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이 사람의 삶

“한문 공부하다 보니 셈법이 보입디다”

‘컴퓨터보다 정확한’복리계산법 개발한 김병채 옹

  • 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한문 공부하다 보니 셈법이 보입디다”

2/4
김옹은 ‘재미있는 숫자공부’라는 유인물을 새롭게 꺼내놓았다. 유인물에는 정수와 소수, 연치(年齒)에 관한 내용이 정리돼 있었다. 정수의 경우 일 십 백 천 만 조 경 해 자 양 구 간 정 재 극 항하사 이승기 나유타 등으로 수의 무한대함을 적고 있다. 소수점 역시 분(부) 리 모 사 홀 미 섬 사 진 애 묘 막 모호 준순 수유 순식 탄지 찰나 육덕 허공 청정 등 헤아릴 수 없는 소수점 이하의 용어를 적어놓았다. 연치에 관해서도 1세부터 121세까지의 연령을 구분하고 관련 용어들을 상세히 기록해놓았다. 그의 기록에 따르면 연령에 따라 유아(영아) 유년 소년 학령 청소년 청년 장년 중년 부년 망육 갑년 회갑 망칠 진갑 망팔 망구 내수 망백 백수 기젼 다수 왕수 중갑으로 구분할 수 있다. 또 1~20세에 죽으면 조천(조사, 조세), 20~29세는 요절(단절, 요유, 요격), 30~62세까지는 향년, 70 이상은 수(壽)라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넓이, 부피, 무게 등의 한자용어들도 찾아냈다.

“밀리미터는 쌀변(米)이 들어가고 부피에는 설변(立)이 들어갑니다. 그런디 넓이는 무엇이 들어가는지 도무지 찾들 못허겄소. 그래서 5년 전 전국에 현상공모를 내부렀어. 옥편에서 찾아내는 사람은 500만원을 주겠다 했는디 아직도 안 나와. 그래서 시방 1000만원으로 올려뿌렀소. 한 1년 지났는디 아직도 나오덜 안혀. 답답한 일이란 마시.”

-도량형의 한자 표기법이나 정수, 소수, 한자풀이가 들인 노동력에 비해 가치가 없는 일은 아닐까요.

“아니여. 시방 대학 교수들이 내가 만든 도량형 표기를 쓰고 있소.”



김옹의 저작과 탐구욕구는 퍼내도 차오르는 샘물처럼 그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는 언제부터 이런 저작활동을 한 것일까.

조부의 저작 읽으며 한문 공부에 심취

김옹은 1990년 정년 퇴임하면서 조부 경암(敬庵) 김노수(金魯洙,1878~1956) 선생의 저작을 독파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경암 선생은 규장각의 사료를 뒤적여 ‘조선사’ 20권을 저술했다. 왕조실록 등 사료를 통해 민족 정기를 고취하고자 한 것. 그러나 18, 19, 20권이 일제 검열에 걸려 경암 선생은 경찰서에서 심하게 매질을 당했다. 18~20권에는 고종, 순종 연대로 일제의 조선침략사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

“조부님은 규장각을 35년간 출퇴근하면서 조선사를 정리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들 비위에 거슬리게 썼다고 왜경에 붙들려가 실컷 두들겨 맞아 가지고는 8개월 동안 병석에 누워 계셨는데, 나도 조부님을 간병했지요. 해방이 되자 조부님은 일제가 빼앗아간 18~20권의 내용을 기억을 더듬어 다시 썼는디 그것이 ‘한감강목(韓鑑綱目)’이제. 후학들이 연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러기 전에 후손인 내가 먼저 보아야 한다고 보고 한문공부를 시작한 거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한문을 익히긴 했지만 정년퇴임 후 본격적으로 한문공부를 시작해 지금은 논어와 사서삼경을 뗐다. 옥편만 40여 권 가지고 있다는 그는 모르는 글자가 있으면 고어사전, 숙어사전을 이 잡듯이 뒤적여 그 글자를 알아냈다.

“한문 공부를 하다 보니까 내가 평상시 좋아했던 수치 용어가 많이 나오더랑개. 그것을 취미 삼아 정리해본 것이 수사(셈씨)해휘(數詞解彙)고, 도량형 한자 표기고, 연치 발견이지.”

-언제부터 숫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셨습니까.

“나는 국민학교(초등학교)에서 햇수로 44년간 근무를 했소. 정년 때까지 교원 19년, 교감 25년 하고 교장으로 퇴직했소. 그란디 나는 수학을 가르칠 때 제일 재미있었어. 소싯적에도 산수공부가 가장 즐거웠고. 교원 시절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을 13년, 6학년 담임을 3년, 5학년 담임을 3년 했는디 모두 내 반 아이들 산수성적이 다른 반 애들보다 평균 30~40점이 더 높아. 그래서 전북 도교육위원회에서 ‘이상한 징조다’ 해서 시범교육까지 했당개. 교육위원회 장학사들도 강의법이 특별한 것도 아닌디 성적을 보면 신묘하다는 것이여.”

-정말 신묘하네요. 왜 그런 성적이 나왔을까요.

“자, 보시오. 1+1=2와 같은 더하기, 빼기의 수식개념은 기계적인 숙지법이고, 암기법이요. 이치를 모르고 매양 외는 것이여. 그런디 나는 그렇게 허들 안허요. 기초개념으로 가르친다는 것이여. 많다 적다, 크다 작다, 높다 낮다, 무겁다 가볍다, 밝다 어둡다, 두껍다 얇다, 멀다 가깝다 요렇게 나가는 것이요. 수학도 그래. 1 2 3 4 5라는 수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이런 기본 원리를 깨우쳐 준단 말이지. 이럴 때 아그들이 처음에는 다른 반 아그들보담 사정없이 성적이 떨어져부러. 하제만 반년만 가면 다른 반 아그들을 평균 성적 30~40점씩 따돌려부리지.”

2/4
글: 이계홍 언론인·용인대 겸임교수 khlee1947@hanmail.net
연재

이사람의 삶

더보기
목록 닫기

“한문 공부하다 보니 셈법이 보입디다”

댓글 창 닫기

2022/07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