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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方外之士 ⑥

30대 유명역술가 박청화

“정해진 것은 없다. 단지 정해진 것처럼 보일 뿐”

  • 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30대 유명역술가 박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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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청화씨는 5~6개월 전에 예약해도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부산에서 알아주는 역술가다.
  •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법인 점집 ‘청화학술원’을 운영하는 역술가 박청화씨.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주명리학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계속해온 그는 가난한 집안 형편에 20세부터 프로 역술가의 길에 들어섰다. 최근 자살한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유서에 박씨에 대한 감사의 뜻을 남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은 그는 선인(仙人)에게서 사주 해석 방식을 배웠다는데….
30대 유명역술가 박청화
불가능에 도전하는 직업이 있다. 바로 역술가(易術家)라는 직업이다. 필자가 보기에 사람의 운명과 미래를 사전에 미리 알고자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인간에게 이처럼 궁금한 것도 없지만, 이처럼 난이도가 높은 것도 없다.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신(神)이 관장하는 영역이다. 그러므로 역술가라는 존재는 미련스럽게도 신의 섭리를 훔쳐보려고 덤벼드는 사람이다. 염라대왕 장부책에 적힌 대외비(對外秘)를 미리 훔쳐보는 일을 직업으로 택한 셈이니 이 어찌 고독한 직업이라고 아니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20년 가까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고수들을 만나러 다녔다. 그동안 갖다 바친 시간과 정력을 돈으로 환산하면 적은 액수가 아니다. 어림잡아 고급 외제차 한 대 값이 들어갔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는가. 어떤 분야든 살아 있는 고수를 만나야 안목이 열리는 법이니까.

근래에 부산에 사는 박청화(朴靑花·38)라는 인물을 만났다. 나이는 필자보다 훨씬 아래지만 역술의 내공으로 따지자면 한참 선배다. 이 바닥에서 나이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오직 실력만이 중요하다.

박씨는 부산에서 알아주는 역술가다. 5~6개월 전에 예약해도 그를 한번 면회하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 자살한 안상영 부산시장의 유품에서 그가 보아준 사주간명지(四柱看命紙)가 나왔고 안 시장의 유서에 ‘박청화 원장에게 감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어, 언론의 취재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는 부산에서는 유명인사다. 만나보니 178cm 키에 체중도 80kg가 넘는 장부체격에 태음인같이 느긋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눈을 보니 안광이 남다르다. 화기(火氣)가 감돈다. 영기(靈氣)를 머금은 눈은 대개 화기가 있다.

맹호가 함정에 빠졌으니…

-작고한 안상영 시장의 사주가 어땠는가.

“2004년 8월까지는 옥중을 벗어나기 어렵고 8월이 지나야만 돌파구가 생기는 운이었다. ‘맹호함지 팔월출문(猛虎陷地 八月出門)’, 즉 ‘맹호가 함정에 빠졌으니 팔월이 되어야 문을 나선다’는 의미다. 그때까지 참고 인내해야 한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해 참 유감스럽다.

보통사람의 사주는 식신(食神)이 입고(入庫)하면 함정에 빠지지만 대인의 사주는 편재(偏財)가 입고(入庫)하면 함정에 빠진다. 식신은 먹을 것을 의미하고, 편재는 큰 재물 또는 활동공간을 의미한다. 보통사람은 밥 먹는 것만 보장되면 살지만, 큰 인물은 큰 재물이 있어야 사회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범인에겐 밥이 중요하고, 대인에겐 사회적 활동이 중요하다. 그래서 이것이 막히면 끝나는 것이다. 입고란 창고에 들어가서 갇힌다는 뜻이다.

박정히 대통령이 서거한 해가 1979년으로 기미(己未)년이다. 박 대통령 사주는 경(庚) 일주인데, 경은 금(金)에 속한다. 금은 목을 극한다. 따라서 목이 재물이 된다. 목이 입고하는 해가 바로 미(未)년이다. 안 시장도 경 일주였다. 편재가 입고하는 해가 2003년 계미(癸未)년이었다. 결과를 놓고 보니까 2003년을 못 넘긴 것이다.

운이 좋지 않을 때는 그저 묵묵히 견뎌야 한다. 그러려면 희망을 가져야 한다. 이 고비만 지나면 반드시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인간은 참혹한 현실을 견뎌내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운명의 이치는 밤이 가면 낮이 오고, 낮이 가면 반드시 밤이 온다는 것이다.”

칼잡이, 해머, 번갯불

-나도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시작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시원치 않다. 나름대로 공부한다고 했는데 왜 실력이 늘지 않는가.

“명리학 공부를 하는 데 세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단계는 ‘칼잡이’ 단계다. 여러 종류의 칼을 수집하는 사람이 칼잡이다. 부엌칼부터 회칼, 쌍둥이칼, 고기칼, 과도 등을 수집해서 주렁주렁 달고 다닌다. 양복 윗도리옷을 열면 안주머니 좌우로 칼이 즐비하게 꽂혀 있다. 마치 조폭영화에서 싸움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원이 윗도리옷 단추를 열어 젖힐 때 장면과 같다. 명리학 이야기가 나오면 자기가 수집한 칼들의 효능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회칼을 내밀었다가 여차하면 독일제 쌍둥이칼을 내밀며 ‘칼의 노래’를 부른다. 그러나 어느 칼 하나 시원하게 고기를 자르지 못한다. 칼이란 일도양단(一刀兩斷)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절단할 수 없는 칼은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는 것 아닌가.

여기서 말하는 칼은 각 문파 나름대로의 독특한 사주해석법을, 칼잡이는 각 문파를 순회한 사람을 일컫는다. 이쪽 선생에게 배우다가, 저쪽 선생이 나타나서 색다른 이론을 주장하면 순식간에 이쪽 선생을 버리고, 저쪽 선생 밑으로 붙는다. 몇 년간 그 선생과 문파에서 배우다가 또 다른 고수가 나타나면 다시 당적을 옮긴다. 그런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칼을 수집하게 되는데 문제는 칼만 많지 시원하게 자르지를 못한다는 점이다. 이게 칼잡이다. 칼잡이는 이론만 현란하다. 이론을 들어보면 ‘이 사람이 고수다’ 하는 느낌이 들지만, 실전에 들어가면 요리를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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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용헌 江湖東洋學연구소 소장, 원광대 초빙교수 cyh062@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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