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호

“이창동은 ‘코드’ 일치, 이해성·조영동은 맞춰가는 중”

화제만발 노무현 언론팀

  • 글: 김진수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3-04-25 16: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좀체 식을 줄 모른다. 언론은 언론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목소리를 높인다. 이런 와중에 ‘노무현 언론팀’의 ‘엇박자’까지 불거져 노대통령의 언론관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 ‘노무현 언론팀’, 무엇이 문제인가.
    “이창동은 ‘코드’ 일치, 이해성·조영동은 맞춰가는 중”

    3월25일 국무회의에 앞서 밀담을 나누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오른쪽)과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연설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서동구 전 KBS 사장 인선 파동의 전말을 밝힌 4월2일 직후, 일부 기자들 사이에 출처미상의 풍문이 돌았다.

    요지는 이렇다. 노대통령이 이날 간담회를 마친 뒤 KBS 노조간부들과 청와대에서 가까운 서울 삼청동의 한 술집을 찾아 함께 소주를 마셨다는 것, 그리고 그 자리에서 노대통령이 “우린 서로 뜻이 잘 통하지 않느냐”는 발언을 했다는 게 이 풍문의 골자다.

    깊게 팬 언론-정부간 불신

    만일 사실이라면, 시기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일 수도 있다. 3월4일 KBS 창사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했던 “방송이 없었더라면 제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다”는 발언과 KBS 사장 선임 파동으로 노대통령이 가뜩이나 ‘방송을 편애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던 와중임에도 3월29일 청와대 비서실 직원 워크숍 발언을 통해 정권과 언론의 긴장관계를 거듭 강조하는 미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3월28일 유인태 청와대 정무수석이 조선일보 편집국장과 ‘폭탄주 술판’을 벌여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터였다.

    그러나 풍문의 내용은 확인결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술자리는 분명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대통령은 없었다. 문제의 술자리에 동석했던 KBS 노조 김현석 간사의 말.



    “대통령이 아니라 유인태 정무수석이 ‘청와대까지 온 김에 그냥 보내기가 뭣하다’며 마련한 자리다. 그날(4월2일) 간담회가 끝난 시각이 밤 9시쯤인데, 11시까지 함께 와인을 마셨다. 참석자는 유수석과 보좌관 1명, 김영삼 KBS 노조위원장과 나,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 이수석은 뒤늦게 합류했는데, 별 말이 없었다. 주로 유수석이 말을 많이 했고,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문제 등을 화제로 올렸다. 장소는 히딩크가 자주 들렀다는 와인바였다.”

    이쯤되면 와전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풍문의 진원지를 따질 것도 없이 이 해프닝이 시사하는 키워드는 ‘불신’이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둘러싼 언론과 정부간 상호불신의 골이 이미 깊을 대로 깊이 팼음을 드러내는 방증인 셈이다.

    이런 불신은 한겨레신문사 방문(1월9일),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와의 단독인터뷰(2월22일) 등 노대통령이 그동안 직접 보인 일련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지만, 그의 언론관에 ‘코드’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이른바 ‘노무현 언론팀’의 ‘언론철학 부재’ 때문에 더욱 팽배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노대통령의 언론관은 선이 뚜렷하다. 당선자 시절부터 외쳐온 청와대 및 정부부처의 가판신문 구독금지 등 언론개혁 의지를 부단히 행동으로 옮겨왔고, 신문과 달리 방송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인식도 강하다. 그것을 두고 ‘언론환경 변화에 적절한 대응’이라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설령 매체적 속성에 기인한 것이라 할지라도 어쨌든 호불호(好不好)임엔 틀림없다. 특정언론을 향한 피해의식을 거리낌없이 표출하는 것에서도 과거의 경험에 기초한 이른바 ‘체험적 언론관’이 확고하게 형성된 것을 엿볼 수 있다.

