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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김선겸의 낯선 땅, 낯선 사람

모래밭에 일군 제국의 영광

시리아 사막의 ‘오아시스’팔미라(Palmyra)

  • 글/사진: 김선겸 여행작가

모래밭에 일군 제국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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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나와 대주랑 거리를 걷다 보니 베드윈 여인이 팔찌와 목걸이 등 볼품없는 물건을 사라며 따라붙는다. 고개를 저었더니 이번에는 자신의 집에서 차를 마시지 않겠냐고 묻는다. 호기심에 이끌려 따라간 그녀의 집은 멀리 대주랑 거리가 끝나는 지점에 있었다. 주변에는 그녀의 집 한 채만 보일 뿐 온통 황량한 사막뿐이다. 변변한 가재도구 하나 없이 시멘트 바닥에 낡아 떨어진 카펫을 깔고 여섯 명의 아이와 살고 있는 그녀는 삶에 찌들어 실제 나이보다 훨씬 많아 보였다. 아이들은 낯선 사람의 방문에도 아랑곳없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며 장난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차를 끓여온 그녀가 보따리를 풀고 다시 한 번 물건을 사라고 권유했다. 원래부터 물건을 살 생각이 없었던 터라 찻값만 치르고 나와 무덤의 계곡으로 향했다. 사막에 펼쳐진 무덤이 계곡을 이루는 형상을 하고 있는 이곳에는 그 옛날 팔미라를 건설했던 사람들이 묻혀 있다. 팔미라 전통양식인 탑묘(塔墓)를 비롯해 지하분묘, 가형묘 등 다양한 묘들이 줄지어 있다. 팔미라는 인도, 페르시아, 아라비아 등 동서 문물이 오가던 도시인 만큼 묘 역시 여러 나라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유적은 시간을 초월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정작 도시를 건설했던 주인들은 무덤 속에서 말이 없다.

해가 저물 무렵 팔미라 유적지 뒤편 언덕에 있는 성채로 올라갔다. 17세기에 만들어진 이 성채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경사가 급한 자연사면에 둘러싸여 접근이 어렵고 양 옆에는 깊은 홈을 파 성채 수비를 용이하게 해놓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팔미라의 전경은 가히 환상적이라 할 만하다. 삭막한 유적과 대추야자 숲이 만들어내는 절묘한 대비를 배경으로 태양이 사방을 붉게 물들이며 사라지고 있었다. 수천 년의 시간을 묵묵히 이겨내고 남아 찾는 이들에게 경이에 찬 감동을 전해주는 신비의 도시 팔미라. 역사의 형언할 수 없는 무게가 여행객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기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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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선겸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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