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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사정기관 수뇌부 4명 동반퇴진 내막

청와대, 호남군맥 물갈이 시작하나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軍 사정기관 수뇌부 4명 동반퇴진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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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군 수사기관 주변에서는 이와는 다른 얘기가 들린다. 과연 그 정도 사유만으로 헌병의 최고위직인 합조단장이 순순히 물러났겠느냐는 의문이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조단은 참여정부 출범 후 발생한 해병대사령관 뇌물수수 의혹 사건과 국방회관 운영수입금 횡령 사건, 국군체육부대 공금횡령 사건 등 일련의 대형 군 비리 사건을 수사하면서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정 소장의 사퇴가 내부 고발로 촉발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군검찰의 고위관계자는 “이정 합조단장의 비리 혐의는 내부 제보로 불거졌으며 기무사가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헌병의 한 관계자는 “예비역 대령 등 일부 전·현직 헌병 장교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이정 합조단장의 비리 혐의를 제보해, 사정비서관실에서 관계기관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정 소장의 공금 횡령혐의는 청와대, 감사원을 거쳐 국방부 감사관실이 최종 확인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국군체육부대장의 외부지원금 횡령 혐의는 진작 불거진 것인데 합조단이 알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사실이 청와대에 알려졌다”고 귀띔했다.

청와대 사정비서관실의 개입

체육부대 공금횡령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런 소문도 있다. 국방회관 비리 사건에 연루돼 육군 교도소로 문책성 발령이 난 합조단 모 수사관이 사석에서 “합조단에서 체육부대 비리를 수사하다 덮었다”며 “내가 입을 열면 이정 (합조단장)은 한 방에 날아간다”고 떠들었는데, 그것이 청와대 사정팀 첩보망에 걸렸다는 것이다.



해병대사령관 뇌물수수 의혹 사건은 지난 3월 발생했다. 합조단은 해병대사령관 이아무개 중장이 부하로부터 진급 청탁과 함께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무혐의 처리했다. 그후 이중장은 해병 1사단 청룡회관 기금 횡령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는 형태로 물러났다.

지난 6월 청와대 사정비서관실은 합조단이 해병대사령관을 봐줬다는 제보를 받고는 이정 합조단장에게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과 더불어 수사기록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정 합조단장은 이 사건에 대해 “(국방부) 장관 지시에 의해 (해병대사령관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당시 사정비서관실은 합조단과 국방부 검찰단에 논란이 된 사건들에 대한 수사기록 일체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나선 대외적 명분은 군 개혁을 위해선 1차적으로 군 사정기관이 개혁돼야 한다는 것. 또한 그 배경엔 지난 정권 때 군부를 좌지우지한 호남군맥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게 군 안팎의 중론이다. 극심한 편중인사와 비리혐의로 얼룩진 호남군맥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군 개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정 소장은 전남 영광, 광주일고 출신이고 이길재 준장은 전남 곡성, 광주고 출신이다. 군검찰 관계자는 “이길재 헌병감은 상대적으로 때가 덜 묻은 사람이지만 직속상관이 물러나는 마당에 도의적으로 동반 퇴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이길재 준장을 동정했다.

또 다른 군검찰 관계자는 “호남인맥을 정리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확인된 이상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무사 관계자는 “이정이나 이길재나 깨끗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혐의사실을 거론했다.

호남군맥 정리의 신호탄은 지난 4월 참여정부 첫 군인사에서 DJ정부 군내 최대 실세였던 기무사령관 문두식 중장을 보직해임한 것이었다. 기무사는 경기도 용인 출신의 송영근 소장이 사령관에 부임한 이후 핵심 보직자 70여 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해 지역편중 인사 시비를 상당히 해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에선 임기제 지휘관의 경우 보직해임되면 곧바로 전역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문중장은 이례적으로 석 달을 더 버티고 7월에야 전역했다. 사정당국은 문중장이 기무사령관에서 물러난 후 그의 비리 혐의에 대해 내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기자는 청와대 사정비서관실 관계자가 전직 기무사 고위관계자를 방문해 관련 정보를 수집하려 했던 사실을 확인했다.

전직 기무사 장성들의 청와대 진정

문 전 사령관 내사는 기무사 전직 장성 몇 명이 청와대에 진정서를 낸 것이 발단이 됐다고 알려졌다. 부산 기무부대 이전 공사와 관련해 건설회사인 D업체 유아무개씨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았다는 것이 주된 혐의다. 문 전 사령관이 이 회사에 돈을 투자했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떼였다는 얘기도 있다.

군 수사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문 전 사령관은 문제의 돈을 나중에 유씨에게 돌려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사 결과에 대해서도 상반된 소문이 돌고 있다. 사법처리가 곤란하다는 얘기도 있고 서울지검이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내사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 8월 경남대 북한대학원 최고위과정을 마친 그는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시간강사로 강단에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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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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