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호

영남외대는 왜 부실대학이 됐을까

총장 월급 3배 인상, 딸과 동생 교직원 임용, 총장 건물, 대학이 비싸게 빌려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2-03-21 13: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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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가 부실대학 만들었나… CEO부터 개혁해야”
    • 교육부(청) 관리들이 부정 방조
    • 1억 원 내고 임용… “구조조정 쉽지 않아”
    • 감사원 “횡령 전력자가 재단 인수”
    • 학생 입학원서 1장당 교사에게 2만~3만 원 사례
    • 총장, “일부 교수 잘릴 것 같으니 말을 부풀린다”
    영남외대는 왜 부실대학이 됐을까
    반값 등록금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이명박 대통령은 장·차관 워크숍에서 “교과부 장관이 해야 할 역할은 반값 (등록금 문제가) 나왔으면 어떻게 반값이 되느냐, 안 된다면 이 기회에 새로운 대학의 질서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값 등록금 문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대학 구조조정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선(先)구조조정, 후(後)등록금 확충’ 의지를 밝힌 것이다.

    곧 교육과학기술부가 나섰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이하 위원회)가 꾸려져 부실대학 판정기준과 절차를 정했고, 대학 인수·합병과 퇴출까지 강력한 개혁을 하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구조개혁 우선대상 대학은 △평가순위 하위대학→△학자금 대출제한대학→△경영부실대학으로 체계화하고, 심각한 부실이 밝혀진 대학은 ‘퇴출(학교폐쇄)’ 시킨다는 계획이었다. 평가를 위해 취업률과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인상수준 등 9개 지표도 설정했다. 이 가운데 4개의 절대지표(취업률, 재학생 충원율, 전임교원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중 2개 이상이 기준에 충족되지 못하면 대출제한대학으로 지정되는 식이다. 대학에 경영지원 컨설팅을 지원해 학교 운영을 돕는 한편, 상시 구조개혁을 유도하겠다는 의미였다.

    지난해 12월 9일 교과부는 사립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영남외국어대학 등 4개 대학을 부실대학으로 결정했다. 기존 14개 대학을 포함하면 18개 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자체 구조조정 노력이 미흡하고 교육·재무 여건이 부실해 자체 구조개혁이 어렵다는 게 교과부의 판단이었다. 그렇다고 퇴출은 아니다. 경영 컨설팅 결과에 따라 입학정원 감축, 학과 개편 등 구조조정과제를 이행하면 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종합감사 대상이 돼 퇴출에 이를 수 있다. 교과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2012년 고교 졸업자 수는 67만 명이지만 2024년에는 41만 명으로 39%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선 상시적으로 구조개혁을 해야 대학 수준을 높이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앞으로 교비 횡령이나 불법 학점 부여 같은 비리를 저지른 대학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예상했던 일”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되면 학내 구성원들은 당황스럽게 마련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도 밀려온다. 다니던 직장이 부실기업이 돼 워크아웃 결정을 받은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영남외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예상했던 일”이라거나 “정확하게 부실대학을 골랐다”는 반응이 나왔다.

    기자는 경영부실대학의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 취재하면서 여러 대학 중 영남외대를 주목했다. 여느 대학과 달리 신발 끈을 고쳐 매는 다짐보다는 ‘쉬쉬’하거나 체념하는 구성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체념 깊숙한 곳에 이 대학 총장과 재단 이사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직원 A씨의 말이다.

    “(부실대학 선정이) 놀랄 일도 아니다. 그동안 총장과 이사장의 행적을 보면 당연한 결과다. 부실대학을 구조개혁하려면 학내 구성원이 아니라 대학 CEO(총장)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것을 교과부는 모르는 것 같다. 교직원들은 할 말이 많아도 보복 때문에 (취재에) 응하지 못한다. 학생과 교직원은 무슨 죄냐.”

