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1기신도시 총선 표심 요동 “재건축 잘 챙기는 후보에게 마음 가”

尹 재건축 규제 완화 드라이브가 판세 변화 일으켜

  •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입력2024-02-2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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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적률은 일산 169%·분당 184%·평촌 204%·산본 205%·중동 225%

    • 1가구당 0.8대밖에 못 세우는 ‘주차장 지옥’

    • “과거에는 리모델링이나 하라는 식이었죠”

    • “국민의힘 시장이 선거에서 당선한 이유는요”

    • “정당보다 재건축 실행력 보고 뽑을 것”

    2월 5일 경기 고양시 주엽동에서 촬영한 일산신도시 전경. 고층 아파트 단지와 저층 빌라 단지가 4차선 대로를 사이에 두고 대조적 느낌을 자아낸다. [박해윤 기자]

    2월 5일 경기 고양시 주엽동에서 촬영한 일산신도시 전경. 고층 아파트 단지와 저층 빌라 단지가 4차선 대로를 사이에 두고 대조적 느낌을 자아낸다. [박해윤 기자]

    “거실에 탁구공을 올려놓으면 가만히 있질 않고 쪼르르 굴러가 중앙으로 모인다. 거실 바닥이 지상과 수평이 맞지 않는 거다. 층간소음은 또 얼마나 심각한지 모른다. 오죽하면 집집마다 CCTV를 달아놨겠나.”(최우식 분당재건축연합회장)

    “한 집에 차 한 대도 댈 수 없을 만큼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매일 주차장 지옥에서 씨름하고 있다. 주차난이 정말 심각하다.”(고영희 일산재건축연합회장)

    2월 초순 ’신동아’와 만난 1기 신도시(경기 성남시 분당·고양시 일산·안양시 평촌·부천시 중동·군포시 산본) 주민들은 주택 노후화가 심각하다고 주장하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산뜻한 도색의 효과 덕에 겉만 멀쩡해 보일 뿐, 아파트 단지 내 구석구석이 낡았다는 것. ‘내 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은 이른바 ‘재건축 특별법’으로 일컫는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덕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지난해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은 1기 신도시를 포함한 전국 노후 계획도시의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도시정비법이 아닌 재건축 특별법을 적용받아 안전진단 완화나 면제, 용적률 상향, 통합심의 등 각종 도시·건축 규제 특례가 부여된다. 다른 단지와 통합한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할 수도 있다.

    국토교통부가 입법 예고한 재건축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적용 대상이 전국 51곳에서 108곳(총 215만 채)으로 대폭 늘어난다. 용적률은 국토계획법상 상한(500%)의 1.5배인 750%까지 오른다. 이에 따라 조건을 충족하는 기존 20층 높이의 건물은 최고 75층까지 지을 수 있다. 2027년 착공, 2030년 입주가 목표인 선도지구는 5월 내 지정 기준이 나온다. 정부는 이를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단지는 선도지구 지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주민 간 소통과 정보 교류에 열심이다. 4월 총선을 앞둔 1기 신도시 선거 출마자 대다수도 주민이 열망하는 재건축에 큰 관심을 보인다. 1기 신도시의 가장 뜨거운 단어가 된 재건축과 특별법이 총선 표심에 미칠 영향을 알아보려 경기 성남시 분당·고양시 일산·안양시 평촌·부천시 중동·군포시 산본을 찾았다.

