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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식 천도론에 문제 있다

  • 글: 김형국 서울대 교수·지역개발학 kimhk@snu.ac.kr

노무현식 천도론에 문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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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대가 달라졌다. 우리사회는 이젠 정치권력만을 단선·유일가치로 여겨 경합과 쟁탈을 일삼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 민간경제부문이 급성장하고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경제인과 문화인 이 권력으로 치부될 정도로 중요 사회세력에 합세하고 있다. 따라서 정치권력 위주의 지배세력 대 피지배세력이라는 이분법은 우리사회의 복잡다단한 역학을 설명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 때문에 계층갈등론의 유효성을 말하는 것 자체가 바로 구시대적 작태라 할 것이다.

참여정부 수장과 측근들은 자주국방을 강조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민족공조적 지향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심지어 반(反)역사성이 속속 알려지고 있는 북한 주사파에 동조한다는 기미도 비치고 있다. 북한 정권의 반역사성은 최근 미국 의회에 보고된 북한보고서를 통해 생생히 밝혀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권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굶주린 나머지 굴러다니던 가죽끈을 삶아먹는 ‘비행’을 저질렀다고 자동차에 매달아 끌어 죽인 사람의 시체를 강제 동원된 관중들로 하여금 만져보게 했다. 인륜상 도저히 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항의한 사람을 총살로 즉결처분한 것이 북한체제의 실상이다.

안보보장 대책 마련해야

남북 화해라면 한민족의 인간존엄성 증대도 겨냥할 터인데 이에 대한 정부·여당 측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이를테면 ‘북한 민주화를 위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운동본부’가 제안한 ‘인권개선 촉구 결의안’에 대해 여당인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섰던 것을 지적할 수 있다.

1월말 김수환 추기경이 오죽했으면 “민족공조를 강조한 나머지 어떤 것도 좋다는 식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직설을 날렸겠는가.



추기경이 누구인가. 지난 세기말 공산주의 붕괴에 앞장섰던 현 교황처럼, 추기경은 특히 명동성당을 민주화운동의 보루로 삼게 해 1980년대 중반에 마침내 6월 시민혁명의 결실을 거두게 한 산파역이었다는 점에서 386민주세력의 대부라 할 것이다.

민족공조파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계속 노래해온 통일지상주의자와 상통한다. 그런데 남한의 통일주의자는 천도에 대해 여태껏 말이 없다. 참여정부는 수도이전과 더불어 용산 미군기지 이전을 자주의 실현이라며 좋아하는데, 이와는 반대로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2004. 1.23)을 통해 “용산 미군기지 이전은 북침전쟁을 위한 것으로, 미국이 조선반도에서 제2전쟁을 도발할 경우 우리의 타격권에서 벗어나 보려는 타산 밑에 이를 진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우리의 통일주의자들이 천도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 것은 수도 남행(南行)이 북침전쟁의 준비와 무관하며 오히려 남북한 대치 국면의 지리적 고착이라 보아 반긴다는 뜻인가.

참여정부 수장이 국정수행에서 임기 이후의 역사적 평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언급은 원론적으로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만하다. 문제는 사태의 기본인식과 대처방식이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북핵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국제정치판도를 안다면 남북평화가 정착되었다는 주장에 동조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그리고 수도권의 지나친 비대를 지양하는 지방화정책이 바람직하긴 해도, 이것은 단연코 나라 안보가 보장되는 여건에서 추진해야할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삶의 질이 향상되려면 건강이 있어야 하듯이, 나라의 균형발전도 국가안보가 전제된 상황에서 가능한 일이다.

1970년대 중반, 3공이 안보를 명분 삼아 수립했던 ‘임시’ 행정수도안은 남북대치가 계속되는 오늘의 상황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당시 행정수도안은 청와대가 휴전선에서 지근(至斤)거리에 있기에 유사시 국군통수권자의 지휘가 공간적으로 크게 제한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때 야당지도자 김대중씨는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안전거리를 확보하려함은 군사적 고려일 뿐, 국민의 호국의지를 감안한다면 수도를 대치 현장에 바싹 붙여 유지함이 옳다”고 했다. 실제로 독립 파키스탄이 수도를 카라치에서 인도와 영토 분쟁중인 카슈미르 인근 이슬라마바드로 옮긴 데는 영토수호 의지 를 과시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발상에서 핵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급박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고려가 일절 보이지 않음은 유감이다. 현대도시이론에 따르면 국가운명은 대도시가 변수라 했다. 대도시 가운데 특히 수도는 나라를 결딴내는 인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도시 인질설’의 소론대로 북한이 아직 버리지 않은 무력·적화통일전략의 주 공격대상은 단연 서울이다. 북한 군부가 서울 등 남한 대도시의 시가지를 모형으로 만들어 군사훈련을 한다는 군사적 관측은 도시이론에서도 진작부터 유념했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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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형국 서울대 교수·지역개발학 kimh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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