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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훈의 ‘남자 옷 이야기’③

슈트의 멋을 살리는 Dress shirts

  • 남훈│‘란스미어’ 브랜드매니저 alann@naver.com│

슈트의 멋을 살리는 Dress shi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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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맘 먹고 장만한 슈트를 입고도 뭔가 어색하다면, 셔츠를 구입할 때 브랜드네임이나 점잖은 디자인만으로는 확신이 안 섰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셔츠를 재킷이나 구두 같은 별도 품목으로 간주하고 다양한 색상과 패턴을 확보하는 데만 신경 썼기 때문이다. 품격 있는 복식의 기본이자 완성이랄 수 있는 셔츠의 위력을 인정하는 순간 당신의 차림도 인정받을 것이다.
슈트의 멋을 살리는 Dress shirts
자신만의 패션이나 스타일링에 신경 쓰는 사람들이 관심 갖는 품목에는 순서라는 게 있다. 옷차림은 한 가지 품목의 독보적인 강조가 아니라 여러 아이템의 자연스러운 결합이라고 앞서 밝혔으나, 그렇다고 모든 품목에 동등한 애정으로 접근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여성은 옷과 핸드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을 갖추면 구두와 보석류에 눈을 돌리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남성은 전체적인 인상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동시에 투자 금액도 확실히 큰) 슈트나 재킷과 같은 기본 품목에 먼저 신경을 쓴다. 전 지구적인 불경기의 흐름은 대한민국 남성에게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셔츠나 슈트에 어울리는 구두, 혹은 셔츠 소매 끝으로 존재감을 발산하는 시계, 품질 좋은 가죽으로 만든 서류 가방에 대한 관심을 쉬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신만의 스타일에 관심이 좀 있다는 사람들조차 아직 어떤 셔츠가 좋은 셔츠인지에 대해선 묻지 않는다. 슈트나 재킷 속에서 든든한 원군처럼 몸을 감싸는 것이 셔츠임에도 말이다. 비록 성장을 한 남자의, 브이존(V-zone)이라 일컫는 얼굴 아래 가슴 부분과 소매 끝 정도를 통해 드러날 뿐이지만, 제대로 입은 셔츠는 그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마음을 쓰는 젠틀맨임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반대로 말하면 목둘레가 커서 빙빙 돌아가는 셔츠를 입고 멋들어진 정장 차림을 꿈꾸는 건, 더하기 빼기도 제대로 못하면서 미적분을 잘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허황된 일이 다.

와이셔츠, 화이트셔츠, 드레스셔츠

일본 남성의 복식 수준은 어느 면에서는 유럽보다 뛰어나다고 인정받는다. 일본이 남성 패션 발전을 위해 기여한 바가 크지만, 우리나라로만 보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테면 패션 아이템의 명칭이나 의류 제작 관련 용어 중 와이셔츠나 와기, 카브라 등 일본식 용어가 오용되는 경우가 흔하다. 와이셔츠는 영어의 ‘화이트셔츠(white shirts)’를 일본 사람들이 잘못 발음한 데서 비롯됐는데, 정확하게는 드레스셔츠(dress shirts)이며, 짧게 ‘셔츠’라고 해도 상관없다.

셔츠의 역사는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적인 남성복의 근간이라고 할 클래식 슈트나 재킷을 입는 경우라면 셔츠는 겉옷 안에 입는 속옷으로 보는 게 적당하다. 인체와 겉옷을 연결하는 속옷으로 사람의 몸에 직접 닿기 때문에, 셔츠는 천연 소재, 즉 100% 순면으로 만든다. 유럽의 품격 있는 레스토랑에서는 함부로 상의를 벗지 않는 게 에티켓이다. 이는 슈트와 셔츠는 반드시 함께한다는 복식사와 연관이 깊고, 셔츠만 입는 건 속옷을 타인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인식 때문이다.

정장의 역사를 잘 배워온 유럽 남성들은 드레스셔츠 안에 러닝셔츠 같은 별도의 속옷을 입지 않았다. 반면 실용적 경향이 강한 미국 남성들은 지금도 드레스셔츠 안에 러닝셔츠를 고집하고, 대다수의 한국 남성도 그 영향을 받아 러닝셔츠 없이는 맨몸을 노출하는 것처럼 어색해한다. 그동안 셔츠 안에 러닝셔츠를 입어온 남성이 어느 날 갑자기 셔츠만 입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는 일주일에 나흘은 기존에 입던 대로 입고, 하루 정도는 러닝셔츠 없이 드레스셔츠만 입어보기를 권한다. 그러다 익숙해지면 러닝셔츠와 이별하기가 수월할 것이다. 드레스셔츠 안에 러닝셔츠를 입는 건 속옷을 두 벌 겹쳐 있는 것과 같다. 더욱이 러닝셔츠란 말 그대로 스포츠용이기에 정장 차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좋은 셔츠를 고르는 안목

좋은 셔츠를 찾는 남자라면 분명 고급스러운 슈트와 재킷을 옷장 안에 확보하고 있을 것이다. 슈트 안에서 속옷 기능을 하는 좋은 셔츠는 겉으로 드러나는 전체적인 실루엣을 다듬어주기에, 클래식 슈트를 입는 사람은 반드시 최고의 셔츠를 찾게 마련이다. 그러나 인상적인 패턴의 비싼 셔츠를 다양한 색상으로 사 모은다고 옷장의 구색이 제대로 갖춰지는 것은 아니다. 셔츠 선택에도 지식이 필요하다.

좋은 셔츠를 구하려면 먼저 셔츠만 전문적으로 만들어내는 브랜드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이거나 슈트와 셔츠, 구두까지 통합적으로 취급하는 브랜드라고 해서 모두 최고의 셔츠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가 아무리 패션 선진국이라고 하더라도 유명 브랜드조차 셔츠를 자체 제작하지 않고 셔츠 공장이나 셔츠 전문 브랜드에서 OEM 방식으로 공급받은 다음, 자신들의 높은 브랜드네임을 붙여 고가(高價)에 파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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