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호

“팀이 이기려면 ‘마무리 투수’가 잘해야”

차기 대권 ‘야권 구원투수’ 안희정 충남지사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5-11-18 1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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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굳이 지금 치고 나갈 의지 없다
    • 경제는 진보 진영이 더 유능
    • 4대강으로 싸우지 말자
    • ‘여의도發 신장개업’(신당) 신뢰 못 받아
    “팀이 이기려면 ‘마무리 투수’가 잘해야”

    지호영 기자

    충남도청 지사 접견실은 한쪽 벽면의 초록색 식물, 은은한 조명, 백제의 정취가 느껴지는 소품들로 격조 있게, 그러나 화려하지 않게 꾸며졌다. 기다린 지 5분쯤 지나 안희정 지사가 들어왔다.
    그는 1964년생으로 50대에 접어들었지만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 몸매는 군살이 없고 정장 차림은 ‘핏’이 딱 떨어져 보기에 좋다. 그는 일부 언론의 조사에서 ‘차세대 리더 정치인 1위’에 올랐다. 야권에서 그는 문재인·박원순·안철수와 함께 ‘새로운 물결’로 꼽히기도 하고, 나아가 ‘차기 대선 야권 구원투수’라는 평도 듣는다.

    ▼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전신) 최고위원 등 정치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는데, 행정가로 일하면서는 어떤 것을 이뤘습니까.

    이순신 부대 같은 조직


    “사람들이 정치와 행정을 구분하는 건 정치가 낡았기 때문이죠. 정치는 세게 주장하고 행정은 조합하니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데 그건 겉모습입니다. 둘 다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조절해야 하는 점에선 같아요. 저는 ‘제로 100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순신 부대’ 같은 ‘유능하면서도 주민과 잘 화합하는 공무원 조직’을 만들려고 했어요. 법만 내세워 밀어붙여도 안 되고 여론에 의지해 법과 제도를 약화해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규칙에 많은 사람이 승복하도록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 예를 들면?
    “가로림만 조력발전 문제 때 저를 지지한 많은 분이 ‘환경 피해가 확실하니 도지사가 안 된다고 하라’고 주장했죠. 그러나 저는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어요. 그러자 저한테 서운해하더군요. ‘그거 다 짜고 치는 건데, 그걸 해서 뭐 하냐’고 하더군요.”

    ▼ 그래서 어떻게 대답했습니까.
    “‘안 짜고 치게 할게요’라고 했죠. 그러자 ‘만약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서 하라고 결론이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물어요. ‘그러면 해야죠’라고 답했죠. 우리 사회는 법과 제도를 신뢰하지 않고 지도자들은 자꾸 정치적 결단으로 문제를 풀려 해요. 저는 주민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되 규칙을 공정하게 집행하려 노력했습니다.”



    ▼ 일부 언론은 ‘젊은 광역단체장이지만 실력이 있다’고 평했네요. 재임 중 가시적 성과물을 든다면.
    “몇 개의 상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써주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전업주부에게 ‘당신이 한 게 뭐가 있어?’라고 물으면 ‘집에서 살림한 거밖엔 없다’고 하겠죠. 저는 ‘도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졌다’는 점을 가장 큰 성과로 꼽고 싶어요. 아마 이 점이 ‘행정가로서 괜찮네’라는 평을 듣는 배경이 아닌가 싶어요. 살림하는 동안 애들 잘 크고 집안 편안하면 되는 거죠. 지난 5년 동안 충남은 그렇게 건강하게 지내왔어요. 성장할 건 성장하고 못 푸는 건 숙제로 남았습니다.”

    “애들 잘 크고 집안 편안하면…”


    ▼ “금강 물을 가뭄이 심한 충남 서북부로 끌어오자”고 했는데요. 한 신문 사설이 ‘4대강 반대론자 안희정의 유연한 정치’라고 평하더군요.
    “유연하다는 평가는 듣고 싶었는데요(웃음). 우리의 좁은 국토에서 물이 담기는 곳은 강밖에 없어요. 앞으론 4대강 찬성·반대로 안 싸우면 좋겠어요. 충남 서북부의 용수 문제와 관련해, 자체적으로 물그릇을 만들어보려고 보령댐이나 삽교호, 예당저수지를 지었는데 그것들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2012년 이명박 대통령과 화상회의 때 제가 ‘금강 물을 끌어 쓰게 해달라’고 제안했고 이 대통령도 ‘좋다’고 했어요. 그러나 대통령 임기 말이라 추진하지 못한 것 같아요. 이번에 정부가 제 의견을 받아들여 금강과 보령댐을 연결하는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식수로 못 쓰는 금강 물을 식수원인 보령댐의 상류로 퍼 올리는 건, 완전히 고갈하는 상황에 대비한 긴급처방이죠. 어쨌든 정부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줘 고맙게 생각합니다.”

