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표정훈의 書海 유람

연예인 전기는 한 시대의 축소판

  • 글: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연예인 전기는 한 시대의 축소판

2/2
천부적인 사업가로서의 재능도 빼놓을 수 없다. 마돈나는 주도면밀하게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관리하는 데 능숙하다. 더구나 마돈나는 자신의 이런 모습을 철저히 가리는 전략을 택했다. 자신의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진실 혹은 대담’을 촬영할 때도 사업상 회의하는 장면은 절대 못 찍게 했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들어온 강의 요청도 거절했다. 엔터테이너로서의 모습은 최대한 부각시켰지만 사업가로서의 모습은 철저히 감추는 전략이었다. 이런 전략을 통해 방송계, 광고계, 영화계, 출판계를 석권했다.

하지만 그런 마돈나에게도 실패의 쓴맛을 본 분야가 있으니 바로 애정 문제였다. 도발적이고 당당한 겉모습과 달리 마돈나는 남자에게 무척 약했다. 결혼했거나 동거했던 남자들도 대부분 결점투성이 사람들이었다. 마돈나는 그런 남성들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전화를 걸며 매달리곤 했다고 한다.

비판적 지식인과 염문의 왕자

가을이 깊어지면 어김없이 들려오는 ‘고엽’이라는 노래로 기억되는 프랑스의 가수이자 배우 이브 몽탕. ‘세기의 연인 이브 몽땅의 고백’(꿈엔들)은 1988년부터 일흔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한해 전인 1990년까지 인터뷰를 재구성한 것이다.

프랑스인들은 이브 몽탕을 연예인이라기보다 비판적 지식인으로 기억하지만 실제 이브 몽탕은 정규 학교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가 아서 밀러, 화가 피카소, 철학자 사르트르와 교유한 것은 물론, 반전운동과 핵실험 반대운동의 선봉에 나섰다. 또 좌파임을 주장하면서도 구소련의 침략 전쟁을 맹렬히 비판하는 등 ‘행동하는 지성’으로서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이브 몽탕은 스캔들의 왕자이기도 했다. 에디트 피아프, 마릴린 먼로, 셜리 맥클레인, 카트린 드뇌브, 시몽 시뇨레 등 유명 연예인과 열렬한 연애와 사랑을 나눴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 위안을 얻은 여인은 아내이자 유명 여배우인 시몽 시뇨레 한 사람뿐이었다고 고백한다. 시몽 시뇨레는 이브 몽탕과 마릴린 먼로의 염문설이 돌자 “마릴린 먼로가 품에 안겨 있는데 무감각할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라며 남편을 감싸기도 했다.

그런 아내를 몽탕은 이렇게 회고한다. “내가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늙어가는 시몽의 모습을 보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노쇠는 나를 감동시켰다. 그녀가 죽고 없는 지금 내 머리에 떠오르는 그녀는 매혹적인 젊음이 아니다. 내가 다정하게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텔레비전을 볼 수 없었던 그 여인이다.”

진짜 배우 꿈꿨던 마릴린 먼로

이번에는 이브 몽탕은 물론 존 F. 케네디, 조 디마지오, 아서 밀러 등 수많은 유명인들과 염문을 뿌리며 전세계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의 삶 속으로 들어가보자. 마릴린 먼로가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28세 때인 1954년까지의 이야기를 적어 사진 작가 밀턴 그린에게 넘겨준 원고를 토대로 만들어진 책이 바로 ‘마릴린 먼로, My Story’(해냄)다.

책에서 마릴린 먼로는 자신의 섹시한 외모에만 관심을 두는 주위의 시선이 싫었다고 고백한다. 성적인 이미지만 써먹으려 하는 영화제작자들의 틈바구니에서 그는 늘 외로웠다. 먼로는 배우의 경험과 주관을 담아 연기할 것을 강조한 스타니슬라프스키의 연기법을 철저히 연구했다. 단순히 관능미나 육체파가 아니라 삶을 담아 연기하는 배우로 인정받기를 원했고 노력했지만, 세상이 그녀에게 원한 것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의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육성을 들어보자.

“스타가 되는 것은 회전목마 위에 사는 것과 같다. 여행을 할 때도 회전목마를 가지고 간다. 그 지역 사람이나 낯선 풍경은 볼 수 없다. 주로 보는 것은 똑같은 신문기자들, 인터뷰하러 온 똑같은 종류의 사람들, 그리고 내가 찍힌 똑같은 구도의 사진들이다. 내 속에는 연기에 대한 꿈이 있었다. 그건 감옥 안에서 ‘나가는 곳’이라고 적힌 문을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오늘날 먼로는 페미니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먼로는 남성중심적 가부장제의 희생양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자 했던 커리어 우먼의 전형이라는 것. 물론 그런 해석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깊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먼로 자신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상한 성적인 느낌의 진동이나 일으키면서 섹스 밀매꾼 영화사에 떼돈을 안겨주는 배우가 아니라 나 자신이 되고 싶었다.”

회고록이든 전문 작가에 의한 전기든 한국 대중 연예인들의 삶을 담은 본격적인 인물 도서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시대의 애환을 함께하며 대중과 울고 웃던 그들의 삶은 한 시대의 꿈과 희망을 담은 축소판인데 말이다. 해외 연예인들의 전기를 살펴보면서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이라면 바로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갖지 못한 점이다.

신동아 2003년 11월호

2/2
글: 표정훈 출판칼럼니스트 medius@naver.com
목록 닫기

연예인 전기는 한 시대의 축소판

댓글 창 닫기

2019/12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