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호

1강3중 인수경쟁, 대우조선은 누구 품으로?

포스코 - 막강 자금력, GS - 계열사 시너지, 한화 - 정보 네트워크, 두산 - M&A 스페셜리스트

  • 손재언 한국일보 경제산업부 기자 chinason@hk.co.kr

    입력2008-07-09 16:1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2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포스코를 필두로 GS그룹, 두산그룹, 한화그룹 등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가총액 7조5000억원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민영화와 맞물려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의미까지 숨어 있어 흥미로운 구경거리다.
    1강3중 인수경쟁, 대우조선은 누구 품으로?
    올해 인수합병(M&A) ‘최대어’인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앞두고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포스코를 필두로 GS그룹과 두산그룹, 한화그룹이 가세하면서 재계 판도까지 뒤흔들 초대형 M&A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의 매각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M&A 사례인 데다 산업은행 민영화의 첫 단추라는 점에서 경제적 의미뿐 아니라 정치적 요소까지 가미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대우조선 M&A전은 지난 3월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작업을 개시했으며, 조만간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 가열되기 시작했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각각 31.3%와 19.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인수의 우선협상 대상자를 8월까지 선정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대우조선 인수전이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그만큼 이 회사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최적의 매물인 데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매머드급 인수합병 대상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의 시가총액은 6월13일 기준 7조5000여억원으로 산은과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합친 지분이 50.4%인 것을 감안하면 당장 최소 3조7500억원이 있어야 인수할 수 있다. 여기에 조선업이 2010년까지는 활황일 것으로 예상돼 경영권 프리미엄 가치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기 산업은행 이사는 “수주물량 등을 고려할 때 대우조선의 상황은 지난해보다 좋은 만큼 당장 주가가 좋지 않더라도 본질적인 기업가치가 경영 프리미엄에 반영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제값을 받아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적이 있다. 시장에서는 주식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해 최대 8조원을 쥐고 있어야 인수가 가능하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게다가 대우조선은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나 꾸준히 이득을 안겨주는 캐시카우(cash cow)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7조1048억원 매출에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2010년이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1조원과 1조원을 웃돌 것으로 내다본다. 또한 현재 대우조선이 갖고 있는 현금성 자산만도 2조원에 육박해 인수 후에 본전 찾기는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M&A 시장의 큰손, 포스코



    1강3중 인수경쟁, 대우조선은 누구 품으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매각 시점이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곳은 단연 포스코다. 철강 경기 호조로 6조원에 가까운 현금성 자산을 쌓아둔 포스코가 대우조선 인수전에 전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인수를 위한 자금력만 놓고 봤을 때 포스코가 가장 앞서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자금 흐름에 민감한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이미 포스코를 1강에 놓고 나머지 3개 업체를 3중 또는 2중 1약으로 구분할 정도다. 특히 산업은행이 매각 발표와 함께 내놓은 ‘매각대금의 적기(適期) 회수와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책임있는 경영주체’라는 가이드라인만 놓고 봐도 포스코가 가장 근접하다는 것이 시장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설은 이미 2006년 8월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당시 포스코 고위층이 산업은행 관계자들과 만나 대우조선 인수를 검토했다는 루머가 시장에 급속히 퍼지면서 유력한 인수대상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포스코는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는 짤막한 조회공시를 통해 공식입장을 밝히고 시장상황을 관망했다. 다만 “사업다각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여지를 남겨뒀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이동희 포스코 부사장이 1분기 실적 기업설명회에서 “대우조선 인수에 관심이 있으며 가격이 문제”라고 말하며 루머를 사실로 인정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 포스코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발언을 통해 대우조선 인수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이 직접 나서 “인수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인수에 관심있는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도 있다”고 구체화하면서 인수전에 불을 댕긴 것이다.

    1강3중 인수경쟁, 대우조선은 누구 품으로?

    대우조선해양 전경.

