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허만섭 기자의 아규먼트

“안철수연구소 직원은 안철수 책 독후감 써야 했다”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안철수연구소 직원은 안철수 책 독후감 써야 했다”

1/3
“안철수연구소 직원은 안철수 책 독후감 써야 했다”

안철수 연구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안철수 교수.

2009년 6월 MBS TV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의 안철수 편. 시청자는 우리 사회의 ‘빛과 소금’을 비로소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한 네이버 블로거의 표현)

이 프로그램에서 안철수 당시 KAIST 교수(현 서울대 교수·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는 “내가 할 일은 영혼을 불어넣는 일” “운이라는 것은 기회와 준비가 만난 순간입니다” “모든 직원에게 존댓말을 씁니다” “회사의 CEO라는 게 더 높은 사람은 아니니까요” “14년의 의사 경험은 사업 후 거의 쓸모가 없어졌고요” “인생에 있어 효율성이 전부는 아니죠” “자기에게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쓰는 시간은 정말로 값진 시간입니다”라고 말한다.

이 한 마디 한 마디가 10, 20대 젊은층의 가슴을 파고든다. 왜냐하면 IT문명을 주도한 화려한 경력의 성공한 엘리트가 이렇게 약자에 대한 이해와 따뜻함, 겸손함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40, 50대 중장년층도 안철수의 희망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안철수가 거쳐온 서울대 의대 박사, 국내 최대 보안업체(안철수연구소) CEO,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MBA) 석사, KAIST 교수 등은 부모세대가 보기에 자녀의 롤 모델(role model·모범)로 손색이 없었다.

2011년 수많은 시민은 한국 사회를 엄혹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빈부의 양극화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법과 제도는 생계와 자아실현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에 휩싸여 있다. 여기에 정부와 집권여당이 겉으로는 공정사회를 외치면서 장관 딸을 특혜 채용하고 탐욕스럽게 편법을 일삼아온 점이 드러난다. 보수성향의 시민들도 지금의 상황을 불편해하고 불쾌해하기는 마찬가지. 분당 보궐선거의 표심이 이를 입증한다. 그러나 10년 실정(失政)을 심판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민주당이나 과격해 보이는 다른 야당은 영 미덥지 못하다.

지금이야말로 2004년 미국의 오바마 상원의원이 주창한 ‘담대한 희망(The Audacity of Hope)’이 한국 사회에 절실한 때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정치참여 의사를 조심스럽게 밝힐 때 시민들은 그에게서 이런 변화를 향한 희망을 느낀 것이다. 이것이 아니고서는 벼락같이 치솟은 그의 대선주자 지지율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무릎팍 도사로 충분하다?

그러나 시민의 단꿈을 깨울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안 교수가 5000만의 희망제작소가 될 만한 재목인지와 관련해 정보가 빈약한 것은 사실이다. ‘무릎팍 도사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출연자의 약점이나 모순을 드러내지 않고 손쉽게 인간미 넘치는 유명인사로 만들어내는 건 분명하다. 시청자도 이런 연출에 관대하다. 그러나 언론은 정치인에겐 이런 특혜를 거의 주지 않는다. 안 교수가 지난 수년간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미디어의 후광을 최대로 누려왔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다니엘 부어스틴은 현대의 영웅은 미디어에 의해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 조작되는 이미지의 덩어리라고 말한다. 현대의 영웅은 나폴레옹과 같은 영웅적 ‘업적’이 아닌 영웅적 ‘말’에 의해 영웅이 되는 존재다. 조셉 캠프벨에 따르면 모든 영웅은 그 신화 속에 진실을 감추고 있다.

‘안철수 신화’의 핵심 기반은 ‘V3 백신’으로 유명한 ‘안철수연구소의 성공신화’다. 안 교수는 이 회사의 대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이다. 안 교수의 아버지는 안 교수가 지금도 회사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안 교수의 정치참여 후 ‘안철수연구소의 성공신화’에 대해 업계에서 회의적인 말이 나온다. “나쁜 회사는 아니지만 부풀려져 있다”고 한다. 매출은 3년째 600억원대에 머물러 있고 국제경쟁력의 지표인 해외진출에도 별 진척이 없으며 무엇보다 안 교수가 외부에서 혁신과 변화를 강조하고 다니는 것과 달리 정작 안철수연구소에선 기술 혁신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1/3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안철수연구소 직원은 안철수 책 독후감 써야 했다”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