    그의 말처럼 이 대학 교직원들은 학교와 총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보도되어서 좋을 게 없다”는 사람도, 대화가 계속되자 “할 말은 하자”는 사람도 있었다.

    이 대학 총장은 장영아 씨다. 약국과 모텔을 운영했고, 현재는 학교법인 경북학원의 영남외대·영남사이버대 총장이다. 대구의 A고교 재단 이사장이기도 하다. 목사이자 남편 김종화 씨는 경북학원 이사장이다. 영남외대는 설립자인 박재욱 전 국회의원의 횡령 등으로 2004년 11월부터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되다가 2008년 이들 부부가 재단을 인수했다.

    이들의 ‘행적’은 학내 구성원들의 증언과 최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 교과부 실태조사 결과, 검찰 수사 자료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부부는 2008년 대학 인수 당시 학교정상화 계획을 냈다. 도서관 등 교육시설 확충과 교수 확보율 제고, 교수 연구비 확충 같은 다양한 계획이 담겨 있었다. 교직원들은 정상화 추진계획을 보고 “이제 됐다”면서 박수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교직원 보수는 동결됐고, 교직원 승진도 없었다. 도서관 등 시설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다. 총장은 문제를 제기하는 교직원에게는 ‘재원 부족’이유를 댔지만, 이상하게도 총장과 가족들의 호봉과 수당은 인상됐다. 교직원들의 체념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총장 연봉 2억5924만 원

    장 총장 부임 전 전임 총장이 받던 보수는 연 8172만여 원. 그러나 장 총장 취임 후 보수는 계속 올랐고 2010년에는 전 총장의 3배 수준인 연 2억5924만 원을 받아갔다. 전문대 총장이 받던 특3호봉(월 426만 원)은 종합대 총장과 같은 특1호봉(594만 원)으로 바뀌었고, 교원에게만 주던 직무개발수당, 특수업무수당을 신설한 결과였다.

    또 자신의 동생을 기획조정실장으로 채용해 보직·겸직수당을 올려줬고, 남편인 김 이사장의 매제는 총무과장이 됐다. 동생 장 씨는 기획조정실장으로 채용될 당시 근무 경력이 없는데도 전 직장에서 알고 지내던 직원에게 부탁해 허위 경력증명서를 받아 호봉을 올린 사실이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문제는 또 있다. 경북학원은 영남사이버대 논술지도학과 전임강사 임용을 위해 교수초빙 공고를 했는데, 장 총장의 딸이 단독 지원하자 심사를 거쳐 2009년 9월 임용했다. 딸 김 씨가 제출한 연구실적은 석사학위 논문 1편(연구실적 100%). 이는 임용 기준(실적 200%)에 못 미치지만 합격 통보를 받았다. 특혜는 이어졌다. 대학 강사료 지급규정에는 전임강사의 주당 책임 강의시간은 12시간이지만, 학교 측은 “논술과목 이해와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교육과정과 무관한 교양과목 1과목(주당 3시간)을 강의토록 했다. 자신들이 뽑은 강사의 ‘실력 부족’을 자인한 셈이다. 교양강의는 전임 시간강사의 동영상자료를 사용했지만, 딸은 한 학기에 800만 원을 받았다. 앞서 동영상을 만들고 강의했던 시간강사의 한 학기 강의료는 81만 원이었다. 전임강사와 시간강사 강의료를 직접 비교할 수 없지만, 한 과목을 맡은 전임강사가 200만 원을 받은 전례는 없다는 게 교수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딸 김 씨는 현재 장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G고교에 재직 중이다. 교직원 B씨의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족벌 사학이 됐고, ‘로열패밀리’ 급여와 강의료는 일반 교직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됐다. 교수 중에는 10년째 연봉 2500만 원을 받는 교수가 수두룩하다. ‘돈이 없다’면서 자기들끼리 돈 잔치했지만, 결국 학생 등록금 아닌가. 부실대학이 된 이유를 알 만하다.”

