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시마당] 전망

  • 이하윤

    입력2024-03-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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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고하게 지어진 건물 위에 서면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장면이 재생된다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눈을 감았다가 뜬다

    왜 높은 곳에 오르면
    전경이 아닌
    작은 움직임들이 더 많이 보이는 걸까

    너는 저렇게 무수한 불빛 중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
    단 하나의 전구를 발견하고야 만다

    자취를 묶어두고
    떠나거나 되돌아오는 그림자
    한낮에 밖으로 나간 사람이 돌아오기까지
    종일이 걸렸다는 사실도

    네가 내내 그곳에 서서 지켜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것이겠지



    이것이 고작 거대한 몸의 일부 같다는
    상상을 한 뒤로
    자꾸만 미래가 열리고 닫힌다
    끊임없이 잔여를 내보내는 눈꺼풀처럼

    내가 본 것은
    모두가 서로의 행방을 묻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발밑이 무너지는 세계였는데

    네가 서 있는 곳만큼은
    세상의 끝에 남아
    네가 돌보았던 것들에게 목격될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네가 손끝으로 가리키는 것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잠시 여기에 속한 사람으로
    충분한 마음이 되고

    빛의 모든 온도를 품고도
    건물은 제자리에 서 있다

    안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움직이고 있다
    끝이라는 말을 내뱉을 수도 없이

    이하윤
    ● 2004년 서울 출생
    ● 2023년 창작과비평사 신인문학상 수상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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