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산효도대학원대학교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독교 효사상을 연구한다.
핵가족, 심지어 1인 가족이 급증하는 요즈음 효도(孝道)란 ‘한물 간’ 말처럼 들린다. 그래서 이 학교를 방문하기 전에 과연 효가 체계를 갖춘 학문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유교적 가치관으로 여겼던 효가 기독교사상과 어떻게 접목되었는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성산효도대학원대학의 최성규(崔聖奎·63) 총장은 이 물음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기독교에서 찾은 孝
“사람들은 효를 공자의 가르침이라고만 알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공자보다 1000년이나 앞서 기록된 성경은 효를 중요한 덕목으로 가르쳤다. 다시 말하면 성경은 효경(孝經)이다. 그 동안 서구에는 효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효를 모르고 있었다. 이는 한국인만이 발견할 수 있는 성경의 진리다. 전세계 어느 민족, 어느 나라에도 효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는 곳은 없다. 효의 가치를 아는 곳은 한국뿐이다”
성산효도대학원대학 재단은 인천 순복음교회이며, 최성규 총장은 순복음교회 담임목사다. 단순히 이런 점만 보더라도, 이 특수대학원이 유교적인 효보다는 기독교적인 효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효학과 신학, 가족상담과 사회복지 등 주로 기독교사상에 기초한 학문 전공분야를 다루고 있다.
최 총장은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1500여명 이상이 부상했고, 500여명이 사망한 비극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세 청년이 살아났다. 각각 11일, 13일, 16일 만에 차례로 구조됐다. 나는 그들이 ‘기적’을 체험했기 때문에 당연히 하나님을 믿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세 사람에게 공통점이라곤 효자, 효녀라는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신앙생활도 잘해야 하지만, 부모를 공경하며 효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효’를 생각하며 성경을 다시 읽었다. 그랬더니 성경이 바로 ‘효경’이었다. 간단히 말해 성경은 효자 이야기와 불효자 이야기로 나뉜다. 그때부터 ‘효 운동’을 벌이게 됐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효를 유교적 가치관으로 인식한다. 또 부모와 이웃, 어른에 대한 공경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통이다. 효사상에 매몰되면 자칫 가족 이기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21세기에는 가족이라는 협소한 틀 안에서만 효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가 우리의 전통적인 효를 성경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21세기는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 공존을 통해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는 시대다. ‘성경적 효’란 창조주 하나님을 섬기는 것, 부모를 공경하는 것,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 조국을 사랑하는 것, 하나님의 창조물인 자연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인류에 봉사하는 것이다. 이 여섯 가지를 실천하는 것이 성경적 효의 참뜻이다. 법이나 대통령이 바뀐다고 사회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바뀌어야 진정한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사회운동 차원에서 효 운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최 총장이 생각해낸 것은 학교를 설립해 효 실천가와 효 전문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었다. 효에 대한 체계적 이론을 설립해 전파한다면, 그만큼 효도를 실천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또 학교 단위로 조직된 청소년효행봉사단을 통해 청소년에게 사회봉사를 올바르게 지도할 지도교사 또한 절실하게 필요했다.
최 총장은 “사회가 점점 물질만능주의에 빠져들고 개인주의 경향 또한 너무 강하다 보니 주변에 어려운 사람을 돌봐주고 어른을 공경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그래서 효도대학원은 내 부모뿐만 아니라 독거 노인을 생각하고 소년소녀 가장의 복지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사회복지지도자도 함께 양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때맞춰 1996년 7월 교육법이 개정되면서 전문대학원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는 당시 인천시 간석동에 짓고 있던 청소년문화센터를 효도대학원대학으로 개편해, 이듬해 석사과정 학생 40명을 모집하면서 숙원사업이었던 효도대학원을 개교했다. 2000년에는 박사과정까지 인가받았다. 현재 효도대학원은 총 5개 학과 130여명 정원으로 구성되어 석사·박사 과정이 운영되고 있다.