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표 교육 공약 핵심은 ‘정상화’
참여연대 출신이면서 보수정당 입당
“게으른 진보, 교육 현장 못 바꿔”
[영상] 게으른 민주당보다 현실적 국민의힘 택해
“학교폭력은 변호사들 사이에 블루오션이 됐다.” 박상수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1월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연 자신의 책 ‘학교는 망했습니다’ 북 콘서트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징계를 받으면 이 내역이 생활기록부에 남는다. 수시 입학 비율이 75%까지 높아진 지금, 이 내역은 대입에 걸림돌이 된다. 가해자 학부모들은 이를 막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다. 주로 학폭위 절차를 문제 삼는다. 가해자 조사를 맡은 교사가 희생양이 된다. 작은 꼬투리라도 찾아 교사가 조사 과정에서 가해 학생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며 고소한다. 박 변호사는 “정치권은 교권보호법과 학교폭력예방법을 개정하고 할 일을 다 했다고 하지만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내가 평생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직접 현실 정치에 뛰어들 심산이다. 북 콘서트 전날인 1월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호 영입인재로 박상수 변호사를 공개했다. 초등교사 노동조합 법률 자문,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등 그의 이력을 생각하면 의아한 행보였다. 진보단체 출신 변호사가 국민의힘 영입 1호 인재로 탈바꿈한 이유는 무엇일까. 1월 24일 인천 서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인천 서구갑에 출마한 박상수 변호사. [지호영 기자]
게으른 민주당보다 현실적 보수 택해
인재 영입은 어떻게 이뤄졌나.“제안과 수락은 김기현 전 대표 당시 결정됐다. 정순신 변호사 사태나 해맑음센터 폐쇄 때도 그랬듯 정부와 여당에 좋은 소리를 한 적이 없어 나조차 영입 계기가 궁금했다. 학교폭력으로 법률 지원을 해드렸던 학부모와 교사의 국민인재 추천으로 교육 분야에 선정됐다더라.”
정순신 변호사는 지난해 2월 24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본부장으로 임명됐으나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면서 임명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다. 해맑음센터는 전국 유일의 학교폭력 피해자 치유·회복 전문기관이었으나 지난해 5월 시설 노후화 문제로 폐쇄됐다가 그해 9월 다시 문을 열었다.
김기현 전 대표가 영입했지만 ‘한동훈 영입인재 1호’가 됐다. 한 위원장과 친분이 있나.
“한 위원장이 법무부 장관일 당시 변호사협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한 번 마주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한 위원장이 당을 맡은 후 이번 총선의 가장 중요한 테제를 교육으로 꼽았고, 이를 상징하는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과 나를 1호로 발표했다.”
진보단체로 꼽히는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조국 사태가 터지며 참여연대를 그만뒀다. 평생 지지한 정치세력에 크게 실망해 정치적 냉소에 빠졌다. 이후 정치와 거리를 둔 채 현장에서 학교폭력 관련 법률 지원을 하다 보니 한계가 느껴졌다. 법과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중과부적 상황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보수정당에 입당했나.
“우리나라 진보세력은 이상주의적이고 게으르다. 이론적으로 옳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정치의 덕목은 현실과 이상을 타협해 나가는 데 있다. 최근 정부는 교내 학교폭력 전담조사관 제도를 시행했다. 10년은 걸릴 줄 알던 일이다. 불과 수개월 만에 즉각 해결책을 실현하는 모습에서 보수 진영의 변화 의지를 느꼈다. 특히 영입위원의 한 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어떤 말이었나.
“‘변호사님이 원하는 세상은 우리 당에서만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 그 말에 통감했다. 정치에 선악은 없다. 학교와 학생에게 즉시 도움을 줄 수 있는 당을 선택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위원회 입당 및 영입 환영식에서 박상수 변호사에게 당 점퍼를 입혀주고 있다. [뉴스1]
공교육 회복이 지역 회생 단초
비례의원을 선택할 법도 한데 지역구 출마를 결정했다.“나를 포함한 우리 당 영입인재는 대부분 수도권 격전지로 나간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경기 수원정, 전상범 전 부장판사는 서울 강북갑 등이다. 영입인재가 격전지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우리 당의 결기를 드러낸다. 당선에 유리한 지역을 달라는 사람은 하나 없었다. 이대로 나라가 무너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의지다.”
박 변호사는 “한시가 급하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대형 로펌 두 곳에서 학교폭력 전문팀이 꾸려진 탓이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학폭위 처분조차 기득권화될 가능성이 짙어진 셈이다. 그는 “이같은 법률 시장을 없애 학생과 교사가 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왜 인천 서구갑인가.
“삶의 기억이 시작된 곳이다. 다섯살 때부터 서구 가좌동 주공1단지아파트에 살아 학창 시절 전부를 이곳에서 보냈다. 인재 영입 제의를 받았을 때부터 망설임 없이 이곳 지역구 선거 출마를 결정했다.”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내 인천 서구 유력 인사 발탁설이 돌기도 했다는데.
“우리 당은 이곳을 전략적 지역구로 생각하고 있다. 인재영입위원회 또한 이 지역에서 제가 성장해 온 점을 중요시한 듯했고, 결과적으로 영입 발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출마를 위해 유년 시절을 소환했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에서 직업을 얻어 그곳에 정착하긴 했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이곳에서 공장을 운영한다. 수십 년간 이곳을 오가며 지켜본 결과 청라신도시 등 주변은 발전했지만 구도심은 심각하게 낙후됐다.”
서구가 낙후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청년 인구가 줄고 있어서다. 인천의 인구는 늘지만, 반대로 청년 인구는 감소세다.”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교육격차 해소와 공교육 부활을 생각하고 있다.”
지역구 발전의 단초도 교육에 있다는 뜻인가.
“지방 교육이 살아 있을 때만 해도 서울 집중 현상이 심각하지 않았다. 인천 교육 문제부터 시작해 지역과 우리나라의 문제점을 하나씩 풀어가고 싶다. 단순히 학교폭력이나 교권이라는 전국적 의제뿐 아니라 지방의 경제와 활력을 다시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지방 교육부터 되살려야 한다.”
신동아 3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