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호

Interview

장현우 내츄럴엔도텍 대표 | “하늘을 나는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토종 백수오’ 명예회복 선언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7-01-20 10: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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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수오 돌풍’ 업체 ‘가짜 백수오’에 직격탄
    • 檢 ‘무혐의’ 후 재기 몸부림…“바이오 업계 삼성”
    • 법무실장에서 대표 취임…‘훈수’ 두다가 ‘棋士’로
    • 미국, 캐나다 이어 EU ‘노블 푸드’ 선정…해외 공략
    인삼과 홍삼이 장악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백수오는 혜성처럼 등장했다. 여성들의 갱년기증후군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홈쇼핑 단골 ‘대박 상품’이 됐고, 수고한 아내에게 건네는 명절 선물로 자리 잡았다. ‘아빠 보약은 비아그라, 아이 보약은 홍삼, 엄마 보약은 백수오’라는 우스개가 나돌 정도였으니, 그 인기는 짐작할 만했다.

    ‘백수오 돌풍’ 진원지는 내츄럴엔도텍이었다. 2001년 김재수 전 대표 등 6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이 회사는 10여 년간 1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백수오 제품을 내놓았다. 2012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2014년 자사 제품 매출 1200억 원을 달성하며 국내 ‘바이오 시장’을 석권했다. 중간 재료인 복합추출물 판매를 합하면 3000억 원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돌풍은 한순간 잠잠해졌다. 2015년 4월 한국소비자원이 ‘시중 유통 중인 백수오 제품 상당수가 가짜’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업계 맏형’ 내츄럴엔도텍은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이른바 ‘가짜 백수오 사건’이었다. 9만 원 하던 주가는 8000원으로 주저앉았고, 소비자와 거래처의 반품이 잇따랐다. 2개월 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그 여파는 컸다.



    ‘백수오계 맏형’의 추락

    “그렇다고 10년 연구 실적을 버릴 수는 없잖아요. 다시 일어나야죠. 다행히 소비자 신뢰도 얻고 있고, 재배농가와 거래처도 노력하고 있으니 2017년에는 반드시 백수오의 명예를 회복할 겁니다.”

    2016년 8월 회사 법무실장에서 대표이사가 된 장현우(47) 대표는 기자의 예상과 달리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법무실장이 회사 대표가 된 건 특이하다. 송사(訟事)가 많아서 그런가.

    “아니다(웃음). 설립자인 김 전 대표는 내츄럴엔도텍 설립 초기부터 나에게 법적 자문을 하며 세계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2002년부터 법률자문에 응해와서 회사 성장 스토리와 임직원들을 잘 안다. 2013년 12월에는 아예 법무실장으로 ‘입사’ 했는데, 김 전 대표가 ‘백수오 사건’을 어느 정도 수습한 뒤 회사를 맡아 키워보라고 하더라. 아마 심적 고통이 커서 쉬고 싶었던 거 같다. 나도 고심하다가 회사의 비전을 보고 결심했다. 지난해 8월 대표이사가 됐다.”

    ▼ 내츄럴엔도텍은 국내 백수오 시장을 키운 ‘백수오계의 맏형’인데.

    “화공학과 출신인 김 전 대표와 연구팀은 거의 매일 연구소에서 날을 지새우며 백수오를 연구했다. 부작용이 없으면서 갱년기 증상을 치유하는 ‘미래 천연물 시장’을 보고 백수오에 주목했고, 백수오와 당귀, 속단이 들어간 복합추출물(에스트로지)을 개발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식품의약국의 신규식품원료(NDI), 헬스캐나다의 천연물(NPN) 허가를 받아 안면홍조, 우울증 등 10가지 갱년기 증상에 대한 효능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유럽식품안전국(EFSA)의 ‘노블 푸드(Novel Food·신소재 식품 원료)’ 허가에 필요한 최종 심사를 통과했다. 그사이 임상시험을 거쳐 많은 특허를 냈는데, 그중에는 ‘갱년기 여성에게 좋다’는 용도특허가 있다. 이 문구는 우리만 쓸 수 있다. 전통 약효 이외에 현대의학 관점에서 갱년기 증상에 좋다는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했으니 맏형 소리를 들을 정도는 되는 거 같다(웃음).”



    ‘백발’이 ‘흑발’이 된 전설

    백수오의 유래에 대해선 여러 설(說)이 있다. 옛날 중국의 ‘백발’ 노사신이 이웃 나라 사신으로 갔는데, 돌아올 때는 찰랑찰랑 윤기 나는 ‘흑발’이 돼 있었다. 황제가 자초지종을 묻자 “이웃 나라에서 선물 받은 약초를 먹었더니 흑발이 됐다”고 했고, 이에 황제가 ‘어찌(何) 머리(首)가 검어졌느냐(烏)’며 그 약초를 하수오라고 불렀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노블 푸드’는 뭔가?