    ▼ 안면도 개발을 추진한다고 들었습니다. 수도권 시민도 주말에 이곳을 많이 찾습니다. 어떻게 개발되길 바랍니까.
    “제주 중문관광단지나 경주 보문관광단지 외에 관광단지가 개발된 사례가 없어요. 안면도가 서해권의 국제적 관광단지가 되면 좋겠어요. 지방 재정형편으론 공공투자가 어려워 민간에 통째로 발주했는데, 그런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이 없어요. 의회의 승인을 받아 분할개발로 바꿔볼까 합니다.”
    최근 야당은 잇따른 선거 패배와 낮은 국민적 지지로 내홍(內訌)에 빠졌다. 자연히 ‘뉴 페이스’로 눈을 돌린다. 이종걸 새정연 원내대표는 안희정을 띄운다.
    “우리 안희정 지사께서 충남 도정을 이끈 5년입니다. 충남이 크게 변해 보입니다. 많은 시도지사님이 계시지만 우리 안 지사만큼 저희 당에서 기대고 있는 분이 없습니다. 안 지사님의 가도에 큰길이 열릴 수 있도록 함께 뛰겠습니다.”(8월 6일 새정연과 충남도의 예산 정책협의회에서)

    “팀이 이기려면 ‘마무리 투수’가 잘해야”

    충남 홍성군 내포 신도시에 자리한 충남도청.



    왕정에 저항하는 호민관


    대구에서의 총선 승리를 노리는 같은 당 김부겸 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지사에 대해 “누가 보더라도 지자체를 맡으며 성숙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다. 후배이긴 하지만 기대가 크고 주목한다”고 치켜세운다. 야당 내에서 차기 대선의 대안으로 고려하는 분위기에 대해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 이종걸 원내대표의 말이 지사의 대권가도를 돕겠다는 의미로 들리기도 하는데요.
    “좋은 정치인이 돼야죠. 어떤 사람이 좋은 정치인이냐? 이제까지 우린 ‘왕정에 저항하는 호민관’ 같은 정치인을 좋은 정치인으로 생각했어요. 그러니 용감하게 싸우려고만 했죠. 그러나 절대왕정 시대는 지나갔어요. 그와 비슷한 독재 시대도 지나갔어요. 이젠 ‘용기 있는 변화’가 필요해요.

    ▼ 어떤 변화….
    “폭로하고 고발하고 공격하는 발언이 필요한 시대는 아니에요. 그런 발언으로 박수 받으려 해선 안 돼요. 오히려 대화를 잘 나누는 사람, 뭔가에 대해 합의를 잘 이끌어내는 사람이 좋은 정치인이에요. 그게 새로운 정치라고 생각해요.”

    ▼ 많은 국민이 정치를 불신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봅니까.
    “왜 불신할까? 직업정치인인 저로서는 국민이 저의 직업을 혐오하니 그것만큼 고민스러운 게 없죠. 거짓말을 많이 해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죠. 국민이 자주 말하는 게 ‘싸우지 말라’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는 항변하죠. ‘당신의 권익을 지켜주기 위해 싸우는 것 아니냐’라고. 이제 저는 분명하게 느껴요. 우리가 지나치게 싸운다는 사실을요.”

    ▼ 여당은 잘못이 없나요.
    “여야 모두 낡은 틀에서 못 벗어나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도 ‘하여튼 칼을 빼들었으면 썩은 호박이라도 찔러야 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일이죠. 그게 다 싸움거리예요. 야당만 싸운다고 볼 일은 아니죠. 정국이 꼬이거나 문제가 되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책임이 가장 큰 거죠. 집안에서 맏이의 책임이 제일 크잖아요. 야당에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들릴까봐 부연 설명드리는 겁니다.”
    그는 “배짱 있게 밀어붙이고 ‘못 먹어도 고!’ 하는 것을 결단력으로 생각하는데, 분명한 비전을 가지되 그것을 밀어붙이진 말았으면 좋겠다. 대화하는 법이 안 통하기 때문에 계속 엉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차기 대선의 구원투수’로 비유되는 것에 대해 “저로선 열심히 실력을 쌓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 구원투수로서 어떤 부분에서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보나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우리 모두의 이익을 위해 대화를 이끌어내는 부분…. 박수에 현혹되지 말고 야유에 마음이 오그라들지 말고 공동체의 이익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요.”