    청와대 홍보라인 관계자는 “대통령의 언론관은 분명하다. 당선자 시절 자청한 ‘오마이뉴스’ 인터뷰가 웅변하지 않는가. 확실히 방송과 인터넷매체를 신뢰하는 편이다. 인터넷 서핑도 꽤 자주 한다. 기사에 따라붙는 댓글까지 세심하게 볼 정도”라고 귀띔한다.

    이런 노대통령의 언론개혁 의지를 떠받드는 실무그룹의 언론관은 과연 어떤 빛깔을 띠었을까.

    이른바 ‘노무현 언론팀’을 이끄는 ‘스리톱’은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 그리고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이다.

    그중 이창동 장관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한나라당이 이장관의 언론관을 문제 삼으며 그가 자진사퇴하거나 해임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다가 유보하긴 했지만 그 결말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가 3월14일 ‘사무실 방문취재 제한’ 등을 골자로 내놓은 ‘문광부 홍보업무 운영방안’은 여전히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 쟁점은 ‘취재원 실명제’와 ‘공직자의 기자접촉 보고서 제출’이다. 비록 이장관이 4월3일 MBC TV ‘100분 토론’에 참석하는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오보를 피하자는 취지일 뿐 언론자유를 침해할 의도는 없다”고 거듭 밝히긴 했지만, 언론 현장의 목소리는 그의 해명과 ‘갭(gap)’이 여전하다.

    진보적 매체로 평가받는 한 월간지의 기자마저 익명을 전제로, “한국사회에선 ‘공식적 관계’에서 깊이 있는 얘기들이 나오기 쉽지 않은 게 엄연한 현실이다. ‘홍보업무 운영방안’의 일부 내용으로 미뤄볼 때 문광부측이 언론 현장의 사정을 너무 모르는 듯해 무지한 건지 지나치게 순진한 건지 분간이 잘 안 된다”고 털어놨다.

    노대통령이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잘 될까요?”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던 ‘취재원 실명제’ 등은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문광부 관계자는 “장관과 공보관실 직원들이 나흘 동안 토론을 거쳐 ‘홍보업무 운영방안’을 작성했다. 외부인사의 참여는 전혀 없었다. 취재원 실명제와 ‘공직자의 기자접촉 보고서 제출’도 당시 토론의 산물이다”고 답했다. 청와대와 사전조율을 거치지 않은 문광부의 독자적인 ‘창작품’이라는 것이다.

    기자실 개방과 관련해서도 부작용은 빚어지고 있다. 청와대 기자실을 비롯 정부 각 부처 기자실을 출입하려면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한국기자협회, 인터넷기자협회 등 7개 언론협회 중 하나라도 가입한 언론매체만 출입기자 등록이 가능하다. 이때문에 이들 협회의 회원이 아닌 전문지, 특수지, 군소 잡지, CATV 등은 아예 출입기자 등록과정에서 소외되는 형편이다.

    이에 대해 문광부측은 “정기간행물법에 의해 문광부에 등록된 매체만도 수천개에 달한다. 따라서 ‘홍보업무 운영방안’ 작성을 위한 토론과정에서 그런 문제의 발생 소지가 있다는 점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대안으로, 해당매체의 취재요청이 있으면 취재지원실 이용을 그때마다 허용할 방침이다. 단지 ‘등록한 매체’와 ‘미등록한 매체’의 외형상 차이만 있을 뿐이다”고 밝힌다. ‘공평’한 ‘개방’이란 대원칙에서 볼 때 군색하고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비친다.

    “이장관 언론철학은 ‘과도한 투명’”

    언론담당 주무부처인 문광부의 수장(首長)으로서 참여정부 언론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이창동 장관의 언론관은 어떤 빛깔일까.

    그는 2001년 9월 ‘안티조선 영화인 선언’을 주도했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뿌리박고 3월27일 창립추진위원회를 연 시민단체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 추진위원인 명계남·문성근씨와도 오랜 교유(交遊)를 통해 언론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장관은 ‘스리톱’ 중 노대통령의 ‘코드’에 가장 근접한 인물이기도 하다. 노대통령이 문화예술인인 그를 장관 자리에 앉힌 것도 ‘비주류 중 비주류’로 통하는 참여정부가 386세대와 공유한 정서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명을 맡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언론개혁은 그중 일부다.

