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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해진 ‘일본의 눈’… 한반도엔 숨을 곳이 없다

日 첩보위성 발사 A to Z

  • 글: 김경민 한양대 교수, 국제정치 kmkim@hanyang.ac.kr

막강해진 ‘일본의 눈’… 한반도엔 숨을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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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세계가 이라크전쟁에 주목하고 있던 지난 3월28일,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2A 로켓이 정보수집위성 2기를싣고 발사됐다. 일본 우주개발사업단은 “이 위성들은 앞으로 고도 400∼600㎞ 상공을 돌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기지 및 핵 관련 시설을 감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한반도 전역이 일본의 ‘눈’에 의해 감시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막강해진 ‘일본의 눈’… 한반도엔 숨을 곳이 없다
이번 H-2A 로켓 발사는 일본의 우주개발 역사뿐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에 있어서도 하나의 큰 획을 긋는 주요 사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우주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군사력 증강을 기피하고 터부시하던 일본 내의 분위기는 이미 1991년 걸프전을 계기로 급속히 약화되었지만, 이번 발사는 그러한 흐름이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재래식 무기의 질적 측면에서 세계 정상급에 올라 있는 일본이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이제는 정보대국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1968년 중·참의원에서 ‘우주를 군사적 목적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의한 바 있는 일본에 정보위성 발사의 핑계를 제공한 것은 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실험. 이를 계기로 일본 정부는 첩보위성 보유를 공식화하고 나섰다. 올 여름 예정대로 또다시 첩보위성 2기가 발사되면 일본은 하루에 한 번씩 한반도를 정찰할 수 있게 되어 남북한은 그야말로 일본 첩보위성 앞에 발가벗은 꼴이 된다.

인공위성이 지구의 강한 인력에 끌어 당겨지지 않고 정보를 수집하려면 대단히 빠른 속도로 지구를 선회해야 한다. 고도 500km 상공이라면 초속 8km 정도의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에 따라 지구에 가까운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일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지구를 선회해야 하는 것. 고도 3만6000km에서 궤도를 도는 위성은 한번 선회하는 데 약 24시간이 소요되어 지구의 자전 속도와 거의 똑같이 돌게 된다. 지구에서 보면 우주의 한 곳에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위성을 정지위성이라 한다. 세계적인 SF 작가 아서 C. 클라크가 착안한 이 정지궤도는 이후 방송위성, 통신위성, 기상위성 등에 이용되어 인류의 생활에 막대한 공헌을 해왔으며 정지궤도에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느냐 아니냐는 강대국 여부를 가르는 바로미터 역할을 해 국력의 시험무대가 되었다.

‘정보대국 일본’의 숨은 손 나카소네

그러나 정지위성은 전파의 혼선과 위성충돌 등을 방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공간이 한정되어 있다. 때문에 이를 차지하기 위해 우주개발 분야의 선진국들은 치열한 다툼을 벌여왔다. 정지궤도에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막강한 로켓 능력을 선점한 미국이 1963년 7월 통신위성 시콤2를 정지궤도에 발사해 24시간동안 지구를 선회하는 데 성공하고, 이듬해 시콤3을 정지궤도에 투입하는 데 최초로 성공한다. 중량 39kg의 시콤3이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전세계에 중계하는 쾌거를 이루자, 정지위성의 어마어마한 위력에 놀란 일본은 우주개발사업을 복격적으로 추진해 독자기술로 정지위성을 발사하겠다는 집념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이러한 일본 우주개발 역사의 초석을 놓은 사람은 1959년 6월 제2차 기시(岸)내각 당시 과학기술청 장관을 역임한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일본 총리였다. ‘일본도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과학기술청 주도로 로켓 개발에 착수했던 나카소네 당시 장관은 이와 함께 핵무기 개발능력의 초석을 쌓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청년장교’라는 그의 별명에 걸맞게 군사대국 일본의 기틀을 만든 주역임을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몇해 전 ‘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을 펴내 세계적인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이시하라 신타로 현 도쿄 도지사의 정신적인 버팀목이기도 하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첩보위성 제작능력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일본은 이미 1992년 고도 570km에 발사한 민간위성 JERS-1(지구자원관측위성)에 첩보위성에서 사용되는 합성개구(合成開口) 레이더와 광학센서를 탑재하고 분해능력 18m의 비교적 규모가 큰 위성을 2년간 운용했다. 합성개구 레이더는 항공기의 레이더와 마찬가지로 마이크로파를 발사해 그 반사를 포착함으로써 구름이나 안개 같은 대기상태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표를 관측할 수 있다. 또한 가시광선은 물론 단파장 적외선 대역까지 감지하는 광학센서는 어군(魚群)탐지 등 단순한 자원탐사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명목은 단순한 자원관측위성이었지만 일본 방위청 관계자들은 이 위성으로 얻은 데이터를 군사용으로 사용해왔다.

현재 세계 최고의 정찰위성이라 불리는 미국의 KH-12는 지상의 항공기와 전차 등을 해독할 수 있고, 병력 수송차량의 숫자는 물론 병기 배치상황까지 분석해낸다. 수송로, 교량, 도시 등의 건설상황 변화를 모니터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일본이 운용해온 지구자원관측위성은 미국의 KH-12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미국의 렌드샛, 프랑스의 스포트 위성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미 일본 정부는 오래전부터 우주로부터의 정보수집을 실행해왔던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군사력을 보유하고도 ‘자위대’라는 이름으로 이를 교묘히 감추고 있듯, 일본은 위성을 통한 정보수집에도 군사위성 대신 민간위성을 사용해왔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능상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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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경민 한양대 교수, 국제정치 kmki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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