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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然圖畵’ 72峰의 절대 미학

산수화의 산실 황산(黃山)

  • 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天然圖畵’ 72峰의 절대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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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일어났다. 5월 말인데도 새벽녘엔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아침을 서둘러 해결하고는 탕커우 쪽으로 향했다.

황산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가지 코스가 있다. 하나는 동쪽, 즉 동해(東海)의 운곡사(雲谷寺)를 거쳐 북해빈관으로 오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서해의 자광각(慈光閣)을 경유해 연화봉(蓮花峰)으로 오르는 것이다. 나는 운곡사 쪽을 택했다.

탕커우란 ‘황산 사절(四絶)’의 하나인 온천이 있는 지구다. 그러나 온천에 눈을 팔 형편이 아닌지라 나는 산을 향해 걸었다. 일대에는 관광객과 등산객을 대상으로 장이 섰고, 운곡사로 가는 택시와 마이크로버스는 한 명의 승객이라도 더 태우려고 가다 서다를 거듭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유혹에 넘어가 합승 택시에 몸을 실었다.

몇 개의 굽이를 돌아 당도한 운곡사 앞은 ‘황산풍경구’의 입구라 매표소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데 입장권 한 장이 130위안이나 했다. 중국의 유명하다는 명소는 거의 다 다녀봤지만 이처럼 비싼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거기에다 사고에 대비한 보험료가 1위안 추가됐고, 편히 가고 싶어 로프웨이(케이블카)를 타려면 편도에 60위안을 더 내야 했다. 황산이 좋다지만 적지 않은 경비를 부담해야 될 처지였다. 그런데도 황산을 찾는 사람은 줄을 잇고 있었다. 중국은 바야흐로 ‘뤼(旅)’의 시대에 진입한 것이다.

‘동양의 산은 걸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우리의 산은 멀리서 그 형세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고, 그 속으로 들어가 천천히 걸으며 조금씩 달라지는 산세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은 더욱 좋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산과 나는 하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게 우리 동양인들의 산 감상법이자 등산론이다. 동양인이 별난 종자여서가 아니라 동양의 산이 그러한 모습을 가졌기에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네 나라에 걸쳐 있는 알프스나 미국과 캐나다를 종단하는 록키산맥에도 가봤지만, 거기서는 천천히 걸으며 감상할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했다. 케이블카에 실려 급히 올라갔다가 지나는 길에 잠깐 주위를 둘러보고는 급히 돌아오고 말았던 것이다. 그곳엔 걸을 수 있는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았다. 그런 만큼 그들에게는 산수화라는 게 없다. 주위 경관을 그린 풍경화 정도가 고작인데, 그 양도 인물화에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빈약하다.

이에 비하면 중국의 산에는 잘 닦여진 등산로가 있다. 대개 돌계단을 깔아놓아 웬만한 비나 눈사태에도 끄떡없다. 특히 황산의 등산로는 일품이었다. 대나무 숲으로 뒤덮인 길을 얼마간 오르자 먼 산들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길은 가팔랐다. 얼마간 걷다 돌계단에 걸터앉아 쉬곤 했는데, 그때마다 ‘탸오푸(挑夫)’라 부르는 짐꾼들이 가방을 가마(그들은 이를 ‘화간〔滑竿〕’이라 불렀다) 위에 올려놓으라는 시늉을 해 보였다. 별로 무겁지 않으니 괜찮다고 하는데도 끈질기게 채근했다. 그래서 될수록 그들을 피해 걸었다.

나를 정말로 애타게 한 것은 그렇듯 귀찮게 구는 탸오푸들이 아니었다. 꽤 높이 올랐는데도 선경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나를 꾸짖기라도 하는 양 1979년 75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나무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덩샤오핑(鄧小平)이 황산에 올랐다는 사실을 알리는 커다란 그림판이 나타났다. 그림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그는 아주 건강해 보였고, 그래서 새삼 산에 오르는 것만큼 좋은 건강법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무색케 하는 황산과 오악

운곡 로프웨이는 시신봉(始信峰) 아래에서 끝났다. 이곳까지 3시간이 걸렸는데, 선경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황산도 식후경’이라는 듯, 사람들은 이곳에 오르자 대형 컵라면인 ‘캉스푸(康師傅)’를 시켰다. 그런데 하나에 25위안이라 값이 만만찮다. 아래에선 6위안인데, 산에 높이 오른 만큼 값도 덩달아 오른 것이다. 상하이에서 나는 ‘와하하 생수’ 한 병이 15위안, 빵 하나엔 10위안이었다. 아랫마을에 비해 서너 배나 비쌌다. 사람이 가파른 계단으로 지고 올라온 것이라 그럴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로프웨이 종점에서 얼마간 떨어진 곳에 북해빈관이란 별 네 개짜리 호텔이 있었다. 제일 싼 방이 하룻밤에 850위안이고 스탠더드는 1280위안이었다. 6인용 도미토리는 1인당 100위안을 받았다. 마침 점심 때라 레스토랑에선 뷔페식을 차려놓고 있었다. 주위에 두 개의 특급호텔이 더 있는 북해빈관 일대는 절경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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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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