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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 2009년, 내 인생 최고의 신년설계

명사 5인이 말하는 ‘나의 인생설계’

명사 5인이 말하는 ‘나의 인생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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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5인이 말하는 ‘나의 인생설계’
▼ 김호철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후회’를 생각하면 1초도 느슨하게 보낼 수 없지요”

배구와 함께한 세월이 50년을 바라본다. 배구 선수, 배구 국가대표, 배구 감독으로 살아왔다. 보통 운동선수는 어릴 때 운동을 시작한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은 인생목표도 남보다 일찍 갖게 된다. 그 목표는 자신과의 싸움, 경쟁, 운동에 대한 열정이 뒤섞여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원래 육상을 했다. 다니던 학교에서 배구부를 창단하면서 배구로 종목을 바꿨다. 열두 살 때의 일이다. 배구는 내 적성에 꼭 맞았다. 그렇게 시작한 배구가 평생의 일로 이어졌다. 어려서는 좋아서 열심히 했지만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배구 선수로 대성하겠다는 목표를 품었다.

극복 못할 단점은 없다

처음에는 공격수였다. 그러나 키가 176cm에서 성장을 멈췄다. 키는 작지만 순발력은 뛰어나니 세터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공격수로 남고 싶었지만 그러자면 키 때문에 희망이 없었다. 하지만 배구는 계속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포지션을 바꿔서라도 배구를 계속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세터로 전향한 뒤 키를 극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신체적인 부족함은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키는 작지만 기량이 뛰어난 외국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연구했다. 지인을 통해 일본과 불가리아 선수들의 경기장면을 담은 비디오 테이프를 구해 반복해서 봤다. 키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갖고 태어난 나의 일부다. 원망해도 소용이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그보다는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게 생산적이다.

20세에 국가대표 선수의 꿈을 이뤘다. 오직 국가대표라는 꿈을 보며 달려온 운동생활이었다. 국가대표가 최고의 영광이고, 그 꿈만 이루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대표선수가 되고 보니 심적으로 더 힘들어졌다. 내가 모르던 세계가 있었던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한참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과의 싸움에 지칠 때면 배구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면서 다시 도전할 마음이 불끈 솟았다.

나는 오랜 기간을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다. 선수 생활도 하고 감독 생활도 했다. 이탈리아와 인연을 맺은 건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계선수권대회를 이탈리아에서 했는데, 내 플레이를 본 이탈리아 관계자가 3년 뒤 연락을 해왔다. 스카우트돼서 그쪽으로 가게 된 것이다.

배구도 배구였지만 사실, 유럽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강했다. 배구도 하고 돈도 벌고 여행도 하며 견문을 넓히고 싶었다. 떠나기 전에는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가서 잘 적응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다름’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인생에서 환경은 무척 중요한 요소다. 한군데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환경을 바꾸는 게 좋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마흔이 넘고 선수 생활을 그만두면서 자연히 지도자의 꿈을 가졌다. 그 꿈을 품은 뒤 외국 유명 감독들의 연습 방법, 지도 방법, 데이터 분석법 등을 꾸준히 배웠다. 스스로 공부하며 차근차근 준비했다.

우선순위에 전력투구

지도자가 되길 원한다고, 준비한다고 해서 모두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도자에게 필요한 자질이 따로 있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도 지도자의 자질이 없다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나는 세터 출신이라 다른 선수들과 대화할 기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심중을 읽는 능력을 갖게 됐다. 그런 면이 지도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선수들과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때는 행동으로 대화했다.

감독 생활을 할 때는 항상 새벽 2, 3시에 잔다. 분석 파트가 따로 있지만 혼자서 끊임없이 경기를 분석하고 선수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고민한다. 현대 팀을 맡았을 때 선수들은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경기에 져도 편안히 잠을 잤다. 한마디로 승부욕이 없었다.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지면 잠도 안 재우고 밥도 안 줬다. 그렇게 해서 현대는 우승팀이 됐다.

나는 운동, 사회 생활, 음주가무 등 뭐든 그때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한다. 배구 이외에 골프를 무척 좋아하는데, 시즌에 들어가면 쳐다보지 않는다. 현재 중요한 일에 전력투구해야 후회가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밤잠 없이 노력해도 안 되는 건 능력 부족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어려운 건 실천인데, 이를 위해서는 마음을 독하게 다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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