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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美 자금 추적 피하려 국정원과 대북송금 루트 협의했다”

특검 조사받은 백성기 전 외환은행 외환사업부장

  • 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美 자금 추적 피하려 국정원과 대북송금 루트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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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환은행은 시키는 대로만 했을 뿐
  • ●국정원, ‘통상적 방법’으로 송금
  • ●조광무역은 없어진 지 오래
  • ●‘처음 보는 계좌’로 돈 보냈다
  • ●송금 즉시 인출 가능…입금 지연으로 남북정상회담 연기됐을 리 없어
“美 자금 추적 피하려 국정원과  대북송금 루트 협의했다”
‘대북송금 의혹사건’의 실체가 현대그룹을 넘어 김대중 정권 차원의 조직적 주도와 은폐 기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5월12일 송두환 특별검사팀에 소환된 최규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임동원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대북송금이 이뤄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지난 1월 이 사건을 조사한 감사원이 조사 결과를 축소,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사건의 초점이 DJ 정권으로 집중된 것은 5월2일 이후. 이날 특검에 소환된 백성기(白誠基) 전 외환은행 본점 외환사업부장이 조사를 받고 나가면서 “국정원이 송금을 주도해 마카오의 한 북한 단체 계좌로 2235억원(2억달러)을 보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되면서부터다. 백 전부장은 또 “국정원 직원들이 송금 수표에 배서했으며, 이들의 신원을 감사원에 통보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백 전부장의 주장은 임동원 전원장이 “국정원은 현대상선의 요청으로 환전 편의만 제공했다”고 한 것이나 감사원이 “수표에 배서한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백 전부장은 이같은 내용이 대서특필되자 이날 밤 외환은행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언론이 내 말을 잘못 전달했다”며 일부 발언을 번복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계기로 여론은 국정원을 비롯한 정권 핵심 실세를 주목하기 시작했으며, 이런 분위기를 타고 특검 수사도 급물살을 탔다. 특검은 5월6일부터 국정원 직원들을 잇달아 소환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였고, 감사원도 관련자료를 내놓는 등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좀더 구체적인 정황을 들어보기 위해 백 전부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는 “할 얘기가 없다”며 응하지 않았다. 집과 사무실로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한 끝에 5월13일 오후 어렵사리 그를 마주할 수 있었다.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뜻 아니다

-왜 말을 바꿨습니까.

“특검 조사를 받고 나오니 기자들이 지하철역까지 따라붙으며 질문을 퍼붓습디다. 그래서 몇 마디 했을 뿐인데, 그걸 자기들 마음대로 해석해서 쓰고는 제가 무슨 양심선언이나 한 것처럼 난리를 치길래 저녁에 기자들을 불러다 해명을 한 겁니다.”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발언이 핵심인데….

“기자들이 ‘외환은행이 송금을 주도했냐’고 묻길래 ‘외환은행이 무슨 죄가 있겠냐, 그저 시키는 대로만 했지’라고 했는데, 그걸 ‘국정원이 주도했다’고 썼더군요. 특검에서 뭘 잘했느니 못했느니, 확인을 했느니 안 했느니 하면서 시달리고 나오니까 서글픈 생각이 듭디다. 이런 정치적 사건이 터질 때마다 중간에 있는 애꿎은 은행원들이 옷을 벗거나 감옥에 가잖아요. 이번에도 우리 직원 중에 누군가가 실무를 잘못했다고, 가령 금융실명제나 외환관리법, 남북교류협력법을 어겼다고 다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외환은행이 뭘 주도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겁니다. 국정원이 주도했다고 한 적은 없어요. 국정원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였을 거예요. 어제 최규백 전 기조실장이 ‘국정원은 송금의 중간 경로에 불과했고, 심부름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던데, 아마 그게 사실일 겁니다. 그 사람인들 당시엔 그게 무슨 돈인지, 왜 보내는지 알았겠어요?”

-국정원 직원들이 수표에 배서했고, 이들의 신원을 감사원에 알렸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까.

“‘국정원에서 배서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서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나. 감사원에서 감사를 했으니 감사원에서 알겠지’라고 했을 뿐입니다. 실명으로 배서했다면 신원이 드러날 것 아닙니까. 국정원은 그 전에도 수표를 가져와서 해외 송금을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외환은행에 계좌를 개설해놓고는 있지만, 보안 때문인지 계좌이체는 잘 안 했어요. 대북송금도 그런 통상적인 송금 절차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대북송금과 관련해 외환은행에서 여러 차례 회의가 열린 것으로 압니다.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송금했다면 그럴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제가 그 문제로 국정원에 가서 협의하고 돌아오면 송금 실무를 담당할 영업부장 등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고, 그것에 대해 뭘 물어보면 답해주는 정도였죠. 그걸 회의라고 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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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형삼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h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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