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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색깔있는 문화이야기 ⑭

최초의 지식인, 사상의 순교자 볼테르의 ‘톨레랑스’

  • 글: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 hkpark@ynucc.yu.ac.kr

최초의 지식인, 사상의 순교자 볼테르의 ‘톨레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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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지식인, 사상의 순교자 볼테르의 ‘톨레랑스’
미국의 아랍 침공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대립이 있음을 우리는 안다. 기독교는 기독교인 상호간, 그리고 타종교에 대한 박해의 역사를 갖고 있다. 예수는 톨레랑스, 즉 관용을 가르쳤으나, 후예들은 그렇지 못했다. 단적인 예가 아랍을 침략하는 미국이 역사적으로 계승했다고 자부한 십자군전쟁이다.

여기서 우리는 기독교 상호간의 불관용에 대항한 18세기 계몽사상가 볼테르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편협한 신앙을 비판하고 정신의 자유를 옹호한 볼테르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그가 옹호한 관용은 그의 사후에도 여전히 뿌리내리지 못했다. 프랑스 대혁명은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고, 그것이 낳은 불관용의 국가주의와 민족주의, 특히 제국주의는 범세계적 식민지 착취,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 및 핵전쟁 위협, 오늘의 이라크전쟁에 이르기까지 그 연원이 닿아 있다.

불관용은 우리들 내부에서도 뿌리 깊게 작용하고 있다. 관용이란 자신과 다른 모든 사상 및 행동에 대한 무관심·방임·소극적 인정을 넘어, 그를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자유롭게 승인하는 태도를 말한다. 지금의 우리 사회를 과연 관용의 사회라 할 수 있을까?

관용은 무관심, 즉 소극적이고 이기적인 인간관에 입각한 가치 상대주의라 할 수 있는 중립주의나 균일주의, 극단적 허무주의와는 다르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사상을 가지고 행동하는 적극적인 확신의 존재들이다. 따라서 한없이 다양하며 무한히 다원적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이성과 감성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무관심’이 아닌 ‘확신’을 갖고 있는 우리는 누구도 오류와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인간의 한계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우리는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그를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는 권리를 갖는 존재로 인정해야 하며, 자기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억압해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국제적으로 우리는 그러한 관용을 체현하고 있는가? 특히 지성이나 사상의 차원에서 우리는 그러한가? 우리는 자기 사상만 옳다고 하는 폐쇄적 절대주의에 사로잡혀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매도하고 자기가 세운 절대적 법칙에 따라 타인을 배제하고 억압하고 있지 않은가? 인류의 수많은 비극은 바로 그로부터 끝없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본주의도 마르크스주의도 불관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마찬가지가 아니었던가?

카뮈는 말했다. “볼테르는 거의 모든 것을 다 의심했다. 그가 이루어놓은 것은 아주 조금밖에 없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것이다.” 물론 나는 카뮈와 달리 볼테르가 이룬 것이 아주 조금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프랑스 문학사나 사상사에 남긴 르네상스적 업적은 그 어떤 프랑스인보다 위대하다.

그러나 볼테르는 다음 한마디로도 우리에게 기억됨직하다. “나는 당신이 쓴 글을 혐오한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당신에게 보장해주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최초의 지식인이라 부른다. 그는 사상의 순교자였다. 볼테르만큼 지식인의 고유한 권위에 대한 경멸과 권력에 대한 회의를 철저히 관철한 사람은 없었다. 권력에 대한 불신, 비판과 반대의 정신을 그토록 철저히 체현한 사람은 없었다는 점에서 그는 최초의 지식인이다. 동시에 그는 명료하고 순수하며 발랄하고 자연스러운 문체로 자신의 회의를 표명한 르네상스 휴머니스트 정신의 계승자였다.

18세기 프랑스에서 관용을 주장한 볼테르는 그런 점에서 우리 시대의 인간이다. 현대 프랑스는 18세기부터라고 한다. 프랑스의 18세기는 ‘철학자의 세기’라 불린다. 그러나 철학개론은 물론 철학사를 뒤져도 18세기 프랑스 철학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철학사 전체를 보아도 17세기 데카르트 이후 곧바로 20세기로 넘어가 베르그송부터 몇 사람이 나올 뿐이다. 18세기는 물론 19세기도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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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 hkpark@ynucc.y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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