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결국 잠정 중단 사태까지

9화_ 마감공사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결국 잠정 중단 사태까지

2/2

불길한 징조

결국 잠정 중단 사태까지

미장을 했다기에는 너무 험악한 계단. 민얼굴로 사용될 예정이던 구로철판에는 시멘트가 흘러넘쳐 페인트칠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감공사 과정은 순조로울 줄 알았다. 왜냐하면 우리 집 시공을 맡은 이 실장님이 인테리어를 주로 해온 마감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골조공사는 이 실장님이 잘 모르지만 함께 하는 승일건설에서 알아서 해줄 것으로 믿었고, 마감공사는 이 실장님이 전문이니 잘 챙기기만 하면 될 줄 알았다. 정말이지 계획은 완벽했다. 게다가 걱정하던 토목 및 골조공사가 마무리됐으니, 이젠 이 실장님이 펄펄 날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골조공사가 마무리될 즈음, 이 실장님께 공사가 많이 늦어졌는데 예정대로 입주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혹시 너무 서두르다 사고 날 수 있으니 열흘쯤 뒤로 이사를 미룰까 물어보기도 했다. 당시 나는 몰라도 너무 몰랐다. 아시바도 뜯지 않은 상황에선 이삿날을 늦추는 게 너무도 당연하다는 것을. 아시바를 정리하고 나서도 마감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리며 준공이 그전에 날 리 만무하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던 것이다.

그 무렵 이 실장님은 다른 곳 공사 한 군데와 우리 집 공사로 심각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워낙 과묵한 성격이라 잘 표현하지 않았지만 귀공자 같던 얼굴이 공사를 하는 동안 팍삭 늙어버린 느낌이었다. 남편에 의하면, 원래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공사장을 누비던 사람이었는데 시공사 사장이자 현장소장이자 반장 노릇을 왜 혼자 다 하는지 모르겠다며 사람이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고도 했다. 우리 집 공사의 심각성은 추석 연휴를 전후해 불거졌다. 연휴 직전 ‘방통(방바닥 통미장)’ 공사가 있던 날이다.  

“이 XX 어디 있어? 내려오라고 해.”

1층 현관에서 이어지는 계단엔 성난 아저씨의 말씨처럼 시멘트 폭풍이 몰아친 듯했다. 미장을 한 게 아니라 쏟아부은 듯한 모양새였다. 흥분한 아저씨께는 무서워서 말도 못 건네고 옆에 있던 분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무슨 일이래요? 이 실장님이 무슨 실수라도 하셨어요?”



“우리가 잘 알아서 했는데, 더 높이라잖아요. 우린 30년 동안 이 일을 했어요. 어디서 우리 아들보다 어린놈이 뭘 안다고. 바닥이 얇아야 방도 금방 뜨뜻해지는 법인데, 안 그래요?”

요지는 시멘트 양이 부족했는지 적게 부었고, 이 실장님은 높이를 맞추지 않으면 마루며 벽 석고보드나 문틀과의 높이도 안 맞게 되니 높이를 맞추라는 말이었다. 거기다 대고 ‘방바닥이 얇으면 금방 뜨뜻해지기도 하지만 금방 식죠. 이 실장님 말씀대로 해주세요’라고 했다간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몰랐다. 부리나케 음료수를 사와 돌리며 성난 그분께 “노여움 푸세요. 동생이라 생각하시고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했다.

“네네, 그러지요. 걱정 마세요.”

뒤끝은 없는 분 같았다. 이미 공사 시각이 오후 5시를 넘어선 데다 방통 후 시멘트가 마르지 않은 상태라 올라가볼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이 실장님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저렴한 업체 찾지 마라

결국 잠정 중단 사태까지

두께 50mm 스티로폼 위에 70mm 스티로폼을 붙이는 과정에서 제대로 시공하지 않아 떼어낸 자국. 사진처럼 부분부분 접착제를 바르면 단열 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화재가 났을 때 굴뚝 효과를 유발한다.

외부 마감재 상황은 더 심각했다. 원래 설계도에 있던 마감재는 스타코플렉스가 아니라 스토라는 독일 제품이었다. 남편은 시공 전부터 스토를 표준 시방대로 시공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찾아봤고, FM 시공의 중요성에 대해 시공 담당 이 실장님과 수차례 논의한 끝에 이 실장님의 선택으로 시공업체가 선택됐다.

그런데 시공에 문제가 있었는지 단열재를 붙이는 단계부터 제동이 걸려 붙여놓은 단열재를 뜯고 다시 붙이는 사태가 생겼다. 이 실장님과 외단열 시공 담당 사장님께 수차례 강조한 방식을 인부들은 알지도 못했고 지시받지도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사용하려고 가져온 부속물들은 스토 정품이 아니었다.

남편은 시작부터 줄곧 외단열 시공의 중요성만 얘기해왔는데 전혀 지켜지지 못하는 것에 분개했다. 외단열 마감재 사태의 심각성은 단열재 시공의 문제를 보완하고 미장을 하는 과정에서 다시 불거졌다. 결국 외단열 시공업체 사장님은 받을 돈은 다 받아 밑질 게 없었는지 미련 없이 철수해버렸다. 그 후로 한 달 동안 우리 집 공사는 잠정 중단 사태를 맞게 된다.

당시 나는 남편의 아집으로 공사가 중단됐다고 생각했다. 가까운 건축가 친구도 “사실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시공하는 곳은 없다. 제대로 한다는 곳도 지난번에 제대로 못해서 지금 다시 하고 있다”고 했다. 공사가 중단된 게 너무 융통성 없는 남편 탓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집이 지어지고 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실수는 외단열 시공업체를 잘못 선택한 탓이다. 오랫동안 중단됐지만, 다시 적임자를 찾아 시공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결국 외단열 마감재 시공엔 처음 계획보다 많은 비용이 들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일정이 늦춰짐으로 인해 생긴 기회비용 문제까지 생각하면 아찔할 따름이다. 평생을 흰 쌀밥이 제일 좋은 줄 알고 밥심으로 산다는 분께 영양의 균형이 어떻고 하며 밥을 바꾸고 탄수화물 양을 줄이라고 한들 바꿀 수 있겠는가. 집을 짓겠다고 견적을 받을 당시엔 1000만, 2000만 원 차이가 정말 커 보인다. 그러나 과정을 겪고 나면 2000만 원 더 들여 시간을 줄이고 질을 높이는 게 결과적으론 백번 나은 선택이었음을 알게 된다. 집을 지을 때 저렴한 업체를 찾으려 애쓰지 말기 바란다. 말이 통하고 ‘이래 봬도 이 업계에선 내가 1등’이라는 생각과 의지를 지닌 ‘장이’를 찾는 게 최선의 지름길임을 강조 또 강조하고 싶다.



결국 잠정 중단 사태까지
홍 현 경

‘가드너’로 불리고 싶은 전직 출판편집자.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20년 동안 해오다 2014년 가을 퇴직했다. 요즘 정원 일의 즐거움에 푹 빠져 ‘시민정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결국 잠정 중단 사태까지
이 재 혁

‘놀이터 같은 집’을 모토로 삼는 건축가. 재미있는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이자 한국목조건축협회에서 시행하는 5-star 품질인증위원으로 활동한다. 2004년 신인건축가상, 2008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으로 서울시건축상을 받았다.




신동아 2017년 2월호

2/2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목록 닫기

결국 잠정 중단 사태까지

댓글 창 닫기

2019/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