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인의 사주를 보니 1960년 12월 ○○일 새벽 2시, 천지 기운으로 볼 때 매우 차가운 시기에 태어나 체질도 차가움 그 자체였다. 체질이 한랭한 사람은 대개 신장과 방광이 크지만 허하고, 심장과 소장의 기능이 약해서 저혈압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속에 열이 부족해 소화기능이 좋지 못할 뿐 아니라 자다가 가위에 눌리거나 자주 놀라며 손발이 시리고 저린 증세가 나타난다. 문제는 1998년 이후 천지 자연의 운행 기운을 따져본 결과 이 부인의 건강이 위태롭다는 것이었다. 5년 안에 심장마비로 사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망설이던 끝에 그 부부에게 조심스레 필자의 소견을 전했다. 그 말을 듣고 긴장한 부인은 그 후 얼마간 한랭한 체질을 따뜻하게 바꿔줄 약을 복용하면서 양생법(養生法)이나 기공 등으로 심장기능을 강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반신반의했고 그만큼 건강에 무심해졌다. 결국 얼마 전(2003년 8월20일 새벽 2시경) 그 부인이 심장경색으로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불과 마흔셋의 한창 나이였다.
필자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의 체질과 운명을 분석한 끝에 체질을 개선하면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앞의 여성처럼 처음에는 긴장했다가 며칠 지나면 대수롭잖게 여긴다. 그리고 1년 혹은 몇 년이 지나 필자의 경고대로 병을 얻고서야 허둥지둥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천지 기운 따라 타고나는 체질
사람은 천지 자연의 기운에 상응해 체질이 형성되고 모습이 정해지며 성격은 물론, 지혜와 운명에 이르기까지 일체가 정해진다. 체질이 차고 습한 사람은 더운 것을 좋아하고, 한랭 다습한 지역과 계절을 견디기 어려워해서 그에 따른 병이 들기 쉽다. 반면 체질이 덥고 건조하고 조열(燥熱)한 사람은 추운 것을 좋아하고 더운 지역과 계절을 견디기 어려워하므로 역시 그에 상응하는 병에 걸리기 쉽다. 이는 적자생존의 자연계 원리로서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생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람의 체질을 분류해보면 대개 건조(乾)하고 습(濕)한가 하면, 차(寒)거나 덥(溫)고, 냉(冷)하거나 열(熱)한 등 사람마다 각기 다른 6가지 성질을 갖고 있다. 그리고 건조하고 습하면 그로 인해 병이 생기고, 한랭하고 온열하면 또 그로 인해 병이 생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게 형성되는 것은, 마치 찬 물건을 더운 곳에 두면 더워지고 더운 물건을 찬 곳에 두면 차가워지듯, 사람의 몸은 기물(氣物)이므로 천지자연의 기운에 상응해 더울 때 태어나면 더운 체질이 되고 추울 때 태어나면 추운 체질이 되며, 건조할 때 태어나면 건조한 체질이 되고, 습할 때 태어나면 습한 체질이 되는 이치다. 그리고 그런 체질이 바로 오장육부의 강약허실이 되고, 곧 그 사람의 성격과 지혜와 부귀빈천, 수명(壽命) 등 운명까지 주관한다.
자신의 체질을 분석하고 오장육부의 허실을 스스로 판단하면 병이 닥치기 전에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일단 발병 후 치료하려면 육체적, 경제적 고통이 클 뿐 아니라 한번 망가진 자동차 엔진이 수리 후에도 계속 말썽을 일으키듯 우리 몸의 병도 쉽게 재발한다. 병의 예방은 평소 음식이나 양생법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이 ‘자연치유법’이다.
가장 훌륭한 의사는 사람이 병들지 않도록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실을 미리 알아서 예방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사람이며, 두 번째로 훌륭한 의사는 병증을 정확히 분석해 적합한 약을 쓰는 사람이다. 세 번째 의사는 병증을 분석하되 알맞은 약을 처방하지 못하고 이 약 저 약 함부로 남용하는 사람이다. 가장 저급한 의사는 병의 원인도 모르고 약도 제대로 처방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어쩌면 가장 훌륭한 의사는 바로 자기 자신일 것이다. 사주를 통해 자신의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실을 정확히 파악하면 예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필자가 이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것이 의명학(醫命學)이다.
의명학이란 말 그대로 의학과 명리학을 결합한 것이다. 의명학 이론은 사람이 제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 해도 천지 자연에 운행되는 기운의 변화에 상응함으로써 생로병사 혹은 부귀빈천이 정해진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가령 인체의 변화를 보면 겨울과 밤에는 피부가 수축하고, 봄과 아침에는 수축된 피부가 열리며, 여름과 낮에는 피부가 최대한 확장됐다가 가을과 저녁에는 다시 수축한다. 이처럼 인체는 천지자연의 기후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