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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글리 필드에 ‘이등병’이 떴다!

신인왕 노리는 메이저리거 최희섭 스토리

리글리 필드에 ‘이등병’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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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타자 최희섭(24·시카고 컵스)은 구름 위를 걷고 있다. 잘 정돈된 파란 잔디구장과 스탠드를 가득 메운 팬들, 그리고 선수단 주위를 늘 에워싸는 수많은 기자들. 고사리 손으로 야구 방망이를 쥐면서부터 꿈꿔오던 최고 선수들의 무대. 최희섭은 지금 바로 그곳에서 꿈을 즐기고 있다.
리글리 필드에 ‘이등병’이 떴다!
“메이저리그에 한국인 타자는 안 통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저는 한번도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해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죠.”

2003년 메이저리그는 흥미로운 실험을 지켜보고 있다. 최희섭과 일본인 고질라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근육질의 거포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낸 동양인 파워 히터들이다. 과연 아시아 야구가 힘으로도 미국에서 통할 수 있을까.

최희섭과 마쓰이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최희섭은 이제 막 프로 생활을 시작한 루키지만 마쓰이는 일본 프로야구를 8년간 겪은 베테랑이다. 한마디로 프로페셔널로서의 검증이 끝난 상태다. 마쓰이의 올 연봉은 700만달러. 최희섭은 30만달러에 불과하다.

야구에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크다. 아마야구 최강으로 불리는 쿠바 국가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호세 콘트레라스는 15승 이상은 거뜬히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뉴욕 양키스에 입단했지만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길어야 보름인 토너먼트 대회를 1년에 몇 차례 치르는 아마추어가 6개월간 162게임을 소화하는 프로야구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NBA 휴스턴 로케츠에 입단한 중국인 야오밍이 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희섭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직은 조심스런 시선이 남아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희섭은 올 시즌 자신의 두 번째 출전 경기인 4월5일 신시내티전에서 좌중월 3점홈런을 날리며 신고식을 마쳤다. 마쓰이는 4월9일 만루홈런을 때려냈다. 아시아의 초반 대공세는 일단 성공. ‘기술은 동양인, 힘은 서양인’이라는 공식이 지금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한국인은 작은 고추가 아니다

“저보다 무거운 방망이를 쓰는 선수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무거운 방망이는 약간 둔한 느낌이 있지만 오히려 더 편해요. 가벼운 걸 쓰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헛방망이질을 하기가 쉽거든요.”

최희섭은 파워 히터로서의 기초체력을 완벽하게 갖췄다. 195㎝, 105㎏. 컵스 선수단 중 체구가 가장 크다. 방망이도 무거운 것을 선호한다. 그가 사용하는 것은 990g이 넘는 초중량급. 새미 소사나 모제스 알루 등 팀 내 간판 타자들도 최희섭의 방망이를 휘두르면 휘청거릴 정도다.

최희섭의 최근 별명은 ‘빅 초이’.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지난 3월 스프링캠프 때 인터뷰에서 최희섭을 빅 초이로 언급한 데서 비롯됐다. 이후로도 베이커 감독은 최희섭을 빅 초이로 부른다. 팀 동료들은 최희섭을 ‘히맨’ ‘초이’ 등으로 부른다. ‘히맨’은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만화영화의 주인공. 괴력을 지닌 정의의 화신이다. 최희섭의 별명은 이렇듯 큰 체구와 관련이 깊다. 서양인의 눈으로도 최희섭은 크다.

“구단이 저한테 요구하는 것이 뭔지 아세요? 홈런이에요, 홈런.”

신출내기 최희섭의 나침반은 또렷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팀 동료 새미 소사나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처럼 홈런타자로 커나가는 것이다. 컵스는 지난 2000년 겨울, 팀 안팎의 반발을 뿌리치고 13년간 컵스의 간판으로 군림해온 마크 그레이스라는 붙박이 1루수를 과감하게 방출시켰다. 장타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중거리포 타자인 그레이스의 당시 평균 홈런수는 연간 11.7개에 불과했다.

컵스는 최희섭이 앞으로 최소한 10년간 팀을 대표하는 거포 1루수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지난 1999년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부터 그려둔 청사진이다. 좌 희섭, 우 소사가 바로 컵스가 계획하는 야심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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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우석 굿데이 야구부 기자 kwooseok@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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