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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깨져봐야 뒷문이 튼튼해진다

쿠엘류의 포백 실험 성공할까

많이 깨져봐야 뒷문이 튼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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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2는 ‘양날의 칼’과 비슷하다. 수비를 하다가 상대 패스를 끊었을 때는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다. 동료가 상대편 공을 낚아챘을 때 좌우 미드필더나 좌우 윙백이 공격에 가담해 최대 2-4-4를 만들 수 있다.
많이 깨져봐야 뒷문이 튼튼해진다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쿠엘류 감독. 그가 한국축구 ‘제2의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축구는 ‘공간 만들기 게임’이다. 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팀은 이기고 그렇지 못한 팀은 지게 돼 있다. 상대에게 공간을 주지 않는 팀은 지지 않는다.

오렌지군단 네덜란드팀은 소위 ‘토털축구’를 지향한다. 도무지 빈틈이 없다. 순식간에 공격수가 7명이었다가 금세 수비수가 8, 9명이 된다. 허리와 수비가 그물코처럼 촘촘해 뚫고 들어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상대팀은 공을 잡아도 공을 줄 곳이 없다. 네덜란드팀은 허리를 장악하고 엄청난 힘으로 상대를 압박해 온다. 숨이 턱턱 막힌다.

히딩크가 한국팀에 접목했던 축구가 바로 이 ‘네덜란드식 토털 축구’다. 히딩크가 이 축구를 이식하는 데 꼬박 1년6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 선수들과 거의 1년6개월 동안 합숙하면서 가르치고 또 가르쳤다. 그리고 마침내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어냈다. 토털 축구란 무엇인가. 그것을 만들어낸 네덜란드 최고의 축구 스타 요한 크루이프의 얘기를 들어보자.

“토털 축구란 기술보다는 머리를 쓰는 축구다. 공수전환이 자유자재여야 한다. 선수와 선수 간 공간이 비지 않도록 전원이 유기적으로 뛰어야 한다. 한 선수의 단점을 옆에 있는 선수가 보완해야 한다. 그냥 보면 선수들이 우왕좌왕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톱니바퀴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훨씬 더 막강한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다. 물론 체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상상력에 바탕을 둔 두뇌플레이가 더욱 중요하다. 핵심은 선수 사이의 공간을 촘촘히 유지하는 것이다. 이 공간이 촘촘하면 우리 선수는 공을 잡기 위해 10을 뛰지만 상대 선수는 30을 뛰어야 한다. 우리 선수의 체력을 유지하면서 상대 체력을 바닥나게 하는 전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 전원이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대축구는 ‘공간창조 싸움’



그렇다. 현대 축구는 한마디로 ‘공간 창조 싸움’이다. 물론 축구만 그런 건 아니다. 농구도 마찬가지다. 농구 경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축구와 비슷한 점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축구에서 오프사이드 개념(농구에도 이와 비슷한 ‘3초 룰’이 있다)만 뺀다면 축구와 농구는 거의 똑같다.

우선 농구에서도 상대에게 빈 공간을 주면 3점슛을 얻어맞기 십상이다. 농구에서는 상대에게 슛을 쏠 수 있는 빈 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 갖가지 수비전술이 발달돼 왔다. 지역방어와 대인방어가 그렇고 지역방어만 해도 ‘투 스리 존’ 등 그 종류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농구 패스는 왜 그렇게 빨리 하는가. 한마디로 공간을 만들어 슛을 날리기 위해서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공을 다시 뒤로 돌린다. 현대 축구도 농구와 마찬가지로 패스가 엄청나게 빠르고 정확하다. ‘발로 하는 농구’라고 할 정도다. 그렇게 해야 빈 공간을 만들어 슛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미국 프로농구(NBA)나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지역방어를 제한적으로만 허용한다. 수비가 촘촘한 지역방어에선 슛이 터지지 않아 재미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신 1 대 1 대인방어를 하도록 한다. 포인트가드는 포인트가드가 맡고 센터는 센터끼리 맞대결하는 1 대 1 매치 방식이 그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느 쪽이든 한두 곳은 뚫리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각각 대인방어를 하고 있는 선수 중 한두 명은 상대 선수보다 기량이나 높이(키)에서 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격수이자 수비수

결국 축구란 어떻게 아군의 공격과 수비 숫자를 최대한 빨리 늘리는가의 게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수비 숫자가 많으면 상대에게 공간을 주지 않게 되고 공격 숫자가 많으면 그만큼 공간 창조 기회가 많아진다. 만약 선수 11명이 동시에 수비수가 되었다가 동시에 공격수가 될 수 있다면 그 팀은 세계 최강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축구가 추구하는 토털 축구다.

토털 축구에서는 모두가 공격수이기도 하고 수비수이기도 하다. 폭 20~30m의 좁은 미드필드에서 처절한 백병전을 치른 뒤 스피드, 힘, 기술로 상대 최후방 전선(스리백이나 포백)을 무너뜨리고 골문에 돌진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허리에서의 압박을 강조해 백병전에만 신경쓰다 보면 거의 모든 선수가 공에만 몰려 뒤쪽에 빈 공간이 생긴다. 상대의 송곳 패스 한 방으로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압박을 하면서도 일정한 폭과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명 혹은 3명의 수비수가 물막이 댐처럼 한 몸같이 움직여야 된다. 허리진도 일차 물막이 댐 역할을 해야 최종 댐이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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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화성 동아일보 체육부 차장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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