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저항적 리더십이 문제다’ ‘정치논쟁을 줄이고 경제회복에 주력하라’ ‘말수부터 줄이고 분수를 지켜라’.
‘신동아’가 창간 72주년을 맞아 역대 정부의 전직 장관 출신 인사 20명으로부터 들어본 참여정부 국정운영 평가에서는 이러한 지적과 고언들이 쏟아졌다. 전직 장관들은 이러한 지적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에는 평균 52점을, 참여정부 내각의 국정수행 능력에는 53점을 줘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를 나타냈다(20명 중 4명은 무응답).
‘신동아’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8개월도 안 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재신임을 묻겠다고 할 정도로 국민적 지지가 바닥을 향하고 있는 이유를 되짚어보기 위해 전직 장관들 20명의 특별기고를 받아 참여정부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긴급특집을 마련했다. 전직 장관들은 실제로 국정운영의 중요한 축을 담당해온 경험이 있어 정치적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내각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신동아’가 기획한 참여정부 국정운영 평가작업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민의 정부에서 각 부처 장관을 지낸 인사 15명과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 전직 장관 5명이 참여했다(기고문 게재는 가나다 순).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가진 역대 정부의 전직 장관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내세워온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이라는 방향 자체에는 높은 점수를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인치(人治)와 독선을 배제한 시스템, 양 극단의 상반된 목소리를 조율하고 통합하는 시스템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국정운영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청와대가 주요 개혁과제를 최대한 선별해 내각에 맡길 것은 과감히 위임해야 한다는 지적에서부터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해 개혁 욕심을 축소조정해야 한다는 주문까지 나왔다.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또 전직 장관들은 대통령의 인사 정책과 관련해서도 ‘연고’나 ‘코드’보다는 전문성과 자질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드’를 내세우면서 ‘내편 위주의 인사’를 고집하는 것은 또 다른 획일주의와 배타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민소득 2만달러나 동북아 경제중심 같은 국정 어젠더와 관련해서는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는가 하면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과정에서 초래될 ‘삶의 질’ 저하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후보 시절의 ‘저항적 리더십’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전직 장관들은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난맥상을 부채질하는 야당과 언론의 지나친 공격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는 했지만 대체로 국민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참여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마지막으로 역대 장관들은 재신임 정국을 과감한 국정 쇄신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신임 정국을 정치공방으로 흘려보낼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 시스템을 재점검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다시 산 정상으로 올라가 길을 찾아 내려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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