    ▼ 우리 사회는 좌우 이념 대립이 심한 편이죠.
    “왼손잡이가 치든, 오른손잡이가 치든 한판의 골프는 똑같은 거거든요. 서로 견해가 다르고 정파가 달라도 월드컵 때처럼 어깨동무하고 잘 지낼 수 있어요. 상대를 극단적으로 공격하는 언동이 문제예요.”

    ▼ 선발투수에게 해줄 말이 있습니까.
    “잘해서 게임을 잘 마무리해주면 좋지….”
    그러면서도 안 지사는 “불펜(구원투수가 연습하는 장소)에 있는 모든 선수는 마무리 투수들이 잘 마무리해주길 바라죠. 그래야 자기 팀이 이기니까…”라고 여운을 남겼다. 겸양을 담았지만, 차기 대선의 야권 ‘마무리 투수’라는 주변의 기대가 연상되는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다.

    ‘이념’에서 ‘사람’으로


    고려대 철학과 출신인 안 지사는 젊은 시절 운동권의 대표적 이론가였다. 그러나 후에 자신을 이렇게 책망한다. “나의 역량을 넘어서는 과도한 구호를 내세워 나도, 조직도, 주변 사람도 모두 망치는 인생을 살지 말자. 능력이 달리고 준비가 안 된 자리는 절대로 탐하지 말자.”(저서 ‘안희정과 이광재’ 중)

    이후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된다. 노 전 대통령은 안희정·이광재, 두 보좌관에게 “나를 역사 발전의 도구로 쓰라”고 말한다. 그러나 ‘노무현의 시대’가 저문 뒤 안희정은 다시 한 번 자신을 책망한다. “‘친노’라고 표현된 우리는 ‘폐족’이다. 죄짓고 엎드려 용서를 구해야 할 처지다. 아직 우리는 실컷 울 여유가 없다.”

    절치부심의 시절을 거친 끝에 그는 2010년 6월 충남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다. 이때 그는 이런 다짐으로 다시 일어선다.

    “대통령을 만들고 내가 한 건 감옥 간 것밖에 없다. 그러나 안희정이 삐치고 배신했다는 말 들어본 적 있나. 나는 보수의 땅 충청도에서 진보의 깃발을 내걸고 당선돼 지역 구도를 깨는 주인공이 될 거다. 이게 내가 2008년 총선 때 공천도 주지 않은 당에 남은 이유다.”

    그는 이런 삶의 전환기를 거치며 ‘이념’에서 ‘사람’으로 옮겨왔다고 지인들에게 설명하곤 했다. 그는 “여태껏 나는 내 주장만 하고 살았는데, 내 이야기만 하기 바빴는데, 상대방을 이렇게 진지하게 관찰할 수 있는 거구나. 정작 나는 사람을 못 봤구나…”라고 술회한다.

    ▼ “김대중과 노무현을 잇는 장자가 되겠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장자로서 어떤 점을 계승하겠다는 건가요.
    “두 대통령과 우리 당은 민주주의와 국민의 인권을 위해 헌신해왔어요. 또 지역적 분열을 극복하려 노력했어요. 분단의 현실에서 어떤 형태든 평화와 번영, 교류의 미래를 만들려 했어요. 물론 새누리당도 그런 노력을 했습니다. 아무튼 저는 두 대통령과 우리 당의 이런 역사와 정신을 이어가는 사람이 되겠다는 자부의 말을 한 거죠. 우리는 세계화, 양극화, 분단과 G2 체제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어요.”

    “준비된 만큼만 도전할 것”

    “팀이 이기려면 ‘마무리 투수’가 잘해야”

    안희정 충남지사는 “규칙을 공정하게 집행하면서 공동체의 이익을 향해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호영 기자

    ▼ 그러나 야당에 대해 성장을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요.
    “가계소득을 높여 소비를 늘릴 것이냐, 기업의 여분을 늘려 투자를 확대할 것이냐의 관점인데요. 그 의제는 원인무효가 된 논쟁 같아요. 지금 어떤 선택을 해도 약발이 안 먹혀요. 어디에 쓰면 국민경제에 플러스고, 어디에 쓰면 낭비고, 이런 건 의미가 없어요. 굳이 우리 당 처지에서 자랑하면, 성장과 관련된 경제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더 나았죠.”

    ▼ “진보 정권이 더 유능하다”고 말한 적도 있죠?
    “하도 사람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나라를 망가뜨렸다’고 말하기에 반박한 거죠. ‘성장률이나 주가를 한번 따져보자. 진보 진영이 정권 잡으면 나라가 망가진다고 말하는 건 편견 아니냐’ 이런 이야기죠.”

