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호

과외 중개 앱이 사이비종교 포교 통로로

[20대 리포트]

  • 이현채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wink9955@naver.com

    입력2024-02-07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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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외 구하려다 신상 털리는 대학생

    • ‘파이어 70811’은 누구인가

    • 구직자 프로필은 항시 공개, 구인자는?

    오재균 씨가 시범 과외를 나갔다가 받은 ‘성향유형 검사지’(왼쪽)와 시범 과외 이후 의뢰인과 나눈 메시지. [이현채, Gettyimage]

    오재균 씨가 시범 과외를 나갔다가 받은 ‘성향유형 검사지’(왼쪽)와 시범 과외 이후 의뢰인과 나눈 메시지. [이현채, Gettyimage]

    과외를 구하려는 대학생의 개인 신상이 비대면 과외 중개 앱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고 있다. 구직자는 구인자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지만, 구인자는 구직자의 신상 정보를 쉽게 조회할 수 있어 벌어지는 일이다. 사이비종교 단체가 비대면 중개 앱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과외를 구하는 척 접근해 포교 활동을 시도하기도 한다.

    오재균(21) 씨는 지난해 1월 비대면 과외 중개 앱에서 의뢰받은 시범 과외를 진행하기 위해 나간 자리에서 불쾌한 경험을 했다. 오 씨는 친구의 권유로 비대면 과외 중개 앱을 통해 인적 사항을 기재하고 학력 인증까지 거친 뒤 프로필을 게시했다.

    곧이어 사회인 여성 ‘파이어 70811’(비대면 과외 중개 앱은 익명의 아이디, 그중에서도 무작위로 정해지는 아이디로 대화하게 된다)로부터 과외 제안을 받았다. ‘파이어 70811’은 자신을 동생의 과외 교사를 구하고 있는 ‘언니’로 소개했다. 이어 상담을 먼저 받고 싶다는 이유로 전화 통화를 제안했다. 통화 뒤 대면 상담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각 10분 전 돌연 약속 장소를 바꾸고 동석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동생의 학습 전반을 지도하는 선생을 구하는 중인데, 함께 만났으면 좋겠다는 통보였다.

    약속 시각을 10분 앞둔 상황이기에 오 씨는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오 씨는 “시범 과외의 경우 수업 방향성에 관해 묻는데 갑자기 진로와 돈을 버는 이유, 종교에 대해 물었다”고 말했다. ‘파이어70811’은 동행한 학습 전반 담당 선생에게도 수업 방식을 물으며 심리치료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다. 둘은 마치 맞춘 대사인 듯 오 씨에게도 검사를 제안했다.

    학습 전반 담당 선생이라는 사람은 “선생님과 동생분의 성향이 맞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검사지를 건넸다. 꺼림칙한 느낌에 오씨는 검사 링크만 받은 채 자리를 떴다. 링크에는 심리 성향으로 보기 어려운 종교에 대한 질문이 여럿 있었다. 집에 가는 길에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나서야 비대면 과외 중개 앱으로 자신과 비슷한 일을 겪은 대학생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됐다.



    “졸업 선배 근황 확인하기도”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대두되면서 비대면 과외 중개 앱에서도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 비대면 과외 중개 앱인 ‘김과외’는 ‘안심 과외 로드맵’을 통해 분쟁 해결과 학력 위조 방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문제는 까다로운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 구직자의 가입 단계에 비해 구인자의 가입 단계가 간소하다는 점이다. 과외를 문의한 ‘파이어 70811’이 과외를 구하려는 ‘사회인 여성’일지 ‘사이비종교 신도’일지, 그도 아니라면 ‘예비 범죄자’일지 직접 만나기 전까지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 필자가 구인자 신분으로 앱에 가입해 봤다. 본인 인증을 거치고 ‘과외를 구하는 중인가요’라는 문항에 응답만 하면 ‘사회인 여성/남성’으로 구직자의 사진과 학교, 학번, 거주지, 일부 정보만 가린 학생증과 재학 증명서 등이 담긴 프로필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었다. 안종현(22·남) 씨는 “졸업한 선배들과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비대면 과외 앱을 통해 선배의 근황을 확인했다”라고 했다.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현대사회의 미디어 속 개인정보는 현대판 판옵티콘이다. 누가 열람하는지 확인할 수 없으므로 개인정보를 기재할 때 신중해야 한다”며 “비대면 과외 중개 앱은 구직자를 보호할 의무를 갖고 안심번호 의무화 등 구직자 개인정보 보호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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