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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특집|충격·혼미·격돌…‘재신임 政局’

노대통령 고향에서 보내는 편지

“남 탓하기 전에 대통령에게도 책임 있다는 것을…”

  • 글: 선진규 청소년수련원 원장

노대통령 고향에서 보내는 편지

노대통령 고향에서 보내는 편지
10월10일 대통령의 재신임 제의는 한국 정치사에 폭탄 같은 선언이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님! 재신임의 찬반에 연연하지 말고 이 고향 선배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십시오. 대통령 취임 후 8개월이 채 안 된 지금 국민성금으로 그토록 어렵게 당선된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는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투명한 도덕성이 그나마 현 정권의 버팀목이었는데 최측근들의 연이은 비리가 운신의 폭을 좁혔기에 대통령으로서 국민에게 송구하여 속죄의 심정으로 재신임을 제의했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여야 정치인들의 고질적인 부정부패가 계속되면 국정수행은 말할 것 없고 나라의 장래가 위험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기에 대통령직을 걸고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성숙한 민주정치를 하는 나라에서는 최소한 대통령 취임 후 6개월까지는 국정운영의 시험기간을 줘 비판을 자제한다는데, 취임 초부터 거대 언론의 시비성 보도, 제1 야당의 발목 잡기, 여당의 분열상과 여야의 극한 대립 등 가혹하다는 표현을 넘어 처절한 투쟁의 연속이었으며 더 이상 이래서는 아니 된다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넷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노동자 시위와 각종 시민단체의 무분별한 주장으로 무질서한 무법사회가 돼 도저히 이래서는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설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다섯째, 국내외적 모든 문제가 부조리와 구조적 모순으로 얼룩진 엇박자 속에서 국정혼란이 계속되는 이상 전부를 털고 가지 아니하면 안 되는 고뇌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현 시점에서 남을 원망하기 전에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게 된 책임이 대통령 자신에게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다음과 같은 고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큰 뜻은 좋았으나 대통령으로서 가져야 할 고유의 권위와 국정수행의 장악력을 상실함으로써 대통령의 위상이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둘째, 국민은 태산부동(泰山不動)의 대통령을 바라고 있었는데 중량감 없는 언행 탓에 무게 없는 대통령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셋째, 말과 글로써 살아가는 언론과의 전쟁으로 인해 대결 지향적인 지도자 상으로 비쳐지게 됐습니다.

넷째, 국정 경험 없는 386세대의 젊은 참모 포진은 투쟁 일변도로 인식돼 국민을 불안하게 했습니다.

다섯째, 총리 책임제를 공약해놓고 국정운영에서는 국무총리를 대통령 들러리로 비쳐지게 했으니 공약과 실천이 맞지 않았습니다.

여섯째, 코드에 맞춘 인사 배치는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코드가 아니었기에 폭 좁은 인사정책이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일곱째, 대인관계에서 편견과 편애를 보여 포용력이 부족한 대통령으로 평가됐던 것도 아셔야 합니다.

여덟째, 국정 원로나 전문 사회지도자급 인사의 조언이 부족했던 것도 아쉬웠습니다.

야당의 반대로 재신임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유동성이 있지만, 12월15일 대통령께서 제시한 그날까지 지난날의 장단점을 통찰력으로 보완·수정하면서 겸허한 자세와 탁마의 심정으로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는 기간으로 삼아줬으면 합니다.

이 고향 선배는 이번 용단이 재신임을 받고 못 받고를 떠나 우리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으로 길이 남을 선택이라고 믿기에 자랑스럽습니다.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민족의 장래를 간절히 생각한다면 천지신명과 우리 국운이 꼭 답해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2003년 10월14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화산에서

신동아 2003년 11월 호

글: 선진규 청소년수련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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