    현재 이 대학 교수들의 급여는 제각각이다. 10년째 연봉 2500만 원인 교수가 있는 반면 8000만 원을 받는 교수도 있다. 장 총장은 “딸 임용은 추천위원회가 한 일이고, 급여 차이는 호봉과 계약직 등 지급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유야 어떻든, 영남외대는 정교수가 없고, 영남사이버대는 교원 전체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전임강사 상위 직급(조교수, 부교수, 정교수)이 없는 상황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교직원 보수는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규정에 따라 학교정상화 추진 계획에 어긋나지 않게 적정하게 지급돼야 한다. 재원 여유가 있다면 자신과 가족들의 연봉을 인상하기 전에 학생들을 위한 시설 확충과 교수 연구비 확충에 쓰여졌어야 옳다.

    학생 등록금으로 돈 잔치

    이 대학이 ‘돈이 없는’ 이유도 사실 장 총장 등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추진계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대학을 인수하기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당시 발생한 일이 현재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검찰과 감사원 등에 따르면 장 총장 부부는 사학브로커 김모 씨에게 5000만 원을 건네고 대전 소재 배인학원 이사장 간모 씨를 만났다. 배인학원은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당시 배인학원 이사장 간 씨는 채무에 시달렸다. 장 총장 부부는 ‘배인학원 경영권과 학원소유 토지를 매입하겠다’며 간 씨를 만났다. 대전 용운동 소재 7필지의 토지 3만4702㎡, 지상 건물 3동(84만5945㎡)에는 현재 골프연습장과 자동차학원, PC방 등이 들어서 있다. 이 토지와 건물은 이후 경북학원 인수에도 등장한다.

    장 총장은 약 70억 원 상당의 배인학원 소유 부동산과 학교법인 배인학원 운영권을 30억 원에 사기로 하고 15억 원을 먼저 간 씨에게 건넸다. 간 씨는 2005년 2월 4일 이사회 결의 없이 이런 내용을 논의한 것처럼 이사회 회의록을 위조했고, 이후 토지와 학원을 장 씨 부부에게 넘겼다. 간 씨는 검찰 조사에서 사문서위조가 인정됐지만 공소시효(5년)가 완료돼 대전지검은 ‘공소권 없음’ 결론을 내렸다.

    장 총장의 남편 김 씨는 인수한 배인학원 이사장이 됐지만, 배인학원 법인 재산 중 자동차학원 임대료를 받아 일부만 법인 계좌에 넣는 수법으로 2007년 7월까지 2년간 2억4000만 원을 횡령하다가 대전시 동부교육청 감사에 적발됐다. 사용목적이 불분명한 판공비 4000만 원과 1억6000만 원 상당의 고가 외제차 리스비(6000여만 원)를 지출한 사실도 적발됐다. 김 이사장은 횡령한 돈을 법인회계에 반환했지만, 대구지방법원은 2009년 10월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공석인 배인학원 이사장 자리는 2007년 9월 아내 장 총장이 이어받았다(2010년 6월에는 다시 남편 김 씨가 이사장이 된다). 그러나 남편 김 씨가 이사장이었던 때에도 실제로는 장 총장이 자동차학원 임대계약 업무를 직접 처리했다는 게 임차인의 증언이다. 실제 임차인이 직접 건넨 수표 복사본에는 건넨 날짜와 당시 상황이 볼펜으로 기록돼 있었다.

    학교 돈으로 외제차 굴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에서 “남편 김 씨가 이사장이었을 때의 횡령 사실도 장 총장이 실질적으로 주도했다”고 적시했다.

    경북학원(영남외대, 영남사이버대)과 경북교육재단(대구외대) 인수 때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장 총장 부부는 대전 배인학원 부동산을 이용해 경북학원과 경북교육재단 인수에 나섰다. 장 총장 부부는 배인학원 소유 부동산을 영남외대에 대체기부하기로 하고 설립자(박재욱)에게는 ‘위로금 50억 원’을 건네는 조건으로 법인 경영권을 인수했다. 배인학원의 대전 용운동 부동산 7필지는 2005년 감정가 77억 원에서 2007년에는 130억 원으로 올랐다.