    ▼ 그렇다면 지금의 경제위기를 풀 안 지사의 처방은 무엇입니까.
    “제 생각의 핵심은 이겁니다.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이 넘쳐나고, 청년들이 미래를 향해서 훈련받고, 각 가계와 시민들이 좀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면 우리나라는 살아난다는 점이죠. 반대로, 그 구성원들이 낙담하고 좌절하고 별수 없다고 포기할 때 우리 국민경제는 죽어요. 정치가 희망과 믿음을 높여주고 과학과 기술이 투자와 도전정신을 북돋우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어요.”
    그는 20년을 맞은 지방자치에 대해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면서 “1999년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가 63%였는데 지금 43%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 일각에선 자치단체장들이 선심성으로 헤프게 써서 그렇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그 주장은 문장으로 성립되지 않아요. 자기 예산을 써서 재정자립도가 떨어질 수 없어요. 정부가 경기 부양한다고 하면서 부동산 취득세 같은 것을 임의로 깎아버려요. 그게 다 지방세거든요. 박근혜 대통령은 누리사업 공약 실천한다면서 지방 교육청더러 그 사업을 하라고 하잖아요. 정부가 하기로 했으면 정부가 재원을 마련해야죠. 자치단체장이 부패를 많이 저지른다는데, 예, 그런 일 없어야 해요. 그러나 정부 고위직은 더 큰 부정을 저지르죠. ‘지방에 맡기면 안 돼’라는 이데올로기가 있어요. 이것 때문에 지방자치가 안 되는 거예요. 민생 현장에 가까이 있다는 점에선, 지방 공무원이 중앙 공무원보다 유능합니다.”

    ▼ 지난 선거운동 때 ‘충청의 대표선수’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 이야기 하기 전에, 저는 굳이 지금 폭탄 선언하고 치고 나갈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이고요. 저는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또 훈련받고 준비된 만큼만 도전할 거예요.”

    ▼ 충청의 대표선수….
    “그렇죠, 제가 충남도지사니까. 제가 선거 때 그렇게 말한 것은, 영남이 뭉치고 호남이 뭉치니까 충청도 뭉치자, 이런 뜻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그래선 충청이 절대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될 수 없어요. 이미 김종필 전 총리 같은 많은 선배가 보여줬어요. 충청이야말로 지역주의 정치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야 해요.”

    ▼ 충청 맹주, 이런 것에 오히려 반대합니까.
    “지역 맹주가 있어선 좋은 정치가 될 수 없어요.”
    새정연에선 친노계와 비노계 간 대립이 심화되고, 천정배 의원을 포함한 몇몇 정치인은 신당 창당 같은 야권 재편 움직임을 보인다.

    ▼ 야권 재편, 이를테면 새정연을 깬다든지, 이런 것은 안 된다고 보나요.
    “새누리당이든 새정치민주연합이든 여의도발 신장개업, 정계 개편은 더 이상 국민에게 신뢰받기 어려워요.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야당에 대해 ‘바뀌어야 한다’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이 나옵니다.
    “선거 때 새로운 세대를 당에 결합해 국민 앞에 추천하고 육성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에요. 그러나 신장개업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것은 이제 그만하면 좋겠어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안 지사는 “박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 시절 ‘정치권력이 역사에 개입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는데, 그 말이 정답”이라고 했다. 이어 “권력이 사관과 사초에 손대지 않는 건 불문법적 헌법정신”이라고도 했다.

    “100년도 못 살면서 부질없이…”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건 사실이에요. 그 사실을 두고 혜경궁 홍씨의 일기를 인용한 사람도 있고, 노론의 정권투쟁 과정으로 설명하는 사람도 있고, 사도세자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그들 부자지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죠. 이승만 대통령이 제헌국회를 통해 초대 대통령이 됐습니다. 또 부정선거를 해서 4·19로 축출됐습니다. 이 사실을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죠. 그런데 왜 특정한 해석을 강요하려는지 모르겠어요. 역사는 상식과 시대정신으로 그냥 종유석처럼 쌓여가요. 그걸 100년도 못 사는 사람들이 부질없이 ‘종유석이 이래야 한다’고 해요. 공론 분열만 초래하죠. 열심히 연구하고 반론을 제기해 상식을 바꾸려고 노력해야죠.”
    안 지사는 충청지역 보수 성향 단체에서 비교적 좋은 평판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따지거나 싸울 생각이 없다.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는군요’라고 존중한다. 다만, 어떻게 마찰을 줄이며 공통의 행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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