    당초 포스코가 대우조선 인수를 검토한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철강시장의 변화와 이에 따른 성장전략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제철사업 수직계열화라는 성장 전략을 고수하며 철강사업에만 전력투구해왔다. 국가기간산업의 근간인 철강의 독점적 사업자인 만큼 ‘정도(正道)’만 걷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계 철강시장은 대규모 M&A열풍이 불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수많은 철강회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업계의 지형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인도의 무명 철강회사이던 미탈은 2006년 유럽이 자랑하는 철강 기업 아르셀로를 적대적 M&A를 통해 인수하는 데 성공하며 단숨에 세계 1위 업체로 올라섰다. 락시미 미탈 회장의 공격적인 행보에 놀라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M&A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덩치 키우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 2위 철강 기업 에브라즈는 24억달러에 미국 오리건스틸을 인수했고, 인도 타타스틸은 영국 브리티시스틸에 뿌리를 둔 유럽의 철강 명문 코러스를 손에 넣으며 단숨에 세계 순위 51위에서 6위로 뛰었다. 러시아 1위 세베르스탈은 미국을 대표하는 US스틸을 넘보고 있고, US스틸은 미국 3위 철강업체 AK스틸 인수를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며 물고 물리는 치열한 생존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체 고수냐, 사업 다각화냐

    하지만 포스코는 덩치 키우기에 상대적으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국내에서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수익성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뛰어 올랐지만 인수합병이 아닌 ‘자체 사업확장’ 전략을 고수하면서 성장이 제한됐던 것이다. 특히 지난해 포스코는 신일본제철, JEF와 함께 미탈그룹의 피인수합병 후보로 거론되며 경영권조차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리기도 했다.

    이 같은 세계적인 흐름에 포스코는 더 이상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정책’을 외면할 수 없었다. 문제는 방향 설정이었다. 해외 유력 철강업체를 인수해 수직계열화를 가속화할 것인가 아니면 사업다각화를 통해 덩치를 키우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최종 결론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안정적 성장’.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사업은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한 업종이다”며 “현재와 같은 호경기가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고 불경기가 왔을 때 대규모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철강사업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사업 다각화로 선택한 대우조선과의 궁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포스코는 아시아 시장에서 철강업체와 조선업체 간의 합종연횡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인수전 참가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실제 올해 초 바오산강철과 중국해운그룹이 중국선박공업과 공동으로 광저우에 있는 룽쉐조선소를 중국 남부지역 최대 조선소로 키워 나가기로 합의했다. 칭다오해운총공사와 창강그룹도 공동으로 45억위안을 투자해 칭다오에 대형 조선 기지를 세우기로 하고 합작 계약을 맺었다. 일본 3위 철강업체인 JEF스틸은 지난 3월 300억엔을 들여 히타치조선 산하 유니버설조선의 경영권을 획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들 철강회사들이 경기 사이클 하강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마련하기 위해 조선업체와 제휴하는 만큼 포스코가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것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특히 해양 플랜트 분야의 미래 사업성과 이를 통한 양사 시너지 효과도 강조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산업은 석유나 LNG(액화천연가스) 등 화석에너지 수급과 관련된 해저 석유 시추 및 생산용 구조물의 설계, 생산, 설치와 관련된 산업으로 대우조선은 이 분야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철광석 등 자원개발에 나선 포스코에 대우조선의 해양 플랜트 기술은 반드시 요구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경쟁업체들은 비판적이다. 세계시장 점유율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체들을 주요 고객으로 이미 확보하고 있는 포스코가 공급처 불안을 이유로 조선업에 진출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조선업체들이 최소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이상, 선박용 철판인 후판의 경우 공급부족 사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포스코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포스코가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벽 또한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의 대우조선 인수의 최대 관건은 ‘오너가 없는 기업’이라는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라고 말한다. 포스코가 ‘실탄’은 풍부하지만 원하는 만큼 베팅할 수 있는지, 그리고 경영진의 의지를 이사회가 액면 그대로 승인해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포스코는 2006년 경영진과 이사회의 분리를 추진한 후 이구택 회장 등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과 이를 감시 감독하는 이사회로 역할분담을 했다. 경영진의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이사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대우조선 인수는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오너 없다는 게 약점

    포스코 지분의 5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주주들도 포스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의 이득과 현재 배당 수익을 저울질하며 경영진이 대우조선 인수 후의 확실한 비전을 내놓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적 변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새 정부의 첫번째 M&A작품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소지가 적지 않다. 공기업으로 탄생해 성장한 포스코로서는 ‘과거사’가 다소 껄끄러운 처지다.