    이후 교육시설 확충 등 학교 정상화 추진계획을 포함한 인수 의향서를 냈다. 교과부는 2008년 7월 “배인학원 소유 부동산을 경북학원에 증여하되, 경북학원은 이 부동산을 매각해 설립자의 교비 횡령액 100억여 원을 현금화해 교비에 넣어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법인 인수 후 2년이 지나도록 교비가 입금되지 않자, 교과부는 2010년 9월 ‘조건 미이행’을 이유로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겠다고 나섰다.

    이 대목에서는 고개를 갸웃한다. 배인학원 소유의 토지와 법인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11년 5월 3일 경북학원은 장 총장에게 이 땅과 건물을 매매한 걸로 돼 있다. 장 총장은 같은 날 이 땅과 개인명의 건물을 세 부분으로 나눠, 대구은행 경산영업소로부터 60여억 원을 빌렸다고 한다. 교과부의 독촉에 경북학원은 장 총장 개인에게 이 땅을 판 형식인데, 정상 거래라면 매수자가 경북학원에 땅값(교비)을 지불하면 된다. 결국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북학원은 아내 장 총장에게 땅을 줬고, 장 총장은 이 땅을 근저당잡혀 빌린 돈을 교비로 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엄격히 말하면 ‘의도에 따라’ 횡령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게 법조인들의 설명이다. 장 총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전의 땅은 덩어리(규모)가 커서 원래 잘 팔리지 않는 땅이다. 그래서 내가 산 것으로 했다. 땅이 내게 넘어오는 동시에 대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사법서사가 대행했다.”

    영남외대는 왜 부실대학이 됐을까

    영남외대 관련서류와 수표 사본. 수표사본에는 장 총장에게 돈을 전달한 일자와 상황이 기록돼 있었다.

    경북학원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팔리지 않는 땅을 곧 현금화하겠다고 제안한 것부터가 애당초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장 총장이 땅과 건물을 매입한 직후인 지난해 6월 1일부터 건물 1층 상가 임대료는 월 140만 원에서 313만 원으로 올랐다. 건물주 장 총장과 임차인과의 거래는 탓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2007년 4월부터 줄곧 비어 있던 1층 주택에는 같은 날 영남사이버대가 ‘학습관이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임차를 한다. 영남사이버대는 건물주(장 총장)에게 임차보증금 7000만 원에 월 임차료 220만 원을 내고 임차 계약을 했다. 대학(경북 경산)과 거리가 멀고 반지하 양옥집이어서 학습관으로 적합하지 않고 시세보다 비싸게 임차했다는 게 인근 주민들의 전언이다. 평소 찾는 사람도 거의 없다고 한다. ‘학습관 임차’ 명목으로 사용된 임차료 역시 학생 등록금이다.

    감사원은 “장 씨 부부가 배인학원 돈을 횡령했을 때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하지 않는 등 교과부와 교육청 공무원의 비위행위가 있었다”면서 “전임 이사장의 횡령 때문에 임시이사가 선임된 영남외대를 또다시 횡령 전력자가 인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살펴본 장 총장 부부의 비위사실은 물론 과거의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과거의 바탕 위다.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된 이상 앞으로의 구조개혁이 더 중요하지만, 잘못된 과거는 여전히 영남외대의 발목을 잡는다. 교직원 D씨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교과부는 경영컨설팅을 받고 정원감축과 학과개편 등 구조개혁을 유도한다지만 교직원을 쉽게 내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전임 총장 시절 임용된 교수들은 ‘억지 임용기부금’ 1억 원을 내고 들어왔다. 교과부와 학교가 구조조정을 하려 해도 교수들은 이 돈과 명예퇴직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 대학은 폐과 등의 이유로 수업이 없는 교수가 전체 40명 중 10여 명에 달한다. 일부 학과에는 학과 전공과 맞지 않은 교수가 많다. ‘전공 불일치’ 교수들은 그동안 수업이 없다가 올해부터 교양 수업을 맡았다.