    이장관의 한 측근인사는 “이장관이 ‘안티조선’ 활동을 오래 하진 않았지만, 메이저언론 특히 조선일보의 보도 태도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확실하다. 그는 나름의 확고한 언론관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걸 말할 위치에 있지 못하다”며 “분명한 것은 이장관이 정책기안단계부터 모든 관련정보를 일정한 시스템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는 소신이 뚜렷하다는 점”이라 말한다.

    ‘공직자의 기자접촉 보고서 제출’과 관련한 문광부측의 답변도 공무원이 취재에 응했을 때 기자가 예단할 가능성이 있으면 오보를 막기 힘들므로 언론에 대한 협조요청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며, 이미 일부 부처에서는 관행으로 해오던 것이라는 해명이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공무원조직의 내부지침에 불과하다면, 다분히 언론에 ‘통제적’으로 비칠 수 있음에도 왜 굳이 대외로 공표했는가 하는 점이다. 문광부 김태근 공보관은 “이장관은 개방·공평·정보공개라는 3대 원칙을 확고하게 견지한다. 취재원 실명제나 ‘공직자의 기자접촉 보고서 제출’ 등도 그런 맥락에서 해석해달라”고 말했다.

    이장관이 언론과의 관계에서 투명성을 강조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평상복 착용, ‘싼타페 출근’ 등 취임 때부터 보여준 파격적 행보에서 유추할 수 있듯, 기존 상식의 틀을 쉽게 깨뜨리는 이장관은 노대통령보다 더 자유스러운 인물로 알려진다.

    그러나 그의 언론관은 다소 이상론적이란 지적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장관의 언론관이 노대통령의 그것과 ‘코드’는 분명 맞다. 하지만 언론현실을 감안할 때 조금 앞서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이를 명명(命名)하자면 ‘과도한 투명성’쯤 될 것이다”고 분석한다.

    최근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문광부가 갈등을 빚은 것도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사장 임명권자로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는 이장관의 공모제 임명 방침에 반대하며 특정인을 사실상 내정해 불거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이 종전과 크게 차별성을 띤 부분 중 하나는 청와대 및 정부 각 부처의 홍보기능을 훨씬 강화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언론팀은 역대 최대 규모다.

    참여정부가 기존 공보수석실을 개편해 만든 홍보수석실엔 모두 11명의 비서관(1∼2급)이 포진해 있다. 조광한(홍보기획), 박종문(국정홍보), 윤훈열(행사기획), 윤태영(연설담당), 이근형(여론조사), 송경희(대변인), 이지현(외신), 김현미(국내언론1), 권영만(국내언론2), 윤석중(해외언론), 김만수(보도지원) 비서관이 그들이다.

    이들에다 행정관(3∼5급), 행정요원, 사무보조 여직원까지 합하면 무려 70명선에 이른다. 6명의 비서관을 두었던 DJ정부 공보수석실의 2배에 가깝다. 역대 정권과 달리 신문사 출신 대신 방송사 출신들을 언론팀의 주축으로 삼은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신설된 홍보수석(차관급)의 담당업무는 홍보기획과 국정홍보, 여론조사, 행사 및 연설 등이다. 대변인은 국내외 홍보와 보도지원 업무를 맡는다. 양자가 보완관계여야 함은 당연지사다.

    그런데도 새 정부 출범 50여 일이 지나도록 홍보라인 시스템이 삐걱댄다는 지적이 쏟아져나온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부실한 정례 브리핑이다. ‘워치콘’과 ‘데프콘’을 분간 못한 송경희 대변인의 실수 직후 대변인 산하에 행정관 2명을 보강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의 토로.

