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호

LG배 세계기왕전 우승한 이세돌 6단

  • 글: 서정보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사진: 조영철 기자

    입력2003-04-29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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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배 세계기왕전 우승한 이세돌 6단
    올해 성년을 맞은 이세돌(20) 6단. 지난달 말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이창호 9단을 3대 1로 꺾고 우승하며 ‘포스트 이창호’의 주역임을 보여줬다.

    대부분의 바둑 관계자는 이번 대회의 결과를 ‘3승 2패’라고 내다봤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거니와 3승 앞에 이창호 이름이 쓰여질 것이라는 예측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6단은 과감한 공격과 적절한 승부수를 구사하며 돌부처 이 9단의 평정심을 무너뜨렸고 이 9단은 그답지 않은 실수를 연발했다. 5번기로 치러지는 세계대회 결승에서 이 9단이 한번도 진 적이 없었기에 이 6단의 우승으로 세계 바둑계의 판도가 ‘돌부처 이 9단’의 1인 시대에서 ‘이창호-이세돌’ 양강시대, 나아가 ‘쎈돌 이 6단의 시대’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 이 6단은 인터뷰에서 엉뚱한 말을 했다. “2년 전 이 9단과 같은 기전의 결승전(이 6단이 2대 3으로 역전패)에서 대결했을 때보다 수읽기나 감각은 오히려 나빴다. 이번엔 운이 좋았다.” 그는 속시원하게 우승 비결을 내비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또 다른 말 속에 정답이 있었다. “요즘 하도 (여러 기사에게) 당하다 보니 내 스타일대로 두지 못하고 자제하는 편이다.”

    2년 전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실력이 아니라 국면을 운영하는 신중함이었다. 그는 1인자가 되기 위해선 뛰어난 재주뿐만 아니라 돌다리도 두드리는 신중함을 갖춰야 한다는 걸 무의식중에 깨닫고 있었다.



    He & S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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