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단독추적

‘특명, 北 후계자를 찾아라!’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의 10년 첩보전쟁

김정남 거처 잠입해 서류가방 서울 공수…졸업논문 제목으로 ‘김정은 후계수업’ 확인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특명, 北 후계자를 찾아라!’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의 10년 첩보전쟁

1/5
  • ● 2001년 5월 나리타 공항…“뭔가 다른 일이 벌어졌다”
  • ● 해킹한 김정남 e메일, ‘아버지에게 상시보고 중’ 언급
  • ● ‘김정남의 여인’ 확보한 군 정보당국, “손 떼고 넘겨라” 항의한 국정원
  • ● 김정철·김정은 스위스 학교 동창생 일일이 접촉한 현지 요원
  • ● 2003년 청와대 정세평가회의에 올라온 ‘김정은 유력’ 보고
  • ● 국정원이 내부첩보 대신 일본인 요리사 회고 인용한 까닭
  • ● 2003년 3월 작성됐다는 ‘김정일 비서실 일보(日報)’의 진실
  • ● 정보당국은 언제 ‘김정운 아닌 김정은’ 확인했나
9월28일 북한이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 김정은을 공개하면서 그간 이어져오던 논란은 일순간에 정리됐다. 그동안 남측의 관계기관들이 누가 김정일 후계자가 될 것인지 가늠하기 위해 벌였던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공작과 갈등까지 불사한 경쟁도 함께 마무리됐다. 청와대와 관계기관에서 관련 분야를 담당했던 당시 당국자들 인터뷰를 통해 ‘그때는 절대보안이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게 된’ 일련의 사건들을 추적했다.


모든 일의 시작은 2001년 5월1일 일본 나리타 공항이었다. 전세계 언론의 카메라 세례 속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의 황태자 김정남. 그가 위조여권으로 입국하려다 체포됐다는 소식은 이내 ‘북한의 후계’를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게 했다. 사상 최초로 공개된 로열패밀리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의 절대권력이 육화(肉化)되어 나타난 실체였고, 전문가들과 언론은 갖가지 관측과 소문을 전하며 상당기간 화제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정보당국의 시선은 사뭇 달랐다. 1999년부터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 직함을 갖고 IT 분야 대외협력사업을 책임지는 등 후계자 지위를 공고히 한 것으로 파악됐던 그가 갑자기 일본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는 것은,‘뭔가 다른 일’이 벌어졌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사건이었다.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문제의 여권은 위조가 아니라 차명(借名)이었고, 세계 각국의 정보요원들이 우호국 정보기관의 협조를 얻어 외형상 문제가 없는 차명여권을 사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까웠다. 이전에도 수차 외국을 드나들었던 그가 적발된 것, 더욱이 일본 당국이 사전에 그를 기다리다 입국을 막은 것은 특별한 배경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훗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제 고영숙이 미국으로 망명한 뒤 진술한 내용을 통해 확인된 것이지만, 이때의 체포는 당시 김 위원장의 부인 역할을 하고 있던 고영희의 작품이라는 게 정설이다. 김 위원장의 2남 정철과 3남 정은의 생모로 알려져 있는 그가 이 시기 스위스 유학에서 막 귀국한 자신의 아들들을 북한의 다음 지도자로 만들기 위해 고의적으로 김정남을 제거하려 했다는 것. 이때의 신분노출을 계기로 김정남의 처지는 하루아침에 180도 변했고, 아버지의 눈 밖에 난 그는 중국 베이징과 마카오, 유럽을 떠돌며 낭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이 무렵부터 정보당국의 촉각은 두 가지 질문으로 모아졌다. 과연 그는 후계에서 제외됐는가, 제외됐다면 후계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이후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지목돼 공개되기까지 무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관계기관들이 벌인 ‘사상 최대 첩보전쟁’의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따로따로 파견된 요원

이후 정보당국에 주어진 핵심임무는 김정남의 동선을 추적하는 일이었다. 평양의 ‘구중궁궐’에 숨어있던 김 위원장 아들들 가운데 유일하게 추적 가능한 인물이 등장한 것. 국가정보원과 군 정보당국은 김정남이 마카오 등지에 고정적인 거처를 마련한 2005년을 전후해 전담 감시요원을 파견해 인근에 상주시켰다.

이렇게 진행된 추적작업은 상상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것이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이 각각의 정보자산을 동원해 해킹 등의 방법으로 확인한 김정남의 e메일이었다. 군 정보당국에서는 주로 김정남이 해외에 파견돼 있는 국가안전보위부 등 공작기관원들과 주고받은 e메일 내용을 확인했고, 국정원은 평양 권력기관의 간부들과 나눈 교신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을 통해 확인된 김정남의 영향력이 ‘낭인이 되어 떠돌고 있다’는 외부평가와 거리가 있었다는 사실. 해외주재 기관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그 성과를 확인하는가 하면, 평양의 중간급 간부들이 여전히 김정남의 후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줄을 대는’ 일이 이어지고 있음도 감지됐다. 심지어는 주변국의 한 외교당국자가 김정남과 정보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김정남은 주변인들에게 보낸 e메일을 통해 아버지인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활동상황을 보고하고 있음을 과시하곤 했다. 특정사안에 대해 ‘그에 대해서는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조만간 별도의 지시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는 식이었다. 김 위원장과 김정남이 직접 주고받은 메시지가 없었으므로 허언일 가능성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시그널이었다.

“왜 우리 영역을 침범하나”

한편 이 무렵 군 정보당국의 경우 2004년부터 김정남과 사실상 내연관계에 있던 한국인 여성의 신병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한다. 마카오의 한 유흥주점에서 일했던 ‘신디(Cyndy)’라는 예명의 이 여성을 현지에 주재 중이던 요원이 접촉해 한국으로 데리고 들어오는 데 성공한 것(‘신동아’ 2009년 1월호 관련기사 참조). 이후 정보당국은 이 여성이 김정남과 함께 찍은 사진 등을 통해 그의 신체적 특징이나 성격 등 ‘가장 은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1/5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목록 닫기

‘특명, 北 후계자를 찾아라!’ 국정원과 군 정보당국의 10년 첩보전쟁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