    “수석들에 대한 개별취재를 차단했으면 브리핑에서라도 ‘정보욕구’를 채워줘야 하지 않느냐. 그럼에도 대변인이 브리핑 내용의 전체 맥락을 꿰뚫지 못해 걸핏하면 ‘잘 모른다’ ‘얘기할 수 없다’로 일관한다. 이러니 1진 기자들은 대변인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지 않고 ‘대통령의 워딩은 뭡니까’라고만 물을 정도다. 사정이 이러면 홍보수석이 커버해줘야 하는데 그도 통 말이 없다. 오죽하면 출입기자들 사이에 ‘남자 송경희’란 닉네임으로 통하겠나.”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등 노대통령과 ‘동지적 관계’에 있는 인사들과 달리, 홍보수석과 대변인은 대통령과 함께한 기간이 짧아 그의 ‘코드’에 맞추지 못해 항상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구속되는 경향이 짙다는 게 출입기자들의 불만이다. 또 그때문에 언론과의 사이에 ‘쓸데 없는 긴장’이 자꾸 생겨난다는 것이다.

    ‘청와대 브리핑’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청와대 브리핑’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발행하던 ‘인수위 브리핑’을 승계한 것. 참여정부의 국정운영과 철학을 정확히 알리겠다는 취지로 언론사, 정부 부처 공보관실, 주한 외국공관, 시민단체 등에 이메일과 팩스로 보내는 A4 용지 4쪽 분량의 대통령 국정활동 보고서다.

    청와대 사이트는 3월3일부터 주 5회 대통령비서실이 발행하는 ‘청와대 브리핑’의 취지에 대해 ‘노대통령의 국정운영 상황에 관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투명한 국정을 실천하여 국민과 함께하는 참여정부의 진면목을 드러내보이기 위함’이라고 밝혀놓았다. 그러나 국정활동 보고서 수준을 넘어 감정 섞인 논평까지 실음으로써 언론과의 전쟁의 장(場)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 브리핑’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한 ‘내일신문’의 최근 사례에서 보듯, ‘청와대 브리핑’은 재경부 공보관의 말만 듣고 내일신문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가 오보를 내기까지 했다.

    ‘청와대 브리핑’ 책임자인 홍보수석실 박종문 국정홍보비서관은 “‘내일신문’ 건은 우리가 명백히 실수했다. 결과적으로 ‘오보’를 낸 셈이다”면서도 논평 문제에 대해선 “대변인이나 당국자 같은 공식채널도 있지만 간접적이라는 한계가 있고, 사안에 따라선 우리(청와대)도 적극적으로 의사를 개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에 논평을 싣는 것”이라 답했다.

    “이창동은 ‘코드’ 일치, 이해성·조영동은 맞춰가는 중”

    4월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이해성 청와대 홍보수석

    이장관의 언론관에 대한 비판이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에 기초한다면, 이해성 홍보수석의 언론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당초 노대통령은 홍보수석 인선기준으로 언론 및 홍보감각, 국제화 마인드, 방송에 대한 이해, 언론개혁 의지 등을 꼽았지만, 이수석의 경우 언론개혁 의지가 이장관보다 한 단계 아래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993∼94년 ‘기자 이해성’과 함께 재경부를 출입했던 한 언론사 기자의 회고.

    “이수석은 굉장히 사교적이고 친화력도 대단했다. 좀처럼 그렇게 못하는 다른 기자들과 다르게 재경부 관리들과 술자리도 자주 가졌다. 골프도 곧잘 쳤다. 사실 방송기자는 신문기자에 비해 공무원들과 잘 못 어울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래서 이수석이 상당히 ‘재미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가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독 강조하는 참여정부에서 언론개혁의 중임을 떠안은 홍보수석으로 기용됐다는 뉴스를 접하고 무척 놀랐다.”

    이수석의 발탁은 그가 2000년 MBC TV ‘시사매거진2580’의 부장으로 있을 당시, 4·13 총선에서 낙선한 노대통령을 집중조명한 ‘바보 노무현’이란 프로그램을 제작·방영한 것이 노사모 결성의 한 계기가 되면서 노대통령과 알고 지낸 인연과도 관련이 깊다. 이런 배경 때문에 한때 방송가에선 노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가, 자신의 아들인 MBC 이모 기자가 한때 ‘2580’에서 이수석을 상사로 모시며 근무했던 인연을 내세워 그를 홍보수석감으로 천거했다는 소문이 정설처럼 돌기도 했다.

