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생존’이다. 미국이 생존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미국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국익이다. 둘째는 ‘석유’다. 생존을 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이 에너지(석유)를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미국의 국익에 맞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이라크전쟁을 벌인 것은 석유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일리 있는 지적이라고 생각된다.
셋째는 ‘국제평화’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세계를 이끌고 있는데, 미국은 이러한 체제가 유지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맞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이러한 체제를 깨려는 세력이 있으면 미국의 국익을 해치려는 세력으로 보고 대응에 나선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WMD) 제거에 노력하는 것도 국제평화로 치장된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넷째는 ‘동맹국과의 관계’이다. 미국이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미국과 동맹을 맺은 나라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맹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미국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이 일어난 1996년처럼 이 국익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기도 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다섯째는 무역이다. 미국은 국제무역을 방해하는 세력은 미국의 국익을 해치는 세력으로 본다. 여섯째는 인권이다.
한국의 국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분단 국가이기 때문에 생존과 번영이 보장된 다음에는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곱째 국익으로 ‘통일’을 꼽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국익이 이러하다면 우리의 행동 또한 국익을 지키고 얻는 데 집중돼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예비역 군인으로서, 국가를 위한 정보수집에 몸 바쳐온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에 세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먼저 지난해 여중생이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후 우리 사회에서는 거대한 반미 물결이 일었다. 여중생이 사고로 희생된 데 대해서는 분명히 애도를 표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과의 동맹을 해칠 정도로 반미 정서가 팽배해지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동맹국과의 관계는 우리 국익과 깊이 연결된 주제다. 우리에게 있어서는 한미동맹을 확고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과 단단한 동맹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국익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다. 내가 간첩 행위를 한 혐의로 미국에서 추방된 것도 따지고 보면 한미관계가 삐걱거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1차 북핵위기가 진행되던 1992, 93년 클린턴 정부는 분명한 반북(反北) 입장이었다. 그런데 김영삼 정부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데 반대하며 남북대화를 강조했다. 그 결과 북한은 ‘서울 불바다’ 위협까지 해가며 우리를 미국과의 대화에 필요한 ‘징검다리’로 이용한 후 제네바합의가 이뤄지자 우리를 내쳐버렸다. 그 후 우리는 미국에 대해 ‘왜 북한과 가까이 지내느냐’고 항의하다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과 로버트김 사건을 당해서는 그런 항의마저도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1차 북핵위기가 시작될 때 우리가 미국과 확고한 공조체제를 유지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북핵문제도 ‘동결’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로 끝나고 지금쯤 통일 단계에 진입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2차 북핵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EU 국가들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UN인권위원회에 북한 정권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제출한다는 데 대해 우리 정부가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 김대중 정부가 했던 것과 궤를 같이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우리 정부는 왜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것일까. 2차 북핵위기가 진행중일 때 미국과 의견을 달리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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