    용적률 낮은 ‘일산’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풀어 안전진단의 문턱을 낮추지 않았으면 지금 상태로 30년은 더 쓰라고 했을지 모른다. 방바닥 수평이 맞지 않아 공이 굴러다니고, 배관이 터져 집 안에 물이 줄줄 흘러내려도 재건축 특별법이 나오기 전에는 기존 도시정비법의 까다로운 안전진단 기준을 통과하려면 심각한 노후화 문제를 방치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문촌마을 주차장의 철골이 훼손된 모습. [오마학군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문촌마을 주차장의 철골이 훼손된 모습. [오마학군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2월 15일 늦은 아침,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영희 일산재건축연합회장은 “온갖 불편을 감수하며 생활하던 일산 주민들의 얼굴이 재건축 특별법 덕분에 펴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주민 전언에 따르면 이전 정부에서는 리모델링을 권장했다고 한다. 재건축보다 건축폐기물이 덜 나온다는 이유였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정책 자문을 맡았던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 선진국들은 콘크리트 건물을 100년씩 쓰지, 우리나라처럼 30년 만에 허물고 다시 짓는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 회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며 “유럽이나 미국은 바닥 난방을 하지 않아 배관에서 물이 새 철골을 녹슬게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함께 자리한 이진화 문촌1단지 재건축추진위원장(이하 재추위원장)은 재건축이 리모델링보다 장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고영희 일산재건축연합회장(왼쪽)과 이진화 문촌1단지재건축추진위원장이 일산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노후화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고영희 일산재건축연합회장(왼쪽)과 이진화 문촌1단지재건축추진위원장이 일산신도시 아파트 단지의 노후화가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해윤 기자]

    “리모델링과 재건축은 드는 비용이 비슷한데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 리모델링은 기존 건물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야 하지만 재건축은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기에 부가가치와 주민 만족도가 훨씬 높다. 리모델링을 고려하던 단지들이 최근 재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도 그 때문이다.”

    고양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 중심에 자리한 일산신도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을 때부터 기대가 컸다.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이동환 국민의힘 후보가, 재선을 노리던 이재준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고양시장에 당선된 것도 윤 대통령의 재건축 공약이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산동구 한 주민은 “시장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일산을 찾았다. 대통령이 일산을 직접 방문해 깊은 관심을 보인 건 처음이어서 이동환 후보가 시장이 되면 정부와 교감하며 재건축사업을 원활하게 이끌 거라는 믿음이 커졌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1월 10일 일산신도시 최초 입주단지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일산재건축연합]

    1월 10일 일산신도시 최초 입주단지인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일산재건축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0일에도 일산을 찾아 주택 분야 민생토론회를 열고 주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이어 백석동 백송마을 5단지를 방문해 노후시설의 심각한 상황을 직접 확인했다. 1992년 8월 29일 일산신도시 최초로 준공된 이 단지에는 현재 786가구가 거주한다. 입주가 빠른 만큼 준공 연한 30년을 가장 일찍 맞이해 재건축 시범마을이 됐다. 이 단지 진재근 재추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단지 내 노후 건물과 지하주차장을 직접 살피고 주민들을 격려해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백송마을 5단지는 다른 단지와 통합하지 않고 단독으로 재건축을 추진한다. 용적률 300%를 적용하면 30층까지 지을 수 있다. 이 단지와 함께 일산 동구에서 선도지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마두동 ‘백마1,2 강촌1,2’ 통합단지가 꼽힌다. 총 2906가구로 평균 용적률은 186%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3호선 마두역과 경의중앙선 백마역이 있는 더블역세권이다. 통합단지를 대표하는 윤석윤 재추위원장은 “일산의 교통 문제가 외부에서 보듯 나쁘지 않다”며 “새로 개통된 서해선(일산~안산)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김포공항역에서 5호선, 9호선으로 갈아타기 편해 이용 빈도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산신도시는 통합단지를 조성해 재건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5개 1기 신도시 가운데 용적률이 가장 낮아 재건축을 추진하기에 사업성이 좋다. 다만 단지마다 있는 학교가 용적률을 제한해 정부가 풀어준 만큼 높이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1기 신도시 평균 용적률은 일산 169%, 분당 184%,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5%로 조사됐다.

    “더는 희망 고문 안 당합니다”

    일산서구에서는 ‘문촌1,2 후곡7,8’ 통합단지와 ‘후곡9 문촌 우성3’ 통합단지가 주민동의율 확보에 적극적이다.