    이에 대해 MBC의 한 기자는 “이기명씨의 아들이 이수석과 함께 ‘2580’에서 일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기명씨의 천거 여부는 밝혀진 바 없다”며 “이수석은 MBC에 근무할 당시 노조 부위원장을 맡는 등 소위 ‘진보세력’에 우호적인 감수성을 지녔었다”고 답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수석은 사심 없고 언론에 대해 선의를 가진 분으로 안다. 다만 노대통령이나 이창동 장관과 달리 아직 개혁 마인드가 체화(體化)하진 못했다고 본다. 내부적으론 이수석이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편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전한다.

    ‘노무현 언론팀’의 삼각축을 떠받치는 나머지 한 명은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이다. 노대통령이 3월11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앞으로 어려운 일을 맡게 될” 사람이라 소개했듯, 그는 ‘오보와의 전쟁’을 지휘할 사령탑으로 통한다.

    DJ정부 때인 1999년 5월 설립된 국정홍보처는 국가이념과 정책을 국내외에 홍보하는 국무총리 산하 중앙행정기관이다. 여론조사, 언론·보도 관련사무를 관장하는 것이 주업무다. 국정홍보처에서 언론매체 보도·논평의 수집과 분석, 국정현안에 대한 논조의 분석을 맡은 곳이 분석국이고, 각 부처의 기획홍보업무에 대한 협조·조정·지원, 공보관회의와 분야별 홍보협의회의 운영, 정부 발표와 언론브리핑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는 부서가 홍보국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국정홍보처는 분석국장이 아닌 홍보국장을 팀장으로 신문보도대응 태스크포스팀(TF팀)을 구성, 3월31일부터 가동중이다. 이 팀엔 6명의 직원이 배치됐다. 이들은 정부부처별로 각 한 명씩 지정된 전담자들과 수시로 연락하면서 오보가 발생할 경우 해명자료와 정정보도 요청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정확한 언론보도를 위해 일정 정도 언론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전제하에 보도분석과 오보 수집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TF팀 신설로 방송보도보다 신문보도에 대한 대응이 훨씬 강화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국정홍보처 김영창 공보지원담당관은 “TF팀 신설은 직제를 별도로 확대한 게 아니라 분석국의 해당업무를 정부 각 부처와 더욱 유기적으로 하기 위한 조처”라며 “방송보도 분석은 그대로 분석국에서 맡고 있다”고 답했다.

    “강단 있으나 언론관 피력한 적 없다”

    이처럼 참여정부에서 국정홍보처의 위상은 이전보다 훨씬 높다. 더욱이 국정홍보처가 추진중인 기자실 폐쇄 및 통합브리핑룸 설치 계획은 새 정부가 언론개혁과 관련해 역점을 두고 있는 민감한 사안들이다.

    이런 중책을 맡은 조영동 처장의 언론관은 어떨까. 조처장과 장기간 기자생활 및 노조활동을 함께했던 그의 지인(知人)은 “부산일보 파업을 주도한 이력이 말해주듯 조처장은 강단 있는 사람이다. 시체말로 ‘아싸리’한 편이다. 남의 면전에서 때론 듣기에 불쾌할 수 있는 말도 곧잘 한다. 그러나 기자시절엔 그가 자신의 언론관에 대해 피력한 적은 없었다”며 “노대통령의 언론관과 ‘코드’가 일치하는지에 대해선 선뜻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그가 노조 출신이란 점에서 반기는 이들도 적잖다. 노대통령의 부산상고 후배라는 개인적 인연이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1987∼89년 당시 부산일보 노조위원장을 맡아 1988년 7월 ‘편집권 독립’ 문제를 놓고 언론사 최초의 파업을 강행, 부산지역에서 신망이 높은 개혁적 성향의 인물이란 점 때문이다. 조처장이 중앙일간지와 관련 없는 부산일보 총무국장 출신이란 점도 그에겐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언론노련 관계자는 “이해성 수석과 달리 과거의 투쟁경험을 통해 언론개혁 의지가 일부 검증된 조처장이 노대통령의 ‘코드’에 곧 익숙해지면 자기 목소리를 높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영동 처장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과제는 지방언론 육성이다. 그가 지방언론인 ‘부산일보’ 출신이란 점에서 외면적으론 노대통령이 기대를 걸 만한 요건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 주문사항이기도 한 지방언론 육성은 국가적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결코 만만치 않은 과제다. 실제로 언론현장에선 낙관론보다 비관론이 우세하다.

