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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①

‘표적수사’ 논란 최열의 눈물

“미안하다. 구속될지 모른다. 하지만 아빠는 죄가 없다.”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표적수사’ 논란 최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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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충격 받은 딸, 두 달 동안 아빠와 말 안 해
  • ● 수사 문제로 임채진 검찰총장,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통화
  • ● 환경센터 건립시 환경련에 빌려준 3억원, 순차적으로 돌려받았을 뿐
  • ● 딸 유학비·주식투자 다 사실, 하지만 환경련 공금 아닌 내 돈
  • ● 대차대조표, 차용증, 확인서, 증인… ‘무죄’ 뒷받침 증거 많아
  • ● 광우병 촛불시위 나선 건 반미 아닌 식품환경 문제이기 때문
  • ● 최고경영진 생각 바꾸는 게 환경운동 지름길이라 기업 사외이사 맡아
  • ● ‘환경 동지’ 이명박 대통령, 대선 때 곽승준 보내 대운하 지지 요청
  • ● 돈 많이 벌지만 자가용 없고 골프 안 해
  • ● 검찰, “최 대표 3억원 변제는 허구”
‘표적수사’ 논란 최열의 눈물

● 1949년 대구 출생
● 춘천고, 강원대 농화학과 졸업
● 1979년 민주청년협의회 부회장
● 1982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설립
● 1993년 환경운동연합 창립, 사무총장·대표 역임
● 2000년 총선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 2002년 환경재단 설립
● 現 환경재단 대표, 기후변화센터 공동대표

사람들의 마음만큼이나 가파른 날씨였다. 실내에 들어서자 목에 달라붙었던 추위가 시나브로 떨어져 나갔다. 서울 도심의 호텔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인 N호텔의 레스토랑은 점심때가 지나서인지 한갓졌다. 흘낏거리는 여종업원의 무뚝뚝한 태도가 인상적이다. 창가 좌석에 앉아 밖을 보니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사람들보다 바람의 발걸음이 빠르다.

이윽고 점퍼 차림의 키 작은 사내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최열(60) 환경재단 대표다. 세 번째 만남이다. 우리는 하우스와인 한 잔씩과 치즈 몇 조각으로 한 시간 반을 버티며 묻고 답하는 각자의 임무를 덤덤하게 수행했다. 그의 목소리가 레스토랑 어느 자리에서도 들릴 정도로 컸기 때문에 나는 목소리를 낮췄으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틀 전 법원은 검찰이 최 대표에 대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도 수고를 덜었을 것이다. 더 물어볼 얘기가 있어도 만날 수 없을 테니까.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날인 2008년 11월30일 오후, 일요일이라 썰렁하기 짝이 없는 환경재단 사무실에서 두 번째 만났을 때 그는 꼿꼿했다. “영장이 떨어지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라는 내 질문에 “구속되면 돼야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검찰의 공로

도덕성이 생명인 시민운동의 대부(代父)가 공금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다니. 진실이야 어쨌든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실 자체만으로 그의 명예는 땅에 떨어진 셈이다. 시민단체의 구조적 문제점과 그의 혐의를 한통속으로 간주한 언론의 비판적인 논조도 한몫했다. 나는 내심 그가 인터뷰에서 분노하거나 격정적이거나 울분에 찬 모습을 보이기를 기대했으나 그는 대체로 침착한 편이었다. 그의 의연한 태도에 대한 나의 ‘불만’은 세 번째 만남에서 다소 누그러졌다. 그가 인터뷰 막판에 눈물을 쏟았기 때문이다. 기어이.

그가 2009년부터 ‘신동아’에 새롭게 연재되는 ‘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의 첫 대상으로 선택된 데는 검찰의 공이 크다. 그에 대한 검찰 수사는 그와 그가 이끌어온 환경운동의 사회적 기여도를 깎아내리고 시민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반면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그가 표적수사의 희생양일지 모른다는, 혹은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않거니와 치밀하지도 못하다는 일부의 신중한 시각에 일리가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검찰 수사의 긍정적인 면을 못 본 체하려는 건 아니다. 비록 최 대표 수사를 앞둔 ‘군불 때기’가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받긴 했지만, 아시아 최대의 환경운동단체라는 환경운동연합의 일부 간부들이 정부지원금 등 공금을 유용한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보수진영으로부터 이데올로기적으로 불온하다는 비난을 받아온 시민단체의 도덕성 문제를 공론화하고 그들의 ‘참회’를 이끌어낸 검찰의 공로는 기억될 만하다.

최 대표의 혐의는 환경련 사무총장과 대표 시절 공금 2억여 원을 빼돌려 주식투자, 자녀 유학비 따위의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검찰이 80일 가까이 수사해 찾아낸 혐의다. 이에 대해 그는 1996년 환경련이 환경센터 건물을 구입할 때 자신이 보탰던 3억원을 순차적으로 돌려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최열씨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빌려준 돈을 변제받았다는 주장에 대해 (유무죄를)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인터뷰는 세 차례에 걸쳐 6시간 동안 진행됐다. 첫 인터뷰를 한 2008년 11월28일은 금요일이었는데, 검찰이 주말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터라 최 대표는 한숨 돌린 상태였다. 환경재단 직원들은 언제 압수수색을 당했느냐는 듯 평온한 분위기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검찰은 11월7일 “환경연합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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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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