    통합단지를 대표하는 재추위원장 대다수는 재건축 특별법이 국민의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재준 전 시장을 일산 재건축에 무관심했던 사람으로 기억했다. 일산 동구에 사는 박정우(52) 씨는 “이 전 시장이 재건축을 막았다”며 “일산은 집에 페인트칠하고 수리해서 리모델링이나 하라는 식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일산은 민주당의 텃밭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12년 동안 시장도, 국회의원도 민주당 차지였다. 한 주민은 “일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출마해도 민주당 후보라는 이유로 당선되는 일이 잦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는 동안 일산은 준공 당시 분양가가 비슷했던 분당과 점점 더 시세 격차가 벌어졌다. 따라서 일산 주민은 상대적 박탈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산서구 주엽동에서 28년째 거주하는 이한옥(가명·62) 씨의 말이다.

    “1990년대 중반 일산과 분당을 놓고 고민하다가 일산에 왔다. 호수공원이 집 앞에 있고 지하철 3호선 주엽역이 근처에 있어 아이 키우기도 좋고 남편이 서울로 출퇴근하기가 수월했다. 30년 가까이 불편함을 못 느끼고 살았는데 얼마 전 분당에 사는 친구 집 시세를 듣고 마음이 상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갔는데 우리 딸이 한마디 하더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민주당을 찍어줘서 그렇다고.”

    이 씨만이 아니다. 현지에서 만난 많은 주민이 “민주당을 계속 찍었지만 지키지도 않을 공약으로 희망 고문만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4월 총선에서는 당보다 사람, 말보다 실행력을 보고 뽑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 같은 변화를 일으킨 주역은 주민 못지않게 재건축사업 추진에 열정적이라는 평을 듣는 이동환 시장이다. 일산 재건축 커뮤니티 회원 이진아(44) 씨는 “시장을 바꾸니 누가 일을 잘하는지 차이가 확연하게 보인다. 이동환 시장은 일산에서 오래 살아 주민의 고충을 잘 안다. 주민과 소통에 힘쓰고 정부와 교감하며 재건축에 진심을 다한다. 일산에도 이제 이런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회원 이희진 씨는 “국민의힘 시장이 탄생했고, 시의원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소속이 17대 17로 동석이다. 도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 더 많다”며 “그 중심에 재건축이 있다”고 진단했다.

    2월 18일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4월 총선 고양시병(일산동구) 예비후보는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 김재준 전 문재인 의원 보좌관, 이기헌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민정비서관, 정진경 전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국민의힘 김종혁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등이다. 이변이 없다면 재선에 도전한 홍정민 의원과 국민의힘 공천을 거머쥔 김종혁 후보가 금배지를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홍 의원은 “재건축 특별법이 통과되도록 강하게 밀어붙인 사람이 바로 나”라며 “재건축 규제 완화에 공헌했다”고 강조했다. 김종혁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켰고, 국토부와 고양시가 적극적으로 재건축을 돕고 있다”며 “4월 총선에는 유권자가 정부 여당의 노력을 평가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양시정(일산서구)은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하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과 김영환 전 경기도의원, 장철영 전 청와대 행정관,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재이 드림컴트루재단 이사장, 이상동 전 원희룡 의원 보좌관, 홍흥석 전 고양상공회의소 회장, 최현철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김형진 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이영희 전 윤석열 대선후보 정책특보단장, 진현국 전 고양시 주민자치위원협의회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중 재선을 노리는 이용우 후보와 김현아 전 의원의 각축이 예상된다. 재건축만 놓고 볼 때 이용우 의원보다 김현아 전 의원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 김현아 전 의원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을 가장 먼저 발의한 정치인이다. 김 전 의원은 “2019년 12월 발의해 2023년 12월 4년 만에 법이 통과됐다”며 “정치인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주민들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재건축의 남은 숙제는 공사비, 추가 분담금에 대한 걱정과 관련한 것이다. 장기 저리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선에 출마한 여야 정치인도, 주민들도 재건축사업은 교통난 해소와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 전 의원은 “새로운 노선을 만드는 것보다 현재 있는 노선의 문제를 푸는 게 더 급하다”며 “3호선 급행 운행, 경의선의 배차 간격 좁히고 차량 늘리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분당은 전체가 ‘재건축 원팀’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주차장 바닥이 갈라져 있다. [지호영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주차장 바닥이 갈라져 있다. [지호영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과 분당구을 지역을 아우르는 분당신도시는 1기 신도시 가운데 재건축에 가장 적극적이다. 정자동 한솔 1,2,3단지(청구엘지한일), 정자일로단지(임광보성 서광영남 계룡 화인유천 한라), 이매동 풍림선경효성, 구미동 까치마을 1,2단지+하얀마을 5단지 등이 주민동의율이 높은 통합단지다.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는 대부분 분당재건축연합회(이하 분재연)에 가입돼 있다. 2월 8일 분당구에서 만난 최우식 분재연 회장은 “분당 아파트의 노후화 문제를 악화하고 재건축을 더디게 한 것은 성남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분당은 강남에 밀집한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만든 계획도시다. 공사를 2년 반 정도는 해야 하자가 없는데 1년여 만에 급하게 지어 준공 연한 20년이 넘으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에 장마철 물 빠짐이 원활하지 않아 생기는 배수·배관 문제, 결로 문제 등 골칫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행정 처리를 제때 하지 않아 일이 커졌다.”

