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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서민·중산층 증세는 중환자 피 뽑아 수혈하는 격”

‘한국 자본주의’ 집중 분석한 장하성 고려대 교수

  •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서민·중산층 증세는 중환자 피 뽑아 수혈하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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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불평등은 파이 키워 기업이 독식한 탓
  • ● 사내유보금은 비업무용 부동산 같은 것…과세 당연
  • ● 노무현 前대통령, 재벌과 경제관료에 휘둘려
  • ●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살아 있다
  • ● 右에선 ‘빨갱이’, 左에선 ‘자본가 앞잡이’…
“서민·중산층 증세는 중환자 피 뽑아 수혈하는 격”
인터뷰는 도중에 두 번이나 중단됐다.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 때문이었다.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출연 요청이었는데 그는 정중히 거절했다. 요즘 그는 뉴스의 인물이다. ‘재벌 공격수’, 안철수 의원의 ‘경제 브레인’으로 잘 알려진 그가 지난 대통령선거 이후 오랜 침묵을 지키다 다시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장하성(61)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9월 중순 펴낸 ‘한국 자본주의’(헤이북스刊)에서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책에서 “한국의 불평등은 국민총소득 중 노동소득 분배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해소하려면 재분배 이전에 임금과 고용 같은 1차적인 분배부터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월 2일 오후 고려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내부 유보 적정선 넘었다”

▼ 출간 이후 언론 인터뷰나 방송 출연 등으로 많이 바빠 보인다.

“보람을 느낀다. 다만 한국 사회에 대한 진지한 논쟁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출간한 이 책보다, 우연히도 출판 시기가 겹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번역본에 대한 관심이 더 높은 것 같아 안타깝다. 피케티의 책은 역작이긴 하지만 한국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에 찬성했는데.

“적정 내부 유보를 넘어선 초과 유보에 대한 과세는 2002년 폐지됐다. 당시 기업들이 ‘투자를 많이 할 테니 없애달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 이후 제조업 기업의 총자산 대비 이익잉여금 비율이 2001년 2.8%에서 2002년 11.1%로 급증했고, 지금은 34%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이는 기업이 사업과 관련 없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가 경제 전체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초과 내부유보세를 도입하면 내부유보금이 줄어들고 임금이나 배당으로 배분되는 몫이 늘어날 수 있다.”

▼ 재분배보다 1차적 분배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지금 피케티의 자본세에 대한 논의가 있는데 피케티 자신도 이게 비현실적이라고 했다. 한국은 지금 분배 자체가 원천적으로 제대로 안 돼 있다. 그러니 지난 10여 년간 왜 분배가 점점 악화됐는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는데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한다. 경제는 성장했고 기업도 많은 돈을 벌었는데 왜 분배가 안 되느냐 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 99.99%가 노동으로 먹고사는 상황에 가계로 분배되는 몫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 최경환 부총리가 맥을 제대로 짚은 셈인가.

“그렇다. 다른 정책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은 잘하는 것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걸 반대하는데 내가 보기에 김 대표가 이해를 제대로 못한 것이다.”

▼ 비(非)박근혜계의 대표주자인 김 대표가 친박계 기대주인 최 부총리를 견제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부양책, 부메랑 될 수도”

▼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지금 최 부총리가 동원 가능한 부양책을 다 쏟아 붓는 상황이다.

“경제가 정말 어렵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외환위기 직후가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성장률이 좀 낮아지긴 했으나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조급해해선 안 되고,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결국 비용을 치러야 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 지금의 부동산 부양 정책은 단기적으로 분명히 효과가 있지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때 건설업이 극도로 어려웠지만 구조조정을 안 했다. 오히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주기까지 했다. 돈은 풀렸지만 부동산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건설업 구조조정이 늦어졌고 지금 잘하는 건설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하나는 증세 문제인데, 우리가 조세부담 능력에서 아직 여력이 있다. 우리나라 재정적자가 다른 나라보다 심하지 않아 재정 확대 여력도 있다. 그러나 물가안정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결국 증세를 해야 한다는 얘긴데, 문제는 제일 먼저 들고 나온 게 담뱃세와 주민세라는 점이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세수를 확보하려고 서민과 중산층에게서 세금 거두겠다는 얘기다. 난센스다. 아니, 내가 지금 중환자실에서 수혈을 받아야 하는데 내 피를 뽑아 나한테 수혈한다는 게 말이 되나.

더 많이 낼 수 있는 대기업, 초대기업, 재벌기업, 초고소득층에게 증세를 해야 한다. 지난해 17조90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에 대한 최고 세율이 22%로, 개인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낮다. 더욱이 200억 원의 이익을 낸 중견 기업이나 삼성전자나 똑같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개인소득세도 마찬가지다. 1억5000만 원 이상 소득에 대한 세율이 일률적으로 38%인데, 평생 일해서 은퇴할 때쯤 임원 승진해 1억5000만 원을 받는 사람이나 1년에 100억 원 가까이 받는 사람이나 똑같은 세율을 적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누진 구조를 바꿔 조세 형평성을 확보한 다음 국민에게 ‘이걸로 부족하니 세금을 조금 더 내자’고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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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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