알래스카 탐험의 공식 후원사가 됐다.
몽클레르는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서 프랑스 활강 스키 국가대표팀의 공식 후원사로 선정됐다. [몽클레르]
1980년대 밀라노 스타일 이끈 몽클레르
1972년 몽클레르는 스키 강사들의 작업 조건에 맞는 의상을 제공했다. 특별히 디자인된 몽클레르의 퀼팅 다운재킷은 세계 최고의 스키 강사들이 추운 날씨에서 오랫동안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몽클레르는 기능성만큼이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1970년대에는 눈의 반사 특성을 재현할 수 있는 소재를 연구했다. 그 결과 몽클레르 패딩의 시그니처인 반짝이는 광택 패딩이 탄생했다.1980년대 댄스, 에어로빅 등 스포츠에 대한 관심으로 스포츠 웨어가 패션 아이템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몽클레르는 시티 웨어로 영역을 넓히면서 여가를 즐기는 상류층의 상징으로 인기를 얻었고, 몽클레르의 다운재킷은 세련된 이미지로 대중에게 각인됐다. 1980년 몽클레르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마야(Maya) 재킷이 출시됐다. 브랜드 내에서 마야 재킷은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이다. 2023년에도 브랜드 창립 70주년을 기념하고자 디테일을 개선한 마야 재킷을 지속적으로 선보였다.
몽클레르는 1980년 디자이너 샹탈 토마스(Chantal Thomass)를 영입한다. 샹탈 토마스는 클래식한 다운재킷의 디자인을 트렌디하게 재탄생시킨다. 그는 패딩 재킷에 주로 사용하던 지퍼를 버튼으로 교체하고, 장식으로 모피를 넣거나 양면 소재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로운 패딩 재킷을 만들었다. 1986년 그룹 ‘듀란 듀란’에 관한 영화 ‘We love Simon le Bon’에 여배우들이 몽클레르 패딩 재킷을 입고 나와 몽클레르 패딩 재킷이 유명해졌다. 이후 배우 알랭 들롱과 줄리안 무어, 가수 마돈나, 축구선수 베컴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 인사가 몽클레르 패딩 재킷을 입어 더욱더 널리 알려졌다.
1980년대 이탈리아 밀라노의 젊은 파니나리(Paninari·1980년대 패스트푸드의 상징으로 부유한 젊은이들이 파니니를 즐겨 먹기 시작하면서, 당시 젊은이들의 전반적 라이프스타일을 일컫는 말)는 원색의 몽클레르 재킷과 조르지오 아르마니 청바지를 입고 모던한 애티튜드를 선보이며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편하고 경쾌한 팝아트 컬러의 몽클레어 퀼팅 재킷은 스키 슬로프에서 도시까지 1980년대 젊은 문화와 스트리트 스타일에 유대감을 형성했다.
몰락 위기에서 명성 되찾기까지
스포츠웨어 브랜드와의 성공적 협업을 보여준 ‘몽클레르 아디다스’. [몽클레르]
레모 루피니는 몽클레르 아이템인 다운재킷에 집중했다. 프랑스산 거위 털을 사용해 유럽 내에서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세워 품질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디자인의 질적 향상에도 공을 들였다. 글로벌 다운재킷(Global Down Jacket) 프로젝트를 시행해 주로 남성이던 다운재킷의 고객을 여성으로까지 확대하는 데 성공한다. 여성들이 모피 코트 대신 입을 수도 있는 고급 다운재킷을 만든 덕분이다.
몽클레르가 다시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이다. 2003년 니콜라스 게스키에르, 준야 와타나베 등 유명 패션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했다. 이후 펜디, 콤 데 가르송, 독일 트렁크 브랜드인 리모아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다. 2006년에는 오트쿠튀르 컬렉션인 몽클레르 감므 루즈를 론칭하고 2009년엔 톰 브라운과 함께 남성 오트쿠튀르 컬렉션 몽클레르 감므 블루를 선보였다. 남성복 디자이너로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톰 브라운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해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하고, 몽클레르 감므 블루의 캔버스 소재 다운재킷은 브랜드의 시그니처 아이템이 됐다.
남녀 공용 아웃도어 스포츠웨어 ‘몽클레르 그르노블’. [몽클레르]
몽클레르는 매장에도 변화를 줬다. 주로 스키 리조트 주변에 있던 매장을 패션의 중심지에 세웠다. 2006년 파리 생토노레 거리 5번지에 직영 매장을 오픈했다. 2008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 2009년에는 중국 홍콩·영국·런던, 2010년에는 미국 뉴욕에 연이어 매장을 오픈했다. 이후 상류층과 할리우드 스타들이 몽클레르를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프랑스 태생 몽클레르는 이탈리안 럭셔리 브랜드로 거듭나며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다.
2013년 가장 성공적으로 상장한 회사
몽클레르는 2013년 이탈리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몽클레르]
2013년 몽클레르는 이탈리아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몽클레어의 공모가는 10.2유로였는데 14.97유로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50% 이상 급등해 2013년 주식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상장한 회사가 됐다. 이날 급등으로 몽클레르는 레모 루피니가 3500만 유로(약 450억 원)에 인수한 지 10년 만에 시가총액이 37억 유로(약 5조3000억 원)로 100배 넘게 불어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20년 12월 몽클레르는 11억5000만 유로에 이탈리아 럭셔리 스포츠웨어 브랜드 스톤 아일랜드를 인수했다. 2023년 3월 말 마감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증가한 6억480만 유로로 발표됐다. 몽클레르는 이탈리아 의류회사 중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180억8000만 달러(약23조6100억 원, 시가총액 기준)로 평가받았다.
2022년 몽클레르는 창립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비범한 탐험’을 뉴욕·런던·서울 세 도시에서 진행했다. 몽클레르는 2018년부터 ‘몽클레르 지니어스’라는 특별한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2023년 몽클레르 지니어스 프로젝트에는 엘리샤 키스, 퍼렐 윌리엄스 등 유명 뮤지션과 팜 엔젤스, 프라그먼트 등 개성 넘치는 패션 브랜드를 비롯해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와 벤츠 같은 대형 글로벌 브랜드가 참여했다. 뛰어난 공동 창작자들이 만드는 9개의 상상력 넘치는 쇼 공간인 몽클레르 지니어스는 예술,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음악, 스포츠 및 기술로 확장된다.
기능성 아름다움 동시 충족
몽클레르+릭 오웬스 컬렉션은 2023년 12월 고요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수면 캡슐을 선보였다. [몽클레르]
몽클레르의 퀼팅 다운재킷은 산악인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이후 상류층의 고급 리조트 웨어로 애용되지만, 몽클레르는 도시와도 조화를 이루는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몽클레르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고수하면서도 과감한 시도를 통해 모두가 선호하는 럭셔리 패딩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