    최우식 분당재건축연합회장이 분당 지역 아파트 노후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지호영 기자]

    최우식 분당재건축연합회장이 분당 지역 아파트 노후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지호영 기자]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분당 아파트 단지들은 준공 20년이 된 2014년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가 필요한 단지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했어야 한다. 그러나 5년이 지난 2019년에도 성남시는 흐지부지 넘어갔다고 한다. 당시 성남시는 분당구를 빼고 중원구, 수정구 10곳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분당구에서는 도시정비법이 아닌 주택법을 적용해 리모델링을 밀어붙였다고 한다.

    “그때는 선택지가 리모델링밖에 없었다. 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면 재건축 추진에 필요한 준비를 진즉 할 수 있었다. 2021년 분재연이 탄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구석구석 하자가 많아 지진이 나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다.”

    다른 단지의 한 주민은 “거울철 동파 때문에 배관이 터지면 여름에 1, 2층에서 오수가 올라와 골머리를 앓는다”고 했다. 서울공항 근처에 있는 야탑동 탑마을 주민은 “고도 제한 때문에 재건축에 어려움이 있다”며 속상해했다.

    “현재 고도 제한이 120m인데 50m만 풀어줘도 35층까지 지어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지역구 의원에게 해법을 물은 적이 있는데 너무나도 무성의하게 답해 상처받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을 받드는 사람 아닌가. 선거철에만 인사하러 다니지 말고 평소 지역구에 진심 어린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

    여·야 모두에 만만하지 않은 선거

    분당 주민들은 “당보다 사람을 보고 뽑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은 여당에도 야당에도 만만하지 않은 선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성남시 분당구갑 지역구 의원은 원래 국민의힘 소속 김은혜 전 의원이었다. 김 전 의원이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안철수 의원이 보궐선거를 통해 당선했다. 안철수 의원은 4월 총선에서 분당구갑 재선을 노린다. 민주당에선 권락용 전 경기도의원, 추승우 전 서울시의원, 김지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안철수 의원은 “202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할 때 1기 신도시가 준공 30년을 넘었으니 재건축을 해야 한다는 내용을 국정과제로 넣었다. 국토부가 발표하기 6개월 전에 재건축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단독주택도 재건축 대상에 포함되도록 힘썼다”고 밝혔다. 이어진 그의 말이다.

    “주민들을 만나 보니 이제 재건축을 넘어 이주 문제를 걱정한다. 상계동에서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법을 구상해 놨다. 일부 지역 고도 제한 문제는 국제기구에 가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2년은 걸리는데 완화를 장담할 수 없다.”