    포스코는 지난해 신정아-변양균 사건 때 변양균 대통령정책실장의 요청에 따라 신정아씨가 일하는 성곡미술관에 거액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올해 초엔 BBK특검이 ‘도곡동 땅 매각 의혹’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1995년 포스코건설에 매각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은씨 명의의 도곡동 땅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고, 이를 김만제 전 포스코 회장이 알고 있는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김만제 전 회장은 특검에서 “실무자가 매입을 주도해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지만, 당시 포스코건설 임직원들은 “김만제 회장이 263억원이라는 가격까지 정해 도곡동 땅을 사라고 지시했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 대통령과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무혐의’ 수사결과를 발표했고, 포스코도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약점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금융권의 한 M&A 전문가는 “대우조선이 새 정부의 첫 번째 M&A 작품인 만큼 불필요한 특혜논쟁이나 정치 논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포스코가 공기업 민영화의 대표적 성공 케이스인데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춘 도덕적 기업이라는 점에서 새 정부의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최근 들어 원자재값 급상승에도 불구하고 다른 철강 회사들과 달리 가격 상승폭을 인위적으로 낮게 가져 간것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포스코는 국내 업체뿐 아니라 중국산 철강재보다 싼 가격에 철근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어 물가안정을 정책 1순위에 올려놓은 현 정부의 코드에 부합, 정치적 부담을 상당부분 덜었다는 해석이다.

    GS그룹, 시너지 효과 강조

    1강3중 인수경쟁, 대우조선은 누구 품으로?

    허창수 GS그룹 회장.

    대우조선 인수를 놓고 포스코 외에 GS그룹과 두산그룹, 그리고 한화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본격적인 인수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은 모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올인’을 선언하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GS그룹은 2005년 출범 직후부터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여 국내외 전문기관 및 전략 컨설팅업체 등과 지난 3년간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치밀한 사전준비를 해왔다. GS그룹 관계자는 “일본, 중국의 경쟁 조선업체 실무진, 전세계 주요 선주, 선박 브로커들과의 100여 차례에 걸친 인터뷰 등을 통해 치밀한 사전계획을 짜 왔다”며 “대우조선을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한 인수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포스코가 전면에 내세우는 해양플랜트 부문과의 시너지 효과에 초점을 맞추며 정면대응에 나섰다. GS그룹은 GS칼텍스와 GS건설 등 에너지와 건설 계열사와 대우조선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라는 점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특히 GS그룹은 대우조선 인수로 에너지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서는 원유 및 가스의 시추·생산장비의 리스·운영 등 새로운 분야의 사업에 진출할 그랜드 플랜까지 짜 놓은 상태다.

    실제 최근 들어 GS칼텍스는 지난 5월 제3중질유 분해탈황시설 건설을 포함해 오는 2011년까지 총 5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1조5000억원이 소요된 제2중질유 분해탈황시설의 약 3배에 해당하는 것으로 GS칼텍스 창립 이래 최대 규모 투자다. GS그룹의 이 같은 움직임은 투자를 적극 권해온 새 정부의 코드에 맞춰 인수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GS그룹이 대우조선 주력 선박인 LNG선의 주요 고객들과 연관이 깊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GS칼텍스는 대우조선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관련 선박의 주요 고객인 중동 산유국 정부 및 석유 메이저와 오랜 동업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GS건설은 중동 및 동남아 산유국의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프로젝트를 통해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인수 자금 마련이다. 그룹의 주요 자금줄인 GS건설이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지주회사인 GS홀딩스가 단독으로 인수 주체가 된 것이 부담스럽다. 이에 대해 GS그룹은 “전략적 투자자와 공동으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대우조선 지분 50% 중 20%는 또 다른 우호적 투자자에게 넘겨 자금부담을 최소화하고 경영권을 거머쥐겠다는 구상까지 나온 상태다.