    ‘學學 장학금’

    경영부실대학이 되면서 가장 힘들어진 사람은 교수들이다. 신입생 모집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부실대학 지정 소식이 알려져 많은 신입생이 등록을 포기한 것이다.

    “우리는 지역을 나눠 고교 진학교사들을 관리한다. 어떤 교수는 경기도에서 ‘세일(학생 모집)’을 하기도 했다. 입학원서를 써주는 교사들에게 (학생 1명당) 2만~3만 원의 수고비를 주고, 평소 명절에도 상품권을 돌리면서 관리해야 입시철에 원서 몇 장 받을 수 있다. 신입생 20명 이하면 폐과 되는 상황에서 강의라도 하려면 학생 모집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학자금 대출제한대학,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되니 (신입생 모집이) 더 힘들다. 총장은 70명 모집했다고 문자를 보내왔더라.”

    지난 2월 영남외대 학사운영처는 “총장님이 신입생 70명을 등록시켰으니 일반 교수들도 (학생 모집에) 분발해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SMS)를 교수들에게 보냈다.

    ‘신동아’ 취재 결과, 전액장학금을 주는 이른바 ‘학학(學學) 장학금’은 올해 처음 만들어졌는데, 90여 명이 혜택을 받는다. 들어온 학생은 G고교 등 6개 고교 교사 64명이고, 이 대학 교직원 가족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학과 출석부에는 G고 교사 5명과 이 대학 직원 1명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부동산학과나 사회복지학과에서 수업을 듣는데, 교사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도 주고 수업이 좋으면 입시철에 학생들을 보내줄 수도 있다. 수업에 나오지 않으면 엄격히 조치하라고 했다.”

    장 총장의 설명과 달리 C, D 교직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영부실대학으로 선정되자 신입생이 줄었다. 방법을 찾다가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의 교사들을 대거 데리고 왔다. 학학장학금 제도는 이를 위해 급조했다. 생각해보라. 장학금이라고 해봤자 강의실은 충분하고, 물 값, 전기 값밖에 더 나가겠나. 학교로선 교과부 경영개선 지표인 ‘장학금 지원율’이나 ‘신입생 충원율’을 끌어올려 좋다. 야간과 주말에 수업을 하니 과거 ‘가짜 학생’이 떠오른다. 교과부의 구조개혁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이 학교는 2007년과 2009년 수업을 하지 않았지만 등록금을 내면 학위증서를 수여한 이른바 ‘가짜 학생’ 사건으로 홍역을 앓았다. 교과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대학구조개혁이 단지 지표 수치평가에 매몰될 경우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장 총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학과 없는 교수들이 말을 부풀린다. 학생을 모집하지 못해 잘릴 거 같으니 고소고발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학교를 인수하고 말아먹은 게 없다. 학교가 어려울 때 들어온 것밖에. 총장 연봉이 높다지만 받아봤자 고액연봉자 최고세율을 적용 받아 손에 쥐는 건 얼마 안 된다. 사이버대 임차료 몇 백만 원(220만 원)은 앞으로 1년간 안 받을 거다. 가족을 교직원으로 채용한 건 최대 실수였다. 전공불일치 교수 10여 명 문제만 해결되면 알찬 학교가 될 것이다.”

    물론 일부 교수들은 불만이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나거나 전화통화한 교직원 대부분은 “다시 시작하려는데 부실대학이 돼 안타깝다”고 말을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경영진에 대한 분노보다는 “부실대학을 털어내려면 제대로 개혁을 해야지, ‘눈 가리고 아웅’은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다. 구조조정 칼을 빼 든 교과부가 어떤 자세로 구조개혁과 통폐합에 나서야 할지를 영남외대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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