    권락용 예비후보는 “재건축 선도지구가 50개에서 100개로 확대된다. 안전진단을 제외하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을 김병욱 민주당 의원. 분당을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김은혜 전 의원. 같은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지호영 기자]

    왼쪽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을 김병욱 민주당 의원. 분당을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김은혜 전 의원. 같은 지역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지호영 기자]

    성남시 분당구을은 21대 총선에 김병욱 민주당 의원을 선택했다. 김 의원을 상대할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김은혜 전 의원과 김민수 전 분당구을 당협위원장이다. 진보당의 유인선 전 건설노조 경기도건설지부 청년위원회 부위원장도 예비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김병욱 의원은 “국회 국토위에 소속된 유일한 신도시 의원으로서 재건축 규제 완화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했다. 김은혜 전 의원은 “분당 주민의 염원을 담아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도시의 스마트 도시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다”면서 “더욱 많은 곳이 선도지구로 지정받기 위해 정부(국토부)-지자체(성남시)와 원 팀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민수 예비후보는 “1995년부터 29년째 살고 있는 진짜 분당 사람이기에 주민의 현실적 고민을 깊이 공감한다. 4년 전 2020년 총선 공약에 이미 재건축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을 담았다”며 당시 공약집을 보여줬다. 김 예비후보는 “그때 민주당은 리모델링을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민주당은 재건축을 반대하던 당”이라고 강조했다.

    분당 주민들은 “야탑동 시외버스터미널이 폐쇄돼 아쉽다”며 “기존 신분당선과 GTX 같은 철도 노선 외에도 시외로 갈 수 있는 복합환승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극심한 노후화·주차난 겪는, 평촌

    재건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 아파트 단지. [지호영 기자]

    재건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 아파트 단지. [지호영 기자]

    경기 안양시 동안구에 자리한 평촌신도시는 재건축 추진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54개 단지 가운데 41개 단지가 재건축을 추진할 채비를 하고 있다. 평촌재건축연합회(이하 평재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꿈마을(민백블럭) 목련마을 6·7단지, 목련마을 8·9단지와 한가람마을 ‘삼성, 두산, 한양’ 통합단지, 공작마을 ‘성일, 럭키’ 통합단지, 샛별마을 2·3단지, 샛별마을 5·6단지’는 통합재건축 준비위원회를 출범했다. 샘마을 ‘한양, 대우, 쌍용’ 단지와 꿈마을(귀인블럭) ‘한신, 금호, 현대, 라이프’ 단지는 2월 통합재건축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초원마을 부영과 목련마을 1단지는 단독으로 재건축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무궁화마을 단지, 관악마을 단지, 은하수마을 단지는 단독 재건축이나 마을별 통합 재건축을 놓고 조율하고 있다.

    2023년 6월까지 26곳에 달하던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올 들어 11곳으로 줄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13개 단지가 재건축으로 방향을 튼 것.

    평촌재건축연합회 한 인사는 “이미 리모델링조합을 구성해 돌이킬 수 없는 단지도 여러 곳”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귀띔했다.

    “평촌은 평균 용적률이 204%로 높은 편이다. 재건축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전에는 재건축보다 착수하기가 용이한 리모델링을 고려한 단지가 많다. 이전 정부에서는 재건축에는 관심도 없었고 리모델링을 미는 분위기였다. 리모델링 조합을 꾸린 단지의 경우 2023년 12월 8일 이른바 재건축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개인이 부담할 리모델링 공사비가 예상보다 늘어나자 재건축으로 선회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판이 안 바뀌는 리모델링보다 무한 변신이 가능한 재건축이 장기적으로 볼 때도 훨씬 낫다.”

    평촌신도시에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민간 커뮤니티인 평촌재건축연합을 중심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 평재연을 이끄는 이은정 회장은 “평촌은 노후화와 주차 문제를 빼면 정말 살기 좋은 도시”라고 주장했다.

    “교통이 일단 좋다. 지하철 4호선, GTX, 인동(인덕원~동탄)선, 월판(월곶판교)선까지 4개 노선이 지난다. 교육 환경도 나무랄 데가 없다. 한 반에 학생이 15명에서 20명 정도다. 안양은 예전에 버블 세븐이 될 정도로 입지가 좋다. 대신 노후화와 주차난이 심각하다. 저녁마다 서로 주차하려고 하다 보니 주차장 지옥을 경험해야 한다.”

