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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의 Face to Face 20

“실세들로부터 간접적으로 사퇴 압력 받았다”

퇴임 후 처음 입 연 정운찬 전 총리

  • 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실세들로부터 간접적으로 사퇴 압력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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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세종시 원안 주장한 사람들은 거짓말쟁이
  • ● 대통령에게 당, 청(靑), 내각 인적쇄신 여러 차례 건의했다
  • ● 청와대 참모들, 여권 실세들과 갈등 없었다면 거짓말
  • ● 취임 초기 주변에서 박영준 바꾸라는 권유 많았지만…
  • ● 입학사정관제는 부자한테 유리하고 가난한 사람에게 불리한 제도
  • ● 국민은 정부의 서민정책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세들로부터 간접적으로 사퇴 압력 받았다”

●1947년 충남 공주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마이애미대 경제학(석사), 프린스턴대 경제학(박사)
●한국은행 근무
●미국 컬럼비아대 조교수, 영국 런던정경대 객원부교수,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2002년 서울대 총장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고문
●한국경제학회 회장
●2009년 국무총리
●저서 : ‘금융개혁론’ ‘거시경제론’ ‘가슴으로 생각하라’ ‘한국경제 아직 늦지 않았다’

정운찬(63) 전 총리의 이미지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학자다. 우리는 공부 많이 한 사람들, 이를테면 학자나 교수에 대해 몇 가지 고정관념 또는 선입관을 갖고 있다. 고지식하고 고집 세고, 언변과 사고력은 뛰어난 반면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다는. 정 전 총리도 그런 범주에서 평가를 받아왔던 것 같다. 당사자는 억울해할지 모르지만. “총리로서 존재감이 없었다”는, 항간의 평을 전한 나의 지적에 대해 그가 정색하고 반박한 것만 봐도 그렇다.

석 달 만에 성사된 인터뷰는 서울 모처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좁은 사무실엔 책이 넘쳐났다. 약간 상기된 표정의 그는 인터뷰 중 자주 물을 마셨다.

그는 언론에 대해 피해의식이 있는 듯싶었다. “한두 번 당한 게 아니다”라며 자신이 말한 것과 다르게 기사가 나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녹음된 내용 그대로 쓴다고 해도 고개를 내저었다. 한마디로 언론을 못 믿겠다는 것이다. 보도되기 전 기사 내용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해야겠다고 했다. 나는 그의 태도가 못마땅했으나 오보가 ‘숙명’인 언론의 속성에 대한 그의 우려가 터무니없는 것만은 아니기에 적정선에서 타협하기로 했다. 전직 총리와의 인터뷰는 이런 불신 속에 불편하게 시작됐다.

“착한 분이 왜 그런 데 들어갔냐”

그는 9월28일부터 6일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나이지리아를 방문했다. 나이지리아 독립 50주년 기념행사에 이명박 대통령 대신 참석한 것이다.

“나이지리아는 인구가 1억5000만명이고 석유나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많은 나라이므로 곧 아프리카 최강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를 나이지리아 대통령에게 전달했어요. 그리고 부통령, 국무차관, 과학기술부 장관 등을 만나 원자력발전 수주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그쪽에서 관심이 크더라고요. 전기가 부족한 나라입니다. 그리고 희귀광물 있잖습니까. 희토류. 그것을 공급받는 문제에 대해 과기부 장관과 구체적으로 얘기했습니다. 우리의 경제발전 경험을 그쪽에 전수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양국 간 교류를 활발히 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 총리 그만두고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서울대 총장을 그만두고 나서도 학교 발전에 도움을 준 분이나 단체에 애프터서비스 하느라 바빴습니다. 각종 강의도 하고 축사도 맡고. 총리 그만둔 후에도 재직시 이런저런 도움 준 분들, 특히 세종시 관련 단체들, 총리직 수행하느라 자유롭게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 혹시 제게 부담을 줄까봐 재직시 전화도 못 건 이가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전직 총리의 강의를 요청하는 곳도 많습니다. 모처럼 가족과 영화구경도 하고 쌓아둔 책을 읽느라 분주합니다. 택시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많은 사람이 알아보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빨리 그만두어 안타깝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착한 분이 왜 그런 데 들어갔느냐’고 하더군요.(웃음) 사인(私人)으로 돌아오니 정부 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민심이나 정책이 보입니다.”

▼ 어떤 게 보이던가요?

“거기서는 아무래도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만 만나게 되지 않습니까. 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어떤 면에서요? 한두 가지 예를 든다면….

“예컨대 4대강은 좋은데 규모나 속도를 조절해야 하지 않느냐는 거죠. 그 문제는 저도 정부 내에서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고위공직자가) 민심 파악한다고 현장 찾는 것에 대해 그 진실성을 의심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현장에 왔다가도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불만이었습니다.”

▼ 학자로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다가 정부에 들어가 행정 책임자가 됐는데, 어떤 점에서 괴리를 느끼셨습니까.

“특정 부처의 장관이 아니라 부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라서 큰 틀에서 나라를 보는 공부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업 문제에서 국방 문제까지 두루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에 대해 세종시가 다인 줄 알지만 성폭력피해 어린이를 치유하는 해바라기센터 방문, 천안함 사건 유족 위문 등 전국을 다니면서 지난 11개월을 정말 청년시절 못지않은 열정으로 보냈습니다. 정쟁에 정치가 묻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만, 냉정한 현실에서 큰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든지 다시 국가에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난 경험이 좋은 약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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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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