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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갑질’에 꾸벅하는 ‘정치권 시다바리’ 오명

‘정치경찰’ 논란 영등포경찰서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의원 ‘갑질’에 꾸벅하는 ‘정치권 시다바리’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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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리기사 폭행 김현 의원 수사 7대 의혹
  • ● “수사 중이라 밝힐 수 없다”…
  • ● 정치 사건은 시간 끌다 뭉개기가 관행?
의원 ‘갑질’에 꾸벅하는 ‘정치권 시다바리’ 오명

서울 영등포경찰서

우리나라에는 경찰청 산하에 250개 경찰서가 있다. 서울엔 31개 경찰서가 있다. 이 중 영등포구 국회대로 608번지에 자리 잡은 영등포경찰서는 매우 특별한 위상을 지닌다.

국회의사당과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등 주요 정당의 중앙당이 모두 이 경찰서 관할이다. 대통령선거 후보, 대선 경선후보, 당 지도부 경선후보의 선거캠프도 대체로 여의도에 꾸려지므로 역시 이 경찰서의 영향권 내다. KBS,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전국경제인연합회 같은 주요 기관도 관내에 있다.

여의도 정치권이 연루된 크고 작은 사건·사고는 많다. 사소한 일이라도 ‘정치’가 연루되면, 꼭 권력 실세가 아니더라도 초선의원, 하다못해 보좌관이라도 연루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국 뉴스가 된다. 이런 사건들을 모두 영등포경찰서가 도맡아 처리한다. 이런 까닭에 이 경찰서는 언론에 곧잘 등장한다.

국회에서 여야가 대치해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면 영등포경찰서엔 비상이 걸린다. 이익단체들의 시위가 국회 주변에서 열릴 때도 마찬가지다. 또 공천에 불만을 품은 당원들이 국회나 당사로 몰려들어 시위할 때도 즉각 출동해야 한다. 대통령이나 외국 정상 같은 국내외 귀빈이 국회를 방문하면 주변 경비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한다. 영등포경찰서의 한 간부는 “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는다. 상경시위도 자주 개최된다. 이를 감당하느라 업무부하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호소한다.

“서장은 경무관 가는 자리”

그러나 이렇게 몸으로 때우는 건 차라리 편하다. 문제는 형사사건 또는 그 전 단계인 고소·고발사건이다. 정치인들 간, 또는 정치인과 비정치인 간 고소·고발은 대개 영등포경찰서에 접수된다. 정치 현안과 관련된 법적 시비부터 사소한 폭행, 금전문제, 치정까지 다양하다. 고소·고발인이 서울지방경찰청이나 검찰에 고소·고발장을 접수시켜도 관할지인 영등포경찰서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사건·사고에 연루된 여의도 정가 사람들은 관할 경찰에 ‘갑(甲)질’을 한다. 국회의원, 보좌관·비서관 지위를 내세우며 담당 경찰관을 윽박지르기 일쑤다. 정치 외풍이 경찰의 독립적 수사·조사에 방해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경찰 역시 정치인들의 특권과 위세를 의식해 ‘네네…’ 한다고 한다. 그래서 영등포경찰서는 ‘정치 검찰 뺨치는 정치경찰’ ‘정치경찰의 1번지’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시사평론가인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정치검찰’ 못지않게 ‘정치경찰’이 활개친다”며 “그중에서도 영등포경찰서는 현장에서 직접 ‘정치적 활동’을 하는 팔과 다리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경기 동두천경찰서 수사과장 등을 지낸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영등포경찰서로 부임하는 간부들은 아무래도 정치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영등포경찰서 서장(총경)은 별 과오가 없으면 바로 한 단계 높은 직급인 경무관으로 가는 자리다. 혹 자기 출세에 누가 될까 정치적 사건 처리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영등포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현장에서 뛰는 일선 경찰관은 일도 많고 까다로운 이곳에 오기를 꺼린다. 반면 진급이 절실한 관리자급은 이곳에 오는 걸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관리자급은 큰 수사를 몇 건 했고 어떤 실적을 올렸고, 이런 부분이 인사고과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고생하면서 보람 찾자’는 판단으로 많이 지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 편 같은 느낌”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일선 경찰서를 두루 거친 전직 경찰 간부 A씨는 “영등포경찰서는 툭하면 힘 있는 국회의원들이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는 곳”이라며 “원래부터 정치 외풍에 휘둘리다보니 경찰 사회에선 영등포경찰서를 ‘여의도 정치권 시다바리(남의 밑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사람이란 뜻의 일본어)’라고 한다”고 말했다.

모 국회의원 보좌관 B씨는 “영등포경찰서는 우리 편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사건을 접수시키면서 잘 부탁한다고 하면 알아서 척척 잘 처리해준다”며 “그들은 정치와 권력의 속성을 너무 잘 안다”고 말했다.

‘정치경찰 1번지’ 논란의 영등포경찰서가 마침내 민낯을 드러낸 일이 최근 발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연루된 세월호 참사 유가족대책위 집행부의 대리운전기사 폭행사건을 처리하면서다. 이 사건은 ‘갑 중의 갑’ 국회의원이 ‘을 중의 을’대리기사에게 특권을 행사한 의혹이 짙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여기다 유가족대책위 집행부가 대리기사 폭행에 가담해 이들도 일종의 특권 세력화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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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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