    무서운 추격자, 한화그룹

    1강3중 인수경쟁, 대우조선은 누구 품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GS그룹 관계자는 “최근 인수 참여의지를 표명하는 기업들도 이구동성으로 해양 플랜트 및 에너지 분야 시너지 및 성장잠재력을 주장하고 있지만 GS그룹의 에너지 산업 내 위상과 고객 네트워크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사업과 비교한다면 타 인수 경쟁사들이 주장하는 시너지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고 말해 차별화를 강조했다.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가장 강력한 의지를 가진 곳을 꼽으라면 가장 늦게 인수 의지를 드러낸 한화그룹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대우조선을 반드시 인수하라’라는 특명을 내리고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태다. 김 회장은 지난 4월 ‘한화 글로벌 경영 전략 회의’에서 금춘수 경영기획실장을 통해 “한화그룹의 제2창업이라는 각오로 대우조선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한 후 상황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이미 지난해 ‘2011년 그룹 매출 45조원, 해외 매출비중 40%’를 목표로 하는 비전을 수립해 신성장 동력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는데, 그 첫 번째 작업이 대우조선 인수다. 이를 계기로 조선 및 화학을 중심축으로 하는 제조업, 대한생명 중심의 금융업, 건설, 유통, 레저 등의 서비스업을 주축으로 하는 안정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및 발전 플랜트부문에 우수한 시공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헝가리 그리스 등 주요 선박 발주처에서 고급 정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한화, 한화석유화학 등 계열사를 통해 에너지사업과 관련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고 최근에는 캐나다 오일샌드, 카자흐스탄 유전, 기타 광물 등 글로벌 광물자원 개발사업을 신성장 핵심사업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어 대우조선이 추진 중인 에너지 사업과 결합한다면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화그룹은 인수대금 마련에도 자신감을 보인다. 한 관계자는 “지난 2002년 대한생명 인수 이후 대규모 M&A 없이 자금을 축적해왔고, 현재 주요 계열사가 상당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 또 비업무용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추가로 상당한 수준의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계열사인 대한생명의 누적결손금 2조3000억원을 해소한 것을 계기로 현재 국내 보험업계 2위인 대한생명의 운신 폭이 넓어진 만큼 가용 자금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현재까지 최소 5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놓고 입찰을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도 “인수자금이 10조원에 육박하더라도 반드시 입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해 ‘베팅’에 있어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한화그룹이 1982년 한양화학(현 한화석유화학) 인수를 필두로 다우케미컬 코리아(현 한화종합화학), 1985년 정아그룹(현 한화리조트), 1986년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2002년 대한생명 등 그룹의 주축기업들이 거의 대부분 M&A를 통해 성장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대우조선 인수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고 있다.

    두산그룹, M & A 기업가치 제고능력 탁월

    1강3중 인수경쟁, 대우조선은 누구 품으로?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두산은 M&A시장의 단골손님이다. 2001년 이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미국의 밥캣 등 10건에 달하는 M&A를 성사시키며 재계 판도를 바꾼 대표적 기업이다.

    특히 두산은 대우조선 인수를 중공업 수직계열화의 마지막 단계로 받아들이고 있다. 두산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중공업 분야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성된다는 의미가 있다. 두산 계열사인 두산엔진은 선박엔진 분야에서 세계 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또한 선박엔진의 핵심인 크랭크샤프트는 두산중공업이 생산하고 있어 인수 성공시 ‘대우조선-두산엔진-두산중공업’이라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해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산은 기업 문화의 동질성 측면에서도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두산인프라코어는 과거 대우중공업 시절 대우조선과 사실상 같은 회사였다. 인수 후보 기업 중에 기업문화 및 경영방식을 잘 이해하고 기업문화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경영이 가능한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또 두산의 최대 장점으로는 M&A를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시키는 탁월한 턴어라운드(turnaround·기업회생) 능력이 꼽힌다. 두산중공업의 경우 인수 전인 2000년에는 적자를 기록했지만 인수 후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통해 기업 가치를 25배 이상 향상시켰다. 두산인프라코어도 인수 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 7위의 건설중장비 업체로 도약시킨 경험이 있다. 인수과정보다 인수 후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을 검증받은 실력파라는 것이다.

    풍부한 노하우를 가진 만큼 대우조선 인수전에 나서는 두산의 전략은 간단명료하다. M&A경험으로 쌓은 ‘미래가치 분석을 통한 적정가치(fair value) 산정’에 기반한 베팅이다. 자칫 무한경쟁으로 벌어질 수 있는 머니게임을 지양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자체 분석한 적정가치가 예상가보다 높을 경우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드시 인수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두산그룹은 심규상 전 대우조선 재무총괄 부사장을 두산인프라코어 기조실 사장으로 전격 영입해 ‘적정가치’ 분석을 본격화 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인수 자체보다 인수 후 대우조선의 성장성을 고려한다면 합병 후 양자간 통합 전략(PMI·Post Merger Integration) 및 턴어라운드 능력이 뛰어난 두산이 우위에 있다”며 “요란한 구호보다 내실 있는 준비로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