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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점기획|달아오른 고구려 논쟁

‘중국판 문화 패권주의’와 정면대결

한국의 시각으로 ‘동북아史’다시 쓴다

  • 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khmzip@donga.com

‘중국판 문화 패권주의’와 정면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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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문화 패권주의’와 정면대결

중국 정부의 유적 복원·정비 사업에 의해 유리벽 속으로 들어간 광개토왕비.

옌볜조선족자치주 박물관 발해전시실 설명문에도 발해는 “(고구려인이 아니라)속말말갈족을 주체로 하여 우리나라(중국) 동북지구에 세워진 지방봉건정권”이라고 명시했다. 설령 중국 학자 중에 이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해도 논문 발표 기회를 주지 않는 등 공개적으로는 거론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중국은 한국 연구자의 접근 자체를 봉쇄하고 한국의 발해사 연구가 객관성이 없으며 동아시아 전체로 볼 때 반(反)평화적이라고 매도하는 한편, 자신들은 1980~90년대 사이 발해사 연구를 집중 지원했다(중국 발해사 관련 논문의 90%가 이 시기에 나왔다). 한규철 교수는 “2002년 발표된 ‘동북공정’은 발해사에 이어 고구려사, 고조선사에 매진하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말한다.

송기호 교수도 “만주지역 관련 한국 고대사로는 민족의 형성, 고조선, 부여, 고구려, 발해를 들 수 있는데 이 가운데 부여에 대한 논쟁이 없다는 것은 중국이 너무도 당연히 자기들 역사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며 “2003년 동북공정 연구과제를 보면 고구려와 발해가 소홀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는 이미 전년도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여기에 제시된 과제들은 그 이후에 대한 포석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1998년 ‘발해의 지배세력 연구’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임상선(교과서연구소 소장)씨는 “발해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은 아주 복잡하다. 우리는 발해사가 한국사임을 의심하지 않지만 중국, 일본, 러시아까지도 발해사를 자국 입장에서 연구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친자확인소송’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고구려도 발해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 학계는 눈뜨고 우리 역사를 도둑맞으면서도 항의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했다. 10년 전 고토회복을 꿈꾸며 외쳤던 ‘아, 고구려’가 지금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아, 고구려’가 된 것이다.



고구려재단 출범부터 난항

지난해 12월9일 결성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최광식)는 정부에 고구려사를 비롯, 고대 동북아시아 역사를 체계적으로 다룰 연구센터 설립을 건의했다. 당장 대응논리를 개발할 전략사령부라도 만들자는 뜻이다. 고건 국무총리가 앞장서 ‘고구려사연구센터’ 설립을 약속하고 1단계로 50여명의 연구진 예산 100억원 확보를 발표하면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새로운 기구 설립 과제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넘어온 후 명칭, 법적 위상, 연구 및 활동 범위 등을 놓고 관련 학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이 크게 엇갈려 쉽사리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애초 정부가 발표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하 정문연) 산하 부설기관 계획은 백지화됐다. 새 기구는 재단법인 형태의 독립법인으로 하되 구체적 사안은 ‘고구려사연구재단 설립추진위원회’를 꾸려 결정하기로 했다.

2월4일 열린 재단설립추진위 창립 총회에서 고려대 김정배 교수가 위원장에 추대됐다. 김 위원장은 “가칭 ‘고구려사연구재단’은 연구가 활동의 중심이 돼야 한다”며 “연구영역을 한·중·일 역사, 고대에서 현대까지를 모두 포괄해야 한다는 주장은 재단 설립의 당초 목표에서 벗어나 산만해질 수 있다. 독도 문제는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하고 있고, 상고사는 정문연이 맡아 연구 영역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선택과 집중으로 연구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물론 고구려만 연구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부여, 고조선, 발해 등 모든 영역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소위원회를 구성해 재단 설립 방향을 마련하고 2월12일 공청회를 거쳐 3월1일 공식 출범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가칭 ‘고구려연구재단’(창립총회 때 ‘고구려사’에서 ‘사’가 빠졌다) 설립 추진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각계각층의 요구와 제안, 불만이 쏟아져나왔다.

소위원회를 거쳐 한국외국어대 여호규 교수가 정리한 안을 살펴보면, 기구 명칭은 ‘고구려연구재단’으로 하되 고구려사 외에 상고사·발해사·한중관계사·민족문제를 전담하는 3개 부서 6개팀을 구성하고 38명 정도의 상근 연구인력을 확보해 연구중심 기구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애초 고구려에 집중하기로 한 것과 달리 상고사, 발해사, 한·중관계사를 포함시키는 등 연구범위가 상당히 넓어졌다.

그러나 공청회 토론자로 나선 ‘고구려역사지키기 범민족시민연대’ 박원철 대표(변호사)는 “동북공정의 핵심은 동북지역의 패권전략이며 역사전쟁인데 재단의 목표를 고구려사 연구에 한정하자는 주장은 중국의 초기전략에 말려들어가는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또 박 대표는 고구려사를 전공한 학자들을 중심으로 재단 명칭이나 활동 범위를 고구려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하나 이 사안은 연구뿐 아니라 교육·홍보 그리고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정책적 방안 마련까지 망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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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미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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