    설 연휴를 앞둔 2월 8일 ‘신동아’와 만난 평촌 주민들은 재건축을 가장 열심히 추진하는 국회의원이 누군지 묻자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놨다.

    “실행력을 기준으로 하면 국회의원이 아니라 유영일 경기도의회 의원이 가장 열심이다.”

    평촌은 안양시 동안구 중심에 자리한 타원형의 신도시다. 평재연 한 회원은 “중진 국회의원을 하루아침에 갈아치운 곳이 평촌”이라며 “당리당략보다 사람 자체를 우선시한다. 이번엔 지역사회 현안인 재건축에 대한 열의가 승부를 가를 것 같다”고 예상했다.

    동안구갑은 21대 총선에 민병덕 민주당 의원을 선택했다. 민 의원은 22대 총선에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 외에 민주당 임채호 전 경기도청 정무수석, 정기열 전 경기도의원, 백종주 전 경기도의원, 심규순 전 경기도의원과 임재훈 전 국민의힘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예비후보들은 지역 내 노후 아파트의 문제점을 꿰뚫고 있었다. 한 예비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아파트 주차장은 한 집에 0.8대밖에 세울 수 없고 엘리베이터도 너무 비좁다. 상하수도에서는 녹물이 나오지만 배관이 고치기가 어렵게 돼 있다. 재건축으로 이 같은 문제를 말끔히 해소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예비후보는 “특별법은 재건축 초기 단계에서 절차적 간소화와 신속성을 기하는 특장점이 있을 뿐 재건축을 위한 만병통치약으로 인식해선 안 된다”며 “예측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재건축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양 동안구을에서는 현역 이재정 의원에 민주당 소속 박용진 전 경기도의원, 임성룡 경기도당 법률자문단위원, 송일찬 민주당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이정국 제20대 대선 대전환총괄특보가 예비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예비후보로는 이승경 전 안양시의원, 김필여 전 안양시 동안을 당협위원장, 심재철 전 국회 부의장, 윤기찬 제20대 대선 선대본 대변인이 뛰고 있다.

    이재정 의원은 “주민들은 재건축 특별법이 시설 노후에 따른 불편을 해소할 기회로 여긴다”며 “향후 어떤 논의든 주민이 주도해야 상생균형 발전도시를 만들어내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철 전 부의장은 “재건축 논의가 본격화하면 무엇보다 자기부담금이 걱정될 것”이라면서 “오랜 정치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주민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문제 해결사’ 노릇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른 신도시보다 더딘, 중동

    경기 부천시 중동신도시에서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박해윤 기자]

    경기 부천시 중동신도시에서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 [박해윤 기자]

    경기 부천시 중동신도시 은하마을 전경, [박해윤 기자]

    경기 부천시 중동신도시 은하마을 전경, [박해윤 기자]

    평균 용적률이 200%를 넘는 경기 부천시 중동신도시는 재건축에 유리한 지역이 아니라는 인식이 강했다. 따라서 리모델링이 적합하다는 분석이 많았으나 재건축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하철 1호선 중동역과 백화점, 대형마트 같은 편의시설이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금강마을, 은하마을 등이 재건축을 적극 추진하는 단지로 꼽힌다.

    은혁진 중동재건축연합회장은 “일산, 분당, 평촌처럼 지자체가 나서 재건축 관련 주민 설명회를 여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주민의 자발적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중동신도시가 포진한 부천시 원미구을 현역 국회의원은 19대 총선부터 21대 총선까지 내리 3선을 기록한 설훈 민주당 의원이다. 그는 15대·16대 총선에 서울 도봉구에서 재선해 현재 5선을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이른바 비(非)이재명계로 여겨지는 그가 4월 총선에 6선에 도전할 수 있느냐가 최대 관심사다.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부천시는 중동신도시 재건축 이슈와 맞물려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중동신도시 한 재추위원장은 “2022년 시장 선거에서도 부천시을 지역은 민주당보다 국민의힘 후보가 더 많은 표를 가져갔다”며 “주민들이 재건축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부천시을 서영석 국민의힘 예비후보(왼쪽), 김기표 민주당 예비후보. [박해윤 기자]