    백인 집안, 흑인 DNA

    ▼ 0.02%라고 하더라도 혼입된 건 맞는 거 아닌가.

    “맞는 말이다. ‘어떻게 혼입됐을까’ 하고 우리도 추적해봤다. 이엽우피소와 백수오 혼합종이 극엽우피소인데, 이 극엽우피소가 섞여서 이엽우피소 DNA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조할아버지가 흑인과 결혼한 백인 집안 후손의 DNA를 검사하면 흑인 DNA가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 공교롭게도?

    “2015년 3월 초 충북 청주의 백수오 원료 보관 창고에 불이 나 100억 원 상당의 피해를 봤다. 깜짝 놀라 첨단시설을 갖춘 이천 공장 저장창고로 백수오를 급히 옮겼고,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려고 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혹시나 섞여 있을 수 있는 가짜 백수오를 가려낸다. 그때 소비자원이 검사를 위해 생약을 수거해 갔다. 재료를 한곳에 모아놓을 때 이엽우피소가 섞여 들어갔을 수도 있고.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중국산 백수오를 납품한 업체 대표를 기소했는데, 그 회사는 4번이나 중국산 백수오를 우리에게 납품하려다 우리 유전자 검사에 걸려 전량 반품된 회사였다. 유전자 검사를 하면서 걸러낸 기록을 보고 검찰이 기소한 거다. 그 정도로 우리 검사는 엄격했다.”

    ▼ 검찰 수사는 어땠나.

    “가짜 백수오 사건 당시 회사 영업팀장은 ‘이런 사건에서 무혐의를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며 자포자기했고, 직원들도 울먹이며 법무실장을 찾아와 무척 힘들었다. 검찰 조사 받기 전날 나는 직원들 모아놓고 말했다. ‘날 믿어달라. 그리고 난 우리나라 사법체계를 믿는다. 양심에 찔리는 게 없다. 진실되게 얘기해보자’고. 밤샘 조사를 받고 앓아누운 직원들도 있었고, 불안해하는 직원들도 있었지만 우린 있는 그대로 다 소명했다. 결국 진심은 통했고, 교훈도 얻었다.”



    이엽우피소가 준 교훈

    ▼ 어떤 교훈인가.

    “이 사건도 결국 소통 부족이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우린 자신 있으니까, 품질이 좋으니까 알아주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소비자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사건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고 소비자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하늘을 나는 새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당당하게 과거를 말하고 있고, 소비자와 주주, 거래처도 이해해주기 시작했다. 다만 사건 당시 글로벌 제약사와 계약 직전이었고, ‘바이오 업계의 삼성’이 될 절호의 기회였는데 계약이 무산돼 참 안타까웠다.”

    ▼ 이엽우피소는 실제 독성이 강한 식품인가.


    “식품을 문제 삼을 때 가장 먼저 따지는 건 ‘위해성’이다. 그런데 이엽우피소가 마치 독극물인 것처럼 말하는데, 사실 1995~97년 농림부가 병충해에 강하고 산출량은 더 많은 ‘계량된 백수오’라며 재배를 권유했다. 농림부가 독극물을 재배하라고 했을까. 우리는 잘 섭취하지 않아 ‘식품목록’에 올라 있지 않지만 중국과 대만에서는 이미 올라 있다. 소비자원이 주장한 근거인 간 독성 관련 연구는 1980년대 중국에서 나온 대학보고서 수준의 논문을 근거로 한 건데, 이 또한 신뢰성이 낮다. 식약처와 독성학회 등이 당시 소비자원이 발표한 ‘부작용 자료’는 (엄청난 과량을 투여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방법에 근거한 믿을 수 없는 데이터라고 발표했다.”

    ‘백수오 사건’이 터지자 2015년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현안보고를 들었다. 당시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이엽우피소는 국외에서 식용으로 섭취한 경험이 있고, 독성에 대해 연구된 논문 또한 과학적 신뢰성이 낮다”며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해당 제품 섭취에 따른 인체 위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혀 소비자원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장 대표는 “이후 식약처가 진행한 이엽우피소 단회투약독성시험 결과 2016년 6월경 ‘적합’으로 나왔다. 현재 반복투여시험을 하고 있는데 결과는 올해 곧 나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변호사와 회사 대표, 다를 거 같은데.

    “바둑으로 치면, 변호사는 훈수를 두지만 대표는 직접 대국을 해야 한다. 바둑을 옆에서 볼 때와 내가 둘 때는 완전히 다르다. 결정을 해야 하고 책임도 져야 한다. 이제 큰 불은 다 껐으니 다시 회사를 일으켜야 하는 게 나의 임무다. 다행히 지난해 관계회사(엔도더마)가 산업자원부의 50억 백신 탑재 마이크로니들 프로젝트를 수주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우리가 주사를 맞을 때의 고통과 공포를 대신하는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다. 앞으로 소통에 방점을 두고 바이오 헬스케어 전문 업체로 우뚝 서겠다.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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