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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회계·비자금 파문에 휘청거리는 SK

투톱 갈등, 어설픈 로비가 빚은‘비극’

  • 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분식회계·비자금 파문에 휘청거리는 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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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선 직전 허둥대며 양다리 걸치기
  • ● 시스템만 강조, 위기 관리 취약성 드러내
  • ● SK사태 이후 최태원·손길승 투톱체제에 균열 조짐
  • ● 소버린측, 이사 몫 요구하며 SK 압박 가능성
  • ● 최재원 부사장, 매일 형 면회하며 그룹 일 직접 챙겨
  • ● 최태원 회장, 영향력 회복 기회로 활용할 듯
분식회계·비자금 파문에 휘청거리는 SK

최태원 회장이 7개월 만에 보석으로 석방된 뒤 손길승 회장이 비자금 파문에 휩쓸리면서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감지되고 있다.

재계에 떠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 하나. 어느날 재벌 총수 집무실에 난데없이 뱀 한 마리가 들어온다면 삼성 현대 SK 등 각 그룹별로 대처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를까. 우선 삼성이라면 에스원 소속 보안요원이 긴급 출동해 뱀을 잡은 후 이내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작업에 들어간다. 일단 담당 직원부터 문책한 뒤 뱀이 들어오게 된 경로를 파악하고 사무실 보안 장치를 그날로 교체한다. 그것도 뱀을 인지할 수 있는 특수칩이 장착된 첨단 보안 시스템으로.

현대그룹이라면 대처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다. 일단 집무실에 들어온 뱀이 MK 쪽에서 풀어놓은 것인지 MH 쪽에서 풀어놓은 것인지부터 확인한다. 그런 다음 우리 편에서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화분이나 명패 등을 이용해 뱀을 격퇴한 후 시설 보완에 들어간다. 무엇보다 먼저 총수 집무실의 출입문을 물샐 틈 없는 대형 철제문으로 바꾸는 것.

그렇다면 SK는 어떨까. SK 직원들은 각자 책상에 코를 박고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통에 뱀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뱀이 총수를 물고 나간 뒤에야 이 사실을 깨닫는다. 게다가 직원들 중 뱀 잡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어 마냥 허둥대다가 뒤늦게 SK의 경영 매뉴얼인 SKMS에 ‘뱀 잡는 법’이 나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고작이다.

SKMS란 SK의 경영관리체계(Management System)를 일컫는 용어로 SK가 고(故) 최종현 회장 시절인 1979년 완성한 고유의 경영관리 모델이다. 기존의 경영학 교과서로는 설명되지 않는, SK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경영 매뉴얼인 셈이다. 누구보다도‘시스템에 의한 경영’을 강조해왔던 최종현 회장은 SKMS를 통해 기업 구성원들이 어떻게 하면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두뇌를 최대한 활용할 것인지를 매뉴얼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인 바 있다.

시스템 경영의 한계인가



다소 모욕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도는 것은 SK가 삼성이나 현대, LG 등 다른 그룹에 비해 유독 ‘시스템에 의한 경영’을 내세워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스템만 강조하다 보니 정작 그룹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확실하게 책임지고 나서는 사람도 없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 한마디로 위기 관리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SK네트웍스(옛 SK글로벌)의 1조5000억원 규모 분식회계 사건으로부터 촉발돼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던 SK사태가 최회장의 보석으로 수습국면에 들어가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한 거액의 비자금 제공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충격파로 따지자면 뱀 한 마리 들어온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초특급 태풍이 SK 전체를 덮치고 있는 것이다.

SK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보석 석방, 채권단과의 채무 재조정 협상 진전, 구조조정 계획 가시화 등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아가는 상황에서 갑자기 정치자금 사건이 튀어나오자 그 진의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SK 계열사의 한 임원은 “솔직히 당시 그만한 정치자금을 양측 후보 진영에 갖다 바치지 않은 재벌 그룹이 어디 있겠느냐? SK가 걸려든 것은 가장 만만했기 때문이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삼성을 건드릴 경우 안 그래도 투자 위축과 경기 불황에 시달리는 경제 상황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고, 4대 그룹이 아닌 다른 데를 건드려봐야 상징적 효과도 미미할 것이기 때문에 결국 SK가 걸려든 것이라는 이야기. 게다가 SK는 이미 SK네트웍스 분식회계 파동으로 상처를 입을 만큼 입었기 때문에 경제에 미치는 충격과 관련해서도 검찰이 뒤집어쓸 부담이 적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특히 SK 관계자들은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못하면서도 “검찰이 삼성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씨의 편법증여 의혹과 관련해서는 오는 12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모양새 갖추기식 수사를 하면서 유독 SK에 대해서만 강도 높은 압박을 펼치고 있다”며 불만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2000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이재용씨 편법증여 의혹사건의 경우 배임액이 50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가 7년으로, 올해 연말이면 공소시효가 끝난다. 물론 삼성측에서는 이러한 시각에 대해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검찰 역시 ‘SK 표적설’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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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성기영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ky32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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