    한 지방신문의 청와대 출입기자는 “참여정부 이전엔 청와대 브리핑 때 지방지 기자가 질문을 던지면 대변인이 아예 답변을 안했는데, 이젠 비록 알맹이 없는 브리핑이긴 하지만 그런 차별은 사라졌다. 적어도 형식적으론 지방에 대한 배려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셈이다. 따라서 지방언론 육성에 대한 기대수준도 높다. 그러나 지방언론이 처해 있는 현실과 입장이 각 사(社)마다 제각각인 데다 그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법제화된 제도적 수단도 마땅찮은 판에 지방언론 육성이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대구의 한 일간지 노조위원장도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에 원론적으론 동의한다. 그러나 일부 메이저신문을 ‘타깃’으로 겨냥한 그 정책이 신문시장 전체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며 “말로는 지방언론 육성을 강조하면서 여태 가시적인 정책개발은 물론 전담팀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면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의지마저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새 정부 출범 50여 일이 지나도록 인수위 단계부터 강조해온 지방언론 육성 문제와 관련,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이나 실질적 ‘액션’이 전무하다는 것이다. 이는 노대통령이 4월8일 문광부 업무보고에서 “현재 지역언론이 고사상태”라며 “문광부의 정책수단이 제한돼 어려움이 있지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역언론 육성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지방언론사 순회방문시 조영동 처장도 ‘지방언론 육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번 했다”며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한 행정적 수단은 거의 문광부 소관이며, 아직 문광부와 본격적으로 지방언론 육성문제를 협의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코드’ 못 맞추면 파열음”

    ‘미디어오늘’은 4월9일자에서 ‘참여정부 언론정책 흔들리나’라는 특집을 실었다. 이 특집은 청와대 홍보라인의 개혁의지가 부족해 시스템 및 인적 요소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언론개혁 추진세력의 전문성이 떨어져 언론정책이 겉돌 우려가 있다는 시민단체들의 우려와도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 참여정부의 언론정책 수행에 특정인사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KBS 노조의 한 간부는 “노대통령이 대선 때 자신의 언론고문을 맡았던 서동구 사장을 검증없이 추천했다는 사실을 4월2일 직접 공개하는 과정에서 ‘KBS 이사회가 노조의 뜻(서사장 추천 철회 의사)을 존중하라는 내 의견을 두 번이나 묵살했다’고 한 대통령의 말은 진심으로 알고 있다. 다만 KBS 사장 선임과 홍보수석 기용과정에서 ‘서동구 카드’와 ‘이해성 카드’를 노대통령의 최측근에 있는 특정인사가 밀어붙였다는 식의 루머가 자꾸 거론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고 말한다.

    언론관련 시민단체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이사 겸 ‘시민과 언론’ 편집위원장인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이창동 장관은 투명성을 바탕으로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원칙을 대(對)언론관계에 잘 적용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청와대 홍보라인은 문제다. 이해성 수석과 송경희 대변인은 언론개혁 마인드가 약해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팀 인선을 두고 루머가 흘러나온다는 것 자체가, 인선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는 여론이 존재함을 뜻한다. 그것은 노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이 결과적으로 언론개혁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전향적 사고가 대통령에게 필요한 시점”이라 덧붙였다.

    언론과의 ‘건강한 긴장관계’ 유지를 기조로 한 노대통령과 언론정책 조타수들간에 ‘코드 불일치’가 계속되는 한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은 파열음을 피할 수 없을 듯하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