    부천시을 서영석 국민의힘 예비후보(왼쪽), 김기표 민주당 예비후보. [박해윤 기자]

    현재 부천시을에는 설훈 민주당 의원과 김기표 전 대통령비서관, 한병환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서진웅 전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박정산 전 부천시의원이 예비후보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서영석 당협위원장, 소정임 중앙당후원회 부회장이 뛰고 있다. 여기에 백현종 전 민주노동당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설훈 의원은 “고층 아파트가 많은 중동 지역은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주민 부담금이 커 재건축 추진이 힘들다”고 말했다. 김기표 민주당 예비후보는 “재건축은 환영하지만 이를 성공시키려면 교통 문제 해결도 같은 속도로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석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중동에선 용적률 때문에 꿈도 못 꾸던 재건축을 특별법 덕분에 추진하게 됐다”며 “정부와 함께 재건축 추진을 선도적으로 해낼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민주당 지지’에 균열 생긴, 산본

    경기 군포시 산본동에 자리한 산본신도시에는 4만1000가구, 11만 명이 산다. 현재 리모델링은 8곳, 재건축은 5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당초 16만5000명이 살도록 설계된 신도시인데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실제 거주 인구는 줄었다. 평균 용적률이 205%로 높은 편이라 다른 1기 신도시에 비해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많다. 리모델링은 이전 정부에서 주택 노후화 해법으로 권장했다. 재건축 특별법이 발효되기 전에는 용적률이 200%를 넘으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져 리모델링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특별법이 통과된 이후 현재는 재건축 선호도가 훨씬 높다.

    2022년 6·1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하은호 시장이 20년 만에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한 데는 주민의 재건축에 대한 열망이 한몫했다. 하 시장은 2월 1기 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산본신도시를 16개 도시정비예정구역으로 나눈 초안을 공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송사일 산본재건축연합회장은 “하 시장이 시정을 이끈 후 신도시 내 재건축 추진 단지에 대한 지원이 원활해졌다. 군포시는 현재 용적률보다 100% 이상 높은 330%에 맞춰 도시를 정비할 방침이다.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고 산본신도시에 대한 타 지역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기는 민주당 텃밭이었는데 하 시장의 추진력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면서 주민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군포시 산본신도시 재건축 추진 단지들. 산본동 한라주공 4단지 1차 아파트(가운데)는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지호영 기자]

    경기 군포시 산본신도시 재건축 추진 단지들. 산본동 한라주공 4단지 1차 아파트(가운데)는 1기 신도시에서 가장 먼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지호영 기자]

    군포시 산본동 한라주공4단지 1차 아파트는 1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먼저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2023년 3월 정밀안전진단 비용의 절반 수준인 1억5000만 원을 주민이 십시일반 모금하고 부족한 나머지 비용은 경기도(25%)와 군포시(25%)에서 지원받아 충당했다. 이 단지는 비구조안전성과 설비 노후도에서는 D등급, 주거환경 및 건축마감은 E등급을 받았다. 김창원 한라주공 재추위원장은 “재건축 특별법을 적용받아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하루빨리 공사를 착수하는 게 나를 믿고 함께해 준 주민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신속한 재건축 추진 의지를 밝혔다. 한라주공의 현재 용적률은 115%로, 특별법이 아닌 도시정비법에서 허용하는 용적률 280%만 적용해도 1248가구에서 2000가구가 넘는 대단지로 다시 태어난다.

    군포시는 21대 총선에서 이학영 민주당 의원에게 3선 당선의 영광을 안겼다. 이번 총선에서는 이 의원과 김정우 전 의원이 경선을 치러 본선 진출자를 가릴 예정이다. 국민의힘에서는 금병찬 전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박재영 국민의힘 중앙여성위 미래교육분과위 수석부위원장, 최진학 전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나섰다.

    신동아 3월호 표지.

    신동아 3월호 표지.



    2024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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