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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연구

원세훈 신임 국가정보원장

‘국정원 개조’ 위해 투하된 ‘MB-2’스마트 폭탄

  • 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원세훈 신임 국가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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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쳇말로 ‘잘나가는 공직자’는 아니었다. 행정고시 합격 이후 서울시에서 일하는 동안 독특한 캐릭터로 유명했던 그는, 이명박 시장을 만나 비로소 승승장구하기 시작했고, 이제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이 됐다. 정보 분야 비전문가라는 약점에도 그가 ‘모두 탐내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원세훈 신임 국가정보원장

2월10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원세훈 국정원장 후보자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기자에게 인물기사를 쓰기 가장 어려운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캐릭터가 복잡해 까다로운 경우도 있겠지만, 더 곤란한 케이스는 친구가 거의 없는 인물이다. 그가 누구인지, 개인적으로 어떤 면모를 지니고 있는지 말해줄 사람이 드문 인물, 원세훈 신임 국정원장은 그 극단적인 사례에 속한다. 한 국가정보원 관계자의 말이다.

“신임 수장이 내정되면 어느 부처든 그와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나서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 정말 하나도 없다. 신임 원장 성격이 원래 그렇다는 것이다. 오죽 혼자 움직이는 걸 좋아하면 ‘원 따로’라는 별명이 관가에 좌악 퍼졌겠나.”

‘원 따로’라는 별명은 경북 영주에서 출생한 원 원장을 빗대어 서울시 공무원들이 처음 붙인 것. 대구지방 음식으로 유명한 따로국밥과 그의 출신지인 TK를 엮어 지은 것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그와 친분이 있음이 확인되는 사람은 서울대 법대 동기인 양창수 대법관 정도다. 서울시에서 수십년을 함께 근무한 인사들이나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며 동선을 공유해온 인사들조차 그가 주말에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흡사 사생활이 없는 인물 같은 느낌이 들 정도. 그의 캐릭터를 엿볼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1974년 이래 30여 년간 이어진 공직생활이 전부다.

그는 전형적인 ‘얼리버드’다. 오전 7시면 출근하고 늦어도 저녁 8시 전에는 퇴근한다는 것이 함께 일했던 이들의 설명이다. 퇴근 후에는 비서실에서도 어디를 갔는지 잘 모를 정도로 의전이나 격식과는 거리가 멀다고도 한다. 그의 한 측근은 다음과 같은 일화를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때 일이다. 당시 부시장이던 원 장관이 퇴근 후 술자리에 대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술 마시고 싶으면 마셔라, 대신 아침에 시장님 나오기 전에 일찍 출근해라.’ 솔직히 사람이 그게 되겠나. 한마디로 마시지 말라는 얘기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서울시에서든 행정안전부에서든 부하직원들을 우르르 몰고 다니면서 폭탄주를 나누는 식의 술자리는 거의 갖지 않았다는 원세훈 원장은, 식사자리도 회식보다는 한두 사람을 ‘찍어’ 함께 밥을 먹는 스타일이다. 쉽게 말해 밥이나 술로 조직의 화합을 도모하는 전통적인 ‘보스’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는 기자들을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모든 출입기자를 대형음식점에 초대하는 식의 간담회는 손꼽을 정도. 필요하면 출입기자 대신 알고 지내는 언론계 인사를 한두 명씩 만나 자리를 갖곤 한다는 것이다. 술을 마셔도 맥주 한두 잔. 골프도 칠 줄은 안다지만 함께 골프를 쳤다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걸 보면 자주 즐기지는 않는 편인 듯하다. 사교성과는 담을 쌓은 인물인 셈이다.

무서운 보스, 고집스러운 원칙주의자

가장 흥미로운 점은 업무용 신용카드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서울시 부시장으로 재직할 때도, 행안부 장관 재임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는 것. 업무 관계자들은 물론 부하직원들과 밥을 먹을 때도 개인카드로 결제하곤 해서 매년 수천만원이 카드대금으로 나온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밥이나 술도 고급 한정식집보다는 맥주집을 주로 이용한다고. 자타가 그의 측근으로 공인하는 한 인사는 그의 이런 독특한 스타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마디로 깔끔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두루두루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태도를 가장 싫어한다. 보고를 받을 때도 목적에 맞게 정확한 대책을 들고 와야지 이해관계자 모두의 의견을 대충 얼버무린 보고서는 호되게 꾸중한다. 워낙 무섭게 화내는 편이기 때문에 옆에서 보는 사람도 편치 않을 정도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두루 관리하며 큰 실수 없이 유지해나가는 식보다는 한 분야에 올인해서 끝장을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 덕분에 서울시 직원들 사이에서 ‘상사로서의 원세훈’은 그리 호감 가는 인물은 아니었다고 한다. 부하직원들과의 스킨십도 많지 않고, 업무는 끝장을 봐야 하고, 화를 낼 때는 불같은 스타일이다 보니 무서운 상사였다는 소감이 많다. 함께 근무했던 비슷한 연배의 동료들 사이에서는 ‘고집스러운 원칙주의자’라는 평이 가장 먼저 들린다. 99명이 그렇다고 해도 본인이 아니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고위직을 지내